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찰이 아주대 소아응급실을 압수수색 한 것과 관련해 대한소아응급의학회가 규탄 기자회견을 엽니다.
의료계는 보건 당국에, 진료권 보호를 위한 재발 방지 대책도 요구할 방침인데요.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류정민 / 대한소아응급의학회장]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응급실, 안전한 진료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 주십시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언론인 여러분. 오늘 대한소아응급의학회와 소아전문의료센터장들은 최근 일련의 안타까운 소아응급실 압수수색 사태를 겪으며 국민 여러분께 진심어린 호소를 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동안 응급실에서 발생하는 여러 아동학대 사건들에 성실하게 출동해서 도움을 주셨던 경찰은 응급실의 든든한 도우미이자 그리고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함께 지키는 동반자, 동업자입니다. 따라서 저희는 오늘 경찰과 대립하거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 아닙니다. 벼랑끝에 몰린 소아응급 현장에서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적 기준과 약속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응급실은 성역이 아니며 저희는 진실 규명에 언제나 협조할 것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응급실은 결코 성역이 아니며 환자의 죽음을 누구보다 엄숙하고 무겁게 받아들이는 공간입니다. 만약 진료 과정에 확인이 필요하다면 저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경찰 수사에 언제나 성실히 협조할 것입니다. 다만 응급실은 365일, 24시간 단 1초도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곳입니다. 이곳의 모든 처방과 기록은 컴퓨터 시스템에 실시간으로 입력되며 만약 기록이 수정되더라도 투명한 로그기록이 고스란히 남게 됩니다. 의사기록뿐만 아니라 간호기록도 분단위로 업로드되고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또한 환자가 원인 불명으로 사망할 경우 의료법에 따라 정식 신고가 이루어지고 엄격한 검시와 부검이 진행됩니다. 즉 응급실은 굳이 수사관들이 진료공간에 직접 들어오지 않더라도 CCTV과 전산기록 그리고 부검을 통해 그 어느 곳보다 투명하게 진료 과정과 원인을 증명할 수 있는 곳입니다.
둘째, 응급실은 예측할 수 없는 현장이며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공간입니다. 국민 여러분, 응급실을 찾는 모든 아이들은 언제든지 갑작스럽게 중증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처음에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며 걸어 들어왔던 아이가 순식간에 심정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응급실의 냉혹한 현실입니다. 우리 의료는 이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매순간 온힘을 다해 사력을 다합니다. 그러나 최선의 진료를 다했음에도 현대의학의 한계와 질병의 급격한 진행으로 인해 안타깝게 아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참담한 순간들이 존재합니다. 저희 의료진에게 환자의 죽음은 그 무엇보다 큰 상처이자 고통입니다. 슬픔 속에서 응급실 의료진의 무겁고 중요한 또 다른 역할은 그 마지막을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전해 주는 것입니다. 이는 가슴 아프지만 가장 의미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사망한 아이를 치료했던 의료진을 처음부터 잠재적 범죄자로 가정하고 진료 구역에 들이닥쳐 영장을 집행하는 방식은 현장의 의료진을 극도의 공포로 몰아너어 방어적 의료를 하게 만들고 최선의 결단을 내리지 못하게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그 어떤 의사도 두려움 없이 중증소아환자를 돌볼 수 없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픈 아이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셋째, 무리한 현장 수사는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깊은 두려움을 남겼습니다. 아주대 압수수색 당시 현장에는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여러 의료진들이 있었고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환자와 보호자들도 함께 있었습니다. 경찰의 진입으로 인하여 응급실 운영과 진료에 영향이 있었다는 점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저희는 이와 관련하여 불필요한 진실공방을 결코 길게 이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분명히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촌각을 다투는 응급실 공간에 수사 인력이 진입하는 사실 자체가 의료진뿐만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들까지 큰 당혹감과 두려움에 휩싸이게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온전히 집중해야 할 공간이 술렁이고 위축된다면 결과적으로 그 피해는 온전히 응급실을 찾는 다른 위중한 환자들과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진료 환경의 안정이 곧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앞으로는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다음 회견문은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회장님께서 이어가 주시겠습니다.
[김도균 /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협의회장]
소아응급의료센터장입니다. 이어서 하겠습니다.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수사 가이드라인에 반드시 담겨야 할 내용입니다. 저희 소아응급 의료진은 소모적인 정쟁을 넘어 앞으로 이러한 비극과 혼란을 막기 위해 명확한 경찰 수사 가이드라인이 제정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진정한 재발방지를 위해 가이드라인에는 다음의 원칙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첫째, 필수의료현장에 대한 압수수색의 원칙적 제한 및 전문가 의견 반영이 필요합니다.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생명이 위급한 필수의료현장에 대한 압수수색은 원칙적으로 제한되어야 합니다. 불가피한 경우 사전 협의와 법원 영장심사 과정에서 의료전문가의 의견이 필수적으로 반영되도록 제도화해야 합니다.
둘째, 무분별한 영장 집행에 대한 통제장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임의제출이나 자발적 협조가 가능한 자료에 대해서 무분별하게 영장을 집행하는 관행을 차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통제장치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합니다.
셋째, 통상적인 환자 사망건에 대한 과도한 현장조사 관행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응급실 내 환자 사망시에는 의료법에 의거해서 엄격한 검시와 부검 등의 절차가 정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호자의 112 신고나 경위 확인 요청 시 진료실을 범죄현장처럼 취급하는 현재의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안전한 소아응급 환경을 위해 간곡히 부탁드리며 마무리하겠습니다. 대한소아응급학회와 전국소아응급센터협의회는 수사기관을 향해 정중히 요청드립니다. 묵묵히 현장을 지키는 현장 의료진의 목소리를 담아 아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합리적인 기준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소아응급의료진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 현재 준비 중인 수사 가이드라인의 초안을 11월 말까지 투명하게 공개해 주십시오.
저희는 아이들의 곁을 지키고 싶습니다. 두려움 없이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과 언론인 여러분의 따뜻한 공감과 지지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YTN 권민석 (minseok2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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