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기사를 상대로 부당한 요구를 자행하는 이른바 '천룡인 아파트' 논란이 다시 불붙으며, 급기야 배달 기사끼리 '천룡인 아파트 지도'가 공유되기에 이르렀다.
'천룡인 아파트'는 일본 만화 '원피스' 속 특권계급인 '천룡인'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배달 기사들에게 과도한 출입 절차를 요구하거나 화물용 엘리베이터 이용, 도보 이동 등을 강제하는 일부 아파트를 빗댄 말이다.
앞서 최근 부산 배달 기사 A씨가 유튜브 채널 '해운대주민'을 통해 공개한 아파트 출입 과정 영상이 논란의 불을 지폈다.
영상 속 A씨는 아파트 관리 직원으로부터 헬멧 탈의와 개인정보 작성을 요구받았다. 이에 반발한 A씨가 아파트 1층에 음식을 두고 가겠다고 밝히자, 입주민은 배달료를 받지 말든지 직접 문 앞까지 올라오라고 요구해 공분을 샀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는 "배달 기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는 것"이라는 취지의 비판 댓글이 다수 게재됐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배달 기사들에게 입주민과 다른 동선을 이용하거나 화물용 엘리베이터만 이용하도록 요구해 왔다. 단지 내 오토바이 진입을 제한해 정문에 주차한 뒤 도보로 이동해야 하는 곳도 있으며, 출입 과정에서 신분증 확인이나 명부 작성, 오토바이 열쇠 보관 등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배달을 거절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배달 기사의 입장에서는 수락률과 실적에 따른 등급이 낮은 경우 좋은 조건의 주문 콜을 우선 배정 받을 수 없어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배달 기사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에 관련 진정을 제기했지만, 이후에도 구조적 문제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문제의 '천룡인 아파트'들은 입주민 보호와 보안을 이유로 들고 있다.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관계자는 "입주민 안전 차원에서 일부 통제가 있다"며 "아무나 들여보낼 수 없기에 배달 기사들 또한 제한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파트 관리주체가 보안을 위해 방문자의 출입을 관리하는 것은 정당한 권한이지만, 특정 직업이라는 이유로 차별적인 출입 절차를 강제하거나 필요 이상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인권 침해 및 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희봉 로피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신분증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과 달리 사본을 뜨거나 주민등록번호를 적게 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크다"며 "기재를 거부하면 배달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라면 서면 동의를 받았더라도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동의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배달 플랫폼사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라이더들이 현장에서 부당한 상황에 놓인 경우 법률·심리 상담 지원부터 산재보험 안내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이 없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지원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YTN digital 이유나 (ly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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