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에는 화장실이 없습니다"
"2층에는 화장실이 없습니다"
"2층에는 화장실이 없습니다"
"2층에는 화장실이 없습니다"
"진짜로 화장실이 없습니다"
없다는 화장실이 2층에 있다면...
'화장실 발견 시 절대 입장하지 마시고 직원을 찾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더러운 화장실을 미술 작품들과 같은 층에 둘 수는 없다 뭐 그런 걸까요'
'뭐지, 누가 2층에서 지렸나'
기자
"SNS에서 화제가 된 전시가 있는 곳은 이곳 경기도미술관이라고 하는데요. 직접 와봤습니다"
"이 전시예요"
"들어서자마자 안내문이 있는데요"
"(최근 화장실 이용 후 전시는 관람하지 않고 퇴장하는 사례가 누적됨에 따라) 관계자들이 삐지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1층인데요.
'2층에는 화장실이 없습니다', 벌써 시작됐습니다.
"전시실로 들어가는 입구인데요. 계단에.."
(안내: 2층에는 화장실이 없습니다)
"계단 올라가자마자 바로.. 2층엔 진짜 화장실이 없대요"
"입구입니다"
"여기도 화장실 안내판"
("불미스러운 상황이 초래될 수 있으므로 용무가 급하신 경우 1층 화장실을 이용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입구마다 저 안내판이 계속 있어요"
("현재 계신 위치는 해당 미술관에서 화장실 이용을 결심하기에 다소 늦은 지점입니다. 화장실 사용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신 후 이용하실 분들은 1층으로 내려가시길 바랍니다")
("황급히 1층으로 내려가 몸도 마음도 가볍게 하고 올라오시길 권장드립니다")
("계단을 따라 1층 화장실을 이용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음료 반입 불가로 황급히 원샷 때린 관람객께서는 1층 화장실을 미리 이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화장실이 계속 생각나 전시를 온전히 즐기시지 못한 관람객께서는...")
("용무가 급해져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은 아닙니다")
"화장실이 없습니다"
"끝에 출구 쪽에도 또 안내문이 있는데요"
("해당 안내문으로부터 반대편에 위치한 계단 32단을 내려가신 후 40.4미터 직진 후 우측으로 90도 꺾으신 후에 약 4.3미터를 직진하시면 여자 화장실, 그보다 약 6.8미터 더 앞에 남자 화장실이 있습니다")
"전시를 들어가 보겠습니다"
(전시 작품 구경)
"한 공간을 다 지나치려는데 또 안내문이 있습니다"
(안내문 "2층에는 화장실이 없습니다")
"화장실 안내도"
"최단 거리래요"
"찾았습니다, 화장실"
"화장실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을 했는데요. 들어가 볼게요"
"여기도 화장실 안내문이 있고요"
"놀랍게도.. 문에도 또 있습니다"
"화장실 안내문이 몇 개인지 세어보겠습니다"
"하나"
"64개"
"진짜 2층에 화장실이 없는지 봐볼게요"
"진짜로 2층 끝까지 왔는데 화장실이 없어요"
전시관 내부에도 없었습니다.
작가의 의도는 이랬습니다.
전재우 / 건축가
"경기도미술관에 직접 가보니까 거기 2층에 이제 화장실이 없더라고요. 2층에 화장실이 없는 게 이게 굉장히 그래도 큰 시설인데 그게 없다는 게 되게 재밌는 사실인 것 같아서 그거를 주제로 기획자 큐레이터님들이랑 얘기를 하면서 아 이거를 오히려 약간 하이라이트하고 그리고 이걸 통해 가지고 공간의 특징도 얘기하고. 또 이런 안내문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이제 다시 재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이 오히려 이렇게 일상에서 우리가 되게 간과하던 것들이 갑자기 이렇게 노출됐을 때 생겨나는 그런 호기심과 재미 그런 것들이 존재하는구나."
전재우 건축가는 재작년 남서울시립미술관에서도 안내문 전시로 화제였는데요.
'정원에서 춤을 추고 싶으신 경우 탱고 혹은 EDM을 틀어 드리고 있으니 관리자에게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전시 팜플렛은 버리지 마시고 기울어진 가구를 괴는 용도로 활용해 보시길' 등이 적힌 안내문을 전시했습니다.
기자
"전시를 다 봤는데요. 참신하고 뭔가 힙한 느낌이에요. 이 화장실 안내문을 마치 숨은그림찾기, 이스터에그를 찾는 것처럼 재밌게 찾는 느낌이었고요. 이게 어디서 이 안내문이 나타날 줄 모릅니다.
다른 작가님들의 작품도 되게 신선한 것들이 많았거든요. 화장실 전시물도 보시고 다른 작가님들의 작품도 보시면 훨씬 더 알찬 미술관 나들이가 될 것 같습니다.
에필로그
기자
"근데 아무리 그래도 2층에 화장실 1개 정도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께름칙하네."
왜 2층에 화장실이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경기도미술관 측은 '국내외 미술관들 건축 사례를 보면 전시실 내에는 화장실을 따로 건축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라고 처음에 설명했습니다.
또, '안전이나 도난 등 여러 상황이 우려될 수 있어서 건축하는 초기부터 2층에는 미술관 전시 공간만이 디자인됐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정말 그럴까?
YTN이 확보한 경기도미술관 전시공간의 과거 2층 도면입니다.
전시공간을 기준으로 왼쪽에 화장실 한 개가 있고요.
위쪽에도 화장실 한 개가 또렷하게 나와 있습니다.
전시공간뿐 아니라 직원들만 사용하는 2층 사무공간 쪽에도 화장실 1개가 더 있었습니다.
2층에 총 3개의 화장실이 있는 겁니다.
미술관을 설계한 곳에도 물어봤습니다.
2층에는 직원들이 상주하는 공간에 1개, 전시공간에 작은 화장실 2개가 도면상에 적혀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미술관 측에 다시 물어봤습니다.
전시공간에도 '예전에는' 화장실이 있었다고 다시 설명하면서 과거 사례 하나를 알려줬는데요.
2000년대 초반, 전시 관람이 끝나면 화장실 앞의 셔터문이 자동으로 내려갔는데, 관람객이 아직 화장실에 있던 상황에서 문이 자동으로 닫혔던 사례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어느 순간 전시공간 화장실은 사라졌습니다.
미술관 측은 다시 YTN 측에 설명하면서, 현재 관객 동선상 접근이 불가한 곳에 화장실이 있어서 차단했다며, 최근 5년 동안은 이렇게 화장실을 폐쇄한 채로 운영했고, 관람객의 민원이 들어온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론은..
2층에는 화장실이 있었는데요. 없어졌습니다.
YTN 한동오 (hdo86@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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