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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 풀린 중동 원자력...'핵확산 도미노' 우려 커진다

2026.07.23 오후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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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 풀린 중동 원자력...'핵확산 도미노' 우려 커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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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자력 협력 협정을 맺었습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장관은 22일(현지 시간) 사우디와 원자력 협정과 양자 안전조치 협정에 서명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에너지부는 “높은 수준의 핵 안전, 안보, 핵 비확산 기준을 유지한다”고 설명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사우디가 미국산 기술을 들여와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대규모 사업인 동시에, 오랜 동맹인 사우디와의 관계를 한층 더 묶어두는 카드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번 협정의 조건이 과거 기준에서 후퇴했다는 데 있습니다. 비교 대상은 미국이 2009년 아랍에미리트와 맺은 원자력 협정입니다. 당시 협정에는 핵무기 전용을 막기 위한 두 가지 안전장치가 들어 있었지만, 이번 사우디 협정에는 그 두 가지가 모두 빠졌습니다.

첫째는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사찰 권한입니다. 아랍에미리트는 IAEA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사전 통보 없이 자국 내 어떤 핵시설이든 들여다볼 수 있도록 문을 열어뒀습니다. 그러나 사우디는 이런 고강도 사찰에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둘째는 자체 핵연료를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입니다. 아랍에미리트는 우라늄 농축도, 플루토늄 재처리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핵연료가 핵무기 재료로 넘어갈 여지 자체를 막은 겁니다.

반면 사우디는 그런 확약을 하지 않았습니다. 협정에는 사우디 내에서 우라늄 농축이 경제적으로 타당한지 미국과 함께 검토한다는 내용만 담겼습니다. 농축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핵무기 개발 우려가 나옵니다. 미국과 사우디 양측은 “핵무기 개발은 없다”며 입을 모으지만, “민간용이 군사용의 첫 단추”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우디가 핵연료를 해외에서 사 오고, 다 쓴 핵연료도 공급국에 돌려준다면 위험은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협정은 그렇게 못 박지 않았고 사우디는 그 방식을 따르겠다고 약속하지도 않았습니다. 비확산 전문가들이 핵물질이 군사용으로 전용될 길이 열려 있다고 지적하는 이유입니다.

파장은 사우디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이란을 향해 강도 높은 핵사찰을 받아들이고 우라늄 생산을 멈추라고 압박해 왔습니다. 그런데 사우디에는 사찰 기준을 낮춰주고 자체 핵연료 생산까지 열어둔 셈이 됐습니다. 이란은 이를 두고 미국이 이중잣대를 쓴다고 반박할 명분을 얻게 됩니다. 더 근본적인 우려는 이번 협정이 새로운 기준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우디가 느슨한 조건을 인정받으면, 엄격한 조건을 받아들였던 아랍에미리트가 똑같은 대우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2009년에 세워졌던 중동의 비확산 기준이 통째로 낮아지는 겁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란이 핵무기를 가지면 사우디도 갖겠다고 공언해 왔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가 지켜온 성과는 핵보유국을 9개국 안에 묶어둔 것이었습니다. 화약고로 불려온 중동에서 지금 그 벽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YTN digital 김재형 (jhkim0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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