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송유관이 피격으로 가동 중단되자 사우디가 관리하는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몰래 오가며 해협 바깥에서 원유를 환적하는 '셔틀 서비스'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습니다.
원유 셔틀 서비스란 원유나 정제유를 가득 실은 유조선이 미군의 호위를 받으며 이란의 감시 아래 있는 호르무즈 해협을 몰래 빠져나온 뒤 상대적으로 안전한 해역에서 선박 간 환적을 통해 수출 물량을 공급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구매국 유조선이 걸프해역(페르시아만) 진입을 꺼리자 걸프해역 안쪽 항구에서 원유를 실은 셔틀선이 위험을 무릅쓰고 호르무즈 해협을 몰래 빠져나온 뒤 해협 바깥에서 대기하던 유조선으로 원유를 옮겨 싣는 형태입니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아시아 장기 계약 구매자들에게 오만 소하르항 인근 해상에서의 원유 환적을 추가로 제안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동서 송유관 피격 및 가동중단 소식에 급등했던 국제 유가는 이 같은 소식에 16∼17일 반락하며 배럴당 100달러 초반으로 내려앉은 상태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셔틀 서비스가 사우디 송유관 피격으로 처음으로 시도된 것은 아닙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는 지난 4월부터 자체 소유 선박을 이용하거나 셔틀선을 고용해 원유를 호르무즈 해협 바깥으로 운송해왔습니다.
셔틀선은 이란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야간에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채 몰래 해협을 빠져나가는 방식을 씁니다.
환적지는 호르무즈 해협 외곽인 UAE의 푸자이라항이나 오만의 소하르항 인근 해역이 주로 사용됩니다.
해협 통과와 환적이 비밀리에 이뤄지다 보니 셔틀선을 통한 원유 공급량에 대한 공식 통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원자재 트레이더들은 위성 사진 등을 이용, 셔틀선을 통한 원유 및 정제유 수출 물량이 하루 약 90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추산합니다.
셔틀선 환적의 한계는 위험 부담이 크고 그에 맞물려 운송비용도 많이 든다는 점입니다.
WSJ은 셔틀선 승무원과 선주에 대한 위험보상 보전을 위해 배럴당 16∼20달러의 비용이 든다고 전했습니다.
셔틀 운송을 확대할 추가 장비를 구하기가 어려운 점도 한계로 꼽힙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6월 미군 호위를 동반한 셔틀선 우회 수출을 심층으로 다룬 기사에서 "미국이 걸프만 바깥으로 원유를 몰래 빼내기 위해 이란이 사용하는 밀수 수법을 쓰고 있다"라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셔틀선을 이용한 환적 수출은 이란이 제재를 피하기 위해 오랜 기간 은밀하게 사용해온 해상 선박 간 환적 기법을 그대로 활용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푸자이라항과 소하르항 인근 해역은 애초 이란이 제재를 피해 원유를 중국 등지로 수출하기 위해 선박 간 환적을 하던 지역으로 알려진 곳이라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지난 7월에는 러시아 원유를 몰래 거래하는 일명 '그림자 함대' 소속 유조선이 오만 앞바다에서 좌초돼 원유 유출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 선박은 유럽연합(EU)과 영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었습니다.
사우디 아람코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를 선언하고 무력 충돌 긴장감이 높아지자 홍해 얀부항을 통한 수출을 송유관 피격 이전부터 줄인 상태입니다.
IEA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얀부항을 통한 원유 및 정제유 수출은 하루 290만 배럴로, 전쟁 개시 이후인 3∼7월의 일평균 500만 배럴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초기만 해도 비상책으로 미미한 수준에 그쳤던 셔틀선 이용 원유 수송은 후티 공세와 사우디 동서 파이프라인 피격에 따른 홍해 우회로 차단 이후 세계 에너지 시장의 숨통을 틔워 주는 희망으로 주목받는 모습입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송유관 가동이 중단되자 사우디는 걸프해역(페르시아만) 연안의 라스타누라, 주아이마 터미널의 원유 선적량을 최근 일주일간 하루 400만 배럴 수준까지 배로 늘리는 등 비상 수송에 들어갔습니다.
송유관 재개에는 최장 5∼6주가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WSJ은 "무장세력들이 사우디의 '플랜B'(홍해 우회로)를 파괴한 상황에서 이제는 (셔틀선이 다니는) 호르무즈 해협으로 되돌아가는 게 글로벌 시장에 원유를 계속 공급하기 위한 최선책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습니다.
YTN 김잔디 (jand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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