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벌이 사라지면 인류 식량의 70%가 위협받을 만큼, 벌은 지구 생태계와 우리의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존재입니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생존 위기에 처한 이 소중한 일꾼들을 위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방법 이 있습니다.
권영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우리가 먹는 과일과 채소 등 주요 식량 작물의 70% 이상은 벌이 꽃가루를 옮겨주어야만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벌이 멸종하면 전 세계적인 식량 위기는 물론 생태계 전체가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그런데 우리 식탁을 책임지는 이 소중한 일꾼들이 최근 펄펄 끓는 폭염 속에 생존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특히 앙증맞고 푹신한 털옷을 입은 호박벌은 본래 히말라야 같은 고산 지대의 추위를 견디도록 진화했습니다.
체온을 가두는 이 두꺼운 털옷이 극단적인 폭염 속에서는 치명적인 덫이 되는 겁니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그늘로 숨고 쉴 새 없이 날갯짓을 해보지만, 이는 귀중한 에너지를 빠르게 고갈시켜 단 몇 시간 만에 탈진해 죽게 만듭니다.
만약 길가나 정원에서 이렇게 기진맥진한 벌을 발견한다면,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마크 브라운 / 케임브리지대 동물학과 교수 : 아침 시리얼에 먹는 평범한 설탕을 물에 약간 녹여서 벌 앞에 내밀어 보세요. 벌이 주둥이를 내밀어 마시고 나면, 다시 원래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게 될 겁니다.]
주의할 점은 절대 꿀을 주어선 안 된다는 겁니다.
다른 벌 무리에게서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옮길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오직 설탕물만 주어야 합니다.
가뭄과 폭염으로 꽃마저 말라붙는 시기에는 집 주변의 정원 관리 방식만 바꿔도 큰 도움이 됩니다.
가시덤불이나 잡초를 다 뽑아버리는 대신 자연스럽게 두는, 이른바 '게으른 정원 가꾸기'입니다.
[피터 카슈텔레비치 / 케임브리지 꿀벌 전문가 : 보시다시피 제 정원은 풀이 무성합니다. 식물이 사라진 다른 정원들을 대신해 생태계 균형을 맞추려고 일부러 둔 겁니다.]
기후 변화로 점차 가혹해지는 여름.
설탕물 한 스푼과 정원 한구석을 내어주는 작은 배려가, 단순한 곤충 구조를 넘어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지키는 위대한 첫걸음이 됩니다.
YTN 권영희입니다.
영상편집 : 주혜민
YTN 권영희 (kwony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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