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대놓고 날선 비판을 이어가자 유럽 지도자들이 자제를 당부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현지 시간 15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EU 지도자들은 오는 16일 브뤼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개 비판 수위를 낮출 것을 요구할 예정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체결한 '경유딜'을 비판하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정보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위험한' 조치라고 지적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을 맹비난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독재자들과 초부유층에 본능적인 친밀감을 느낀다고 성토하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에도 불쾌감을 표현했습니다.
아울러 미국 측의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재개한다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직설적인 비판을 여과 없이 쏟아내자 유럽 정상들 사이에서는 당황한 듯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U 정상회담 준비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는 "젤렌스키의 발언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를 반드시 공개적으로 말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16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비공개 회담을 할 예정인 EU 정상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발언 수위를 낮추라는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런 행동이 가뜩이나 경색된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관계 악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윳값 상승으로 인한 민심 이반을 우려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산 경유를 수입하기로 푸틴 대통령과 합의하고, 유럽에 러시아 국유 자산의 동결을 해제할 것을 제안하면서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관계는 급격히 냉각됐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2기 출범 직후인 지난해 2월 젤렌스키 대통령을 백악관 집무실로 불러들여 연 회담에서 그의 군복 차림을 지적하고, "미국에 고마운 줄 알라"는 등의 원색적인 발언으로 강하게 면박을 준 이래 양국 관계는 가장 심각한 위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진단했습니다.
당시 충돌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군사 원조를 전면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강경히 대응하자 유럽 주요 정상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의 대오에서 이탈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전방위적 설득전을 벌이며 가까스로 파국을 막은 바 있습니다.
YTN 신웅진 (ujshi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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