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미대 누드크로키 수업 중 동료 남성 모델의 사진을 찍어 유포한 여성이 지난 12일 구속됐습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여성이 아닌 남성이기 때문에 수사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진행된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여성이 피해자일 때와는 수사 속도가 사뭇 다르다는 주장인데, 과연 그럴까요?
몰카 사진을 유포한 20대 여성 안 모 씨가 긴급체포된 건 지난 10일이었습니다.
4일에 수사를 시작했으니까 6일 만이죠.
체포된 바로 다음 날, 경찰은 안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영장이 청구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 하나 올라옵니다.
남자가 피해자인 홍대 몰카 사건은 경찰 수사가 속전속결로 진척된 반면, 여성이 피해자가 된 몰카 사건은 그렇지 못했다며, 몰카 피해자 중 여성 비율이 90%가 넘는데 성별에 따라 수사가 편파적으로 이뤄지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청원은 올라온 지 나흘째인 오늘,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훌쩍 넘어 무려 30만 명의 동의를 받았습니다.
실제 앞서 지난 10일에는 서강대 온라인 게시판인 '대나무숲'에는 몰카 피해자라고 밝힌 호소문이 올라오며 화제가 됐습니다.
이 여성은 신고 당시 경찰로부터 "잡기 힘들다.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홍대 몰카 사건은 용의자가 20명, 자신은 용의자가 한 명이었는데도 경찰이 조사해주지 않았다고 분개해 '성별 편파수사' 주장에 불을 지폈습니다.
[양향자 /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공권력이 상대적 약자인 여성들에 대한 몰카 범죄에 대해 이번 사건처럼 신속하게 수사에 나서서 범인을 잡았다면 여성에 대한 성범죄가 지금보다 훨씬 적었을 것입니다. 이번 사건을 빠르게 수사했듯이 여성 피해자에 대한 사건도 공정하고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물론 홍대 몰카 사건 수사가 신속하게 이루어진 것이 단순히 피해자가 남자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건 지나친 비약이란 시각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모은 사건이었고 사진이 찍힌 시간과 장소, 리고 비밀 엄수가 기본인 해당 수업에 참여한 사람들의 신원이 쉽게 파악됐기 때문에 수사가 빠르게 이루어졌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용의자가 수업 참여자로 특정됐고, 용의자들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는 과정에서 피의자 안 씨가 최근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이 발견됐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마포경찰서 관계자도 "일부러 천천히 잡을 수는 없는 일이고, 피해자나 피의자의 성별이 수사 속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온라인 반응은 뜨겁습니다.
여성 몰카도 홍대 사건처럼만 다뤄주세요, 남녀를 떠나 몰카범에 대한 확실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등 몰카 사건을 신속하고 강력하게 수사해달라는 호소가 많았습니다.
이번 논란을 단순히 성 대결로 몰아가기보다는 성범죄 수사와 처벌 수준을 한층 더 높이는 '상향 평준화'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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