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태움. 태움이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의미로 선배 간호사가 신입 간호사를 ‘교육’한단 명목으로 가르치는 방식, 그 문화를 지칭하는 은어입니다. 말씀 드린대로 명분은 교육입니다만, 정말 이걸 교육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의료 현장의 고질적 악습으로 지적돼 온 태움. 최근, 또 한 명의 젊은 간호사가 태움 피해를 호소하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녀의 나이, 이제 겨우 스물일곱 살이었죠. 간호사 강씨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여러 차례 고통을 호소했다 알려졌습니다. 그럼에도 가족들에겐 “내가 좀 더 열심히 하고, 선배에게도 살갑게 대하면 달라지겠지, 더 참고 버텨볼게” 말해왔다고 하죠. 하지만 결국 강 씨는 병원을 그만뒀고, 이후 노동 당국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세 사람 가운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 건 한 명뿐이었습니다. 병원의 처분도 “훈계”에 그쳤다고 하죠. 이후 강 씨는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과연 태움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피해자의 호소를 알고도 만약 병원이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다 판단된다면, 그 또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송주희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송주희 변호사 (이하 송주희)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송주희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스물일곱 살의 간호사 강씨가 이른바 태움 피해를 호소하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인데요. 병원에서 어떤 일을 겪었던 건지부터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 송주희 : 보도된 내용을 종합하면, 강씨는 2023년 경기 광주의 한 병원에 입사한 뒤 선배 간호사들로부터 공개적인 질책과 모욕적인 말을 반복해서 들었다고 합니다. 다른 간호사의 부탁으로 잠시 의자에 앉았다는 이유로 “앉을 짬이냐”는 말을 들었고, 야간 근무 중에는 “자살을 생각할 때까지 태울 수 있다”는 취지의 폭언도 있었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사과하면 말하지 말라고 하고, 가만히 있으면 태도가 불량하다고 지적하는 식의 상황도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일기장과 주변 진술에도 당시 고통을 호소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인 행위와 책임은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습니다.
◇ 이원화 : 간호사는, 의료 현장에서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엄격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데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겁니다. 하지만 지금 말씀해주신 행위들이, 과연 교육이라 부를 수 있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인 것 같은데요. 아무튼 강 씨가, 병원에 여러 차례 고통을 호소하고 근무를 분리해달란 요청도 했다, 알려졌는데 실제 어땠습니까?
◆ 송주희 : 유족 측 설명과 보도에 따르면 강씨는 수간호사 등에게 고통을 알리고, 특정 선배와 근무가 겹치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근무를 분리했다고 해도 실제로는 다시 근무가 겹치는 일이 있었습니다. 병원 측은 부서 이동을 제안했지만 강씨가 원하지 않았고, 노동당국의 시정지시에 따른 조치를 했다는 입장입니다. 피해 호소가 들어오면 병원은 우선 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조사 중이라도 필요하면 근무 장소 변경이나 휴가 같은 보호조치를 해야 합니다. 이때 피해자의 뜻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피해자가 요구한 방식 그대로 해야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마주치지 않도록 효과가 있는 조치였는지는 따져봐야 합니다.
◇ 이원화 : 결국 강 씨는 병원을 그만둔 뒤, 가해자로 지목한 세 사람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알려졌는데요. 조사결과는 어땠고, 이후 달라진 게 있었나요?
◆ 송주희 : 보도에 따르면 강씨는 퇴사 뒤 가해자로 지목한 세 사람을 노동당국에 신고했지만,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고 합니다. 병원도 그 직원에게 ‘훈계’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노동당국이 괴롭힘을 인정하면 병원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징계 종류와 수위는 병원 내부 규정과 조사 결과에 따라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아무 조치나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괴롭힘이 확인되면 행위자에 대한 필요한 조치를 하고 피해자의 의견도 들어야 합니다. 결국 분리와 재발 방지 조치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했는지가 중요한 부분입니다.
◇ 이원화 : 유족 입장에선 세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의 행위만 인정된 것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집단 태움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대목이 있나요? 다른 사례들을 보면 어떻습니까?
◆ 송주희 : 집단 태움은 여러 사람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관여하고, 폭언뿐 아니라 무시하거나 눈치를 주는 식으로 은밀하게 이어지는 경우가 있어 입증이 쉽지 않습니다. 한 장면만 떼어 보면 단순한 업무 지적처럼 보일 수도 있고, 누가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를 가려내기도 어렵습니다. 같은 병원에서 근무했다는 전직 간호사는 계속 째려보는 이른바 ‘시선 태움’과 장시간 세워두는 일을 겪었다고 제보했습니다. 이런 행위는 녹음이나 문서로 남기기 어려워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동료 진술, 메시지, 근무표 같은 자료를 함께 봐야 합니다. 이번 사건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노동당국의 판단과 별도로 괴롭힘의 범위나 관련자 책임이 다시 검토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 이원화 : 사건이 알려진 뒤에 경찰은 강 씨가 근무했던 병원과 관련자들 압수수색했고요. 가해자로 지목된 세 사람도 입건됐잖아요. 어떤 혐의들, 적용 가능한 상황이라고 보세요? 단순한 직장 내 괴롭힘을 넘어 형사처벌까지도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 송주희 : ‘태움’이라는 말 자체가 하나의 범죄명은 아닙니다. 다만 실제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에 따라 형사책임은 충분히 검토 가능합니다. 여러 사람 앞에서 반복적으로 모욕적인 말을 했다면 모욕 문제가 될 수 있고, 겁을 주거나 원하지 않는 행동을 억지로 하게 했다면 협박이나 강요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신체적인 접촉이나 물리력 행사가 있었다면 폭행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경찰이 병원과 관련자들을 압수수색하고 세 사람을 입건했다는 보도가 있는 만큼, 사내 메신저와 면담 기록 등을 통해 누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반복성과 지속성이 있었는지, 서로 역할을 나눠 괴롭혔는지가 확인되는 것이 핵심입니다. 단순히 입건됐다는 사실만으로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 이원화 : 앞서 전해주신 구체적 발언들 있잖아요. 그 발언들이 왜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지 사례를 들어 짚어주시겠습니까?
◆ 송주희 : 예를 들어 여러 동료가 듣는 자리에서 “머리가 있느냐”, “우리 집 개도 너보다 말을 잘 듣는다” 같은 말을 반복했다면, 단순한 주의가 아니라 상대의 인격을 깎아내리는 공개적 모욕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자살을 생각할 때까지 태울 수 있다”는 취지의 말 역시 당시 상황과 반복 여부에 따라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줄 수 있는 위협적 표현인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다른 태움 사건에서는 선배가 후배의 멱살을 잡고 동료들 앞에서 심하게 질책한 행위가 모욕과 폭행으로 인정돼 실형이 선고됐다고 보도됐습니다. 결국 문장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말한 장소, 주변에 사람, 관계의 우위와 반복성, 피해자가 실제로 느낀 공포와 고통을 함께 판단합니다.
◇ 이원화 : 그런데 가해자로 지목된 간호사 측에서 엄격하게 가르칠 수밖에 없었다, 교육의 일환이었다, 주장할 수 있잖아요. 법적으로 정당한 업무 교육과 직장 내 괴롭힘을 가르는 기준, 뭐라고 보십니까?
◆ 송주희 : 기준은 교육이라는 목적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실제 방법과 정도가 업무에 필요한 범위였는지를 보는 겁니다. 환자 안전을 위해 잘못을 정확히 지적하고 다시 확인하게 하는 것은 필요한 교육의 범위로 포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업무와 상관없는 인신공격을 하거나, 여러 사람 앞에서 창피를 주고, 공포심을 조성하거나, 장시간 세워두는 식이라면 교육의 범위를 벗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같은 지적이라도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설명하는 것과 “너는 왜 이것도 못하느냐”고 사람 자체를 깎아내리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행위가 반복됐는지, 다른 교육 방식이 가능했는지 여부, 피해자의 근무환경이 실제로 악화됐는지도 함께 판단합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직장 내 괴롭힘이 실제 있었다 확인되면 가해자들에게 강 씨의 사망에 대한 책임까지도 물을 수 있는 건가요?
◆ 송주희 : 괴롭힘이 확인됐다고 해서 곧바로 가해자에게 강씨의 사망 결과에 대한 형사책임까지 인정되기는 어렵습니다. 괴롭힘이 강씨의 선택에 중대한 원인이 됐고, 가해자들이 그런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까지 엄격하게 입증돼야 합니다. 강씨가 반복해서 고통을 호소했는지, 가해자와 병원이 그 상태를 알고 있었는지, 괴롭힘이 얼마나 강하고 오래 지속됐는지가 중요합니다. 형사책임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은 별도로 가능할 수 있습니다. 괴롭힘과 정신적 손해,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가해자나 병원을 상대로 위자료와 유족의 손해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보상 액수는 인과관계와 각자의 과실 정도, 피해 내용 등을 종합해 법원이 정하게 됩니다.
◇ 이원화 : 현행법에 직장 내 괴롭힘 자체를 직접 처벌하는 규정이 필요하다, 이런 주장도 나오던데 어떻게 보세요?
◆ 송주희 : 아무래도 이런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지금처럼 모욕이나 폭행 같은 별도 범죄가 확인돼야 일반 근로자인 가해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 구조로는, 교묘하고 지속적인 괴롭힘을 충분히 다루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만 사용자가 직접 괴롭힘을 한 경우에는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고, 조사나 보호조치 의무를 어긴 경우에도 제재가 가능합니다. 문제는 형사처벌 규정을 새로 만들 때 어떤 행위가 범죄인지 기준을 아주 분명하게 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업무상 정당한 지시와 괴롭힘의 경계가 상황마다 달라서 너무 넓게 규정하면 과잉 처벌 우려도 있습니다. 처벌 논의와 함께 조사 절차, 피해자 보호, 신고자 불이익 금지와 병원 책임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이원화 : 아무래도 죄형법정주의라는 원칙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떤 이제 포괄적인 부분들을 다 포함시켜서 형사처벌하기는 쉽지 않은 그런 측면이 있기는 한데요. 우리나라 군형법을 보면 가혹 행위를 따로 처벌하는 규정이 있고 그게 판례에 따라서 가혹 행위가 어떤 행위에 해당하는지가 구체화된 그런 사례도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케이스를 보면 직장 내 괴롭힘에도 어떤 비슷한 적용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시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개인적으로는 듭니다. 병원 책임도 짚어봐야 할 것 같거든요. 이번 사건의 경우 병원에도 법적 책임을 물을 여지 있겠습니까?
◆ 송주희 : 병원도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보도와 유족 측 설명처럼 강씨가 여러 차례 고통을 호소했고 근무 분리를 요청했는데도 실질적으로 계속 마주쳤다면, 병원이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됩니다. 괴롭힘이 확인된 뒤에는 행위자에 대한 조치와 재발 방지도 필요합니다. 이를 알고도 방치했거나 형식적으로만 대응했다면 안전한 근무환경을 마련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