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정상 합의로 출범한 사이버 위협 대응 협의체에서 국가정보원의 참여를 배제해 달라고 우리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핵시설 관련 정보 공유 제한에 이어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도 국정원에 대한 미국의 불신이 표출되면서 한미 정보 당국 간 협력에 차질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6월 말 워싱턴에서 열린 제5차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한미일 실무그룹 회의를 앞두고 우리 정부에 국정원 배제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한미일 외교·정보 당국이 참여하는 이 협의체에서 국정원이 빠진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실무그룹은 2023년 8월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합의에 따라 출범했습니다. 북한의 가상자산 탈취와 불법 IT 인력 활동 등 사이버 위협을 감시하고, 이를 통해 핵·미사일 개발 자금이 조달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협의체입니다.
제5차 회의에는 한미일 3국 외교 당국과 관계 부처의 북핵·사이버 분야 담당자 6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외교부는 당시 북한의 가상자산 탈취·세탁과 IT 인력 활동 등 불법 사이버 활동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국정원의 참석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국정원은 북한 사이버 활동을 추적하고 대응하는 핵심 정보기관인 만큼 미국이 국정원만을 특정해 참여 제한을 요청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의 사이버 활동 탐지와 대응에서 국정원의 역할이 핵심”이라며 “한국은 휴민트를 통한 북한 IT 노동자 신원 추적에 강점이 있고 미국은 암호화폐 추적 등에 강점이 있어 정보를 결합해 대응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이 국정원에 대한 불신을 키운 배경으로는 기밀 정보 관리 문제가 거론됩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구성 핵시설’ 발언 이후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던 북한 핵시설 관련 위성·정보 공유를 제한하는 조치가 6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정 장관의 발언이 공개 정보를 토대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제공한 기밀 정보가 유출됐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후속 조치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측 소식통은 “정보를 다루는 문제에서 국정원이 문제가 된 상황이 많았다”며 “국정원에 대한 불신으로 중앙정보국(CIA)과 국정원의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미 정보 당국 간 긴장으로 정보 공유와 공조가 제한되면서 한미 안보 협력 전반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정부는 지난 8월 외교 현안 브리핑에서 한미 간 주요 과제로 ‘안보·정보 협력’을 별도로 언급하며 정보 협력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한미 정보 당국 간 협력에 우려가 있는 것은 맞다”며 “잘 풀어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문제 제기가 국정원에 대한 불신을 넘어 한미 외교·안보 현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미 간 이견이 발생했을 때 정보기관이 물밑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양국 정보기관 간 협력 약화로 이런 조정 기능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오디오ㅣAI앵커
제작ㅣ이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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