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경희대, 홍익대, 국민대… 입시 결과에 따른 대학순위가 아니다. 최근 2~3년 사이 카톡 내 단톡방에서 성희롱 문제로 논란에 휩싸인 대학들이다.
단톡방 내에서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노골적인 성적 발언을 주고받는 문제는 지난 몇 년 사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며 커다란 사회 문제로 대두했다.
단톡방 내 언어 성폭력과 여성혐오 등의 발언은 내부고발이나 각 대학교의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를 통한 제보 등을 통해 외부로 알려져 왔다. 대나무숲은 바깥에서 하기 힘든 이야기를 익명으로 게시하는 곳으로 대학생들의 새로운 소통 수단 중 하나다.
지난 9일 오후, A대학 페이스북 대나무숲에는 한 여학생의 글이 올라왔다. A대학의 B모 학생과 동아리에서 만나 교제했다는 이 여성은 남자친구였던 학생이 카톡방 내에 올린 글들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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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휴학 중이라는 B모 학생은 의도적으로 여학생을 이용해 고가의 시계 선물과 렌즈, 옷 등을 비롯해 대부분의 데이트 비용을 여학생이 부담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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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학생은 B모 학생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었으나, 남자친구였던 그는 대학교 카톡방에서 여자친구에 대해 거침없는 성적 모욕을 비롯해 모욕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으며 여학생과 이별할 계획까지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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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해당 카톡방에 있던 한 학생이 이를 참지 못하고 여학생에게 대화 내용을 알려주며 그동안의 대화가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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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방 내 대화 내용이 공개된 이후 B모 학생은 해당 여학생에게 사과했지만, 여학생에게 내용을 전달한 본인의 친구에게는 험한 욕설과 함께 “죽이겠다”며 협박을 이어갔다. 여학생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사건이 알려지자 B모 학생에 대한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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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학생의 신상정보가 공개되며 현재 A대학의 페이스북 대나무숲에는 관련 글이 삭제된 상태다. 그러나 각종 커뮤니티에는 여전히 게시물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또다시 불거진 단톡방 내 모욕 및 성폭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비롯해 학교 차원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현행 성폭력 관련 법규상 신체 접촉 없이 언어로 인한 성희롱의 경우, 별도의 형사처벌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메신저 대화로도 성희롱이 성립한다고 밝혔으며, 형법상으로는 모욕죄나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다.
한국범죄학연구소 김복준 위원은 최근 잇따라 불거진 대학 내 단톡방 성희롱 현상에 대해 '양성평등에 대한 무감각'과 '성 관련 교육의 부재'를 원인으로 꼽았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많은 문제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식 부재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하며, '단톡방 등의 SNS에서 성적인 희롱을 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를 묻기 전에 이미 심리적 또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오랜 '단톡방 논란'에도 가해 학생들에 대한 징계 이외에 별다른 조치가 없는 상황을 지적하며, 성폭력 예방 교육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YTN PLUS 김성현 모바일PD
(jamkim@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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