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현장 24, 오늘은 빗나간 수요 예측으로 혈세를 낭비하는 현장을 고발합니다.
400억짜리 호화 건물에 1년 운영비 10억 원, 지원금까지 쏟아 붙는데도 실적은 목표의 3%.
어처구니없는 이 사업의 주인공, 강원도 속초항 국제크루즈터미널입니다.
송세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강원도 속초항 한쪽에 지상 3층짜리 화려한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국제크루즈터미널입니다.
건물을 짓는 데만 400억 원 가까운 세금이 들어갔습니다.
강원도와 속초시는 올해 크루즈 선박을 100차례 입항시키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이병선 / 전 속초시장 (지난해 11월) : 우리는 동해안 최북단에 있는 어떤 지정학적 여건의 장점이 있습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우리 속초 크루즈 산업을 명실상부한 관광 산업으로 만들 예정이고요.]
1년이 흐른 지금, 매표소는 불이 꺼져 있고 입·출국장 문도 굳게 닫혀 있습니다.
대낮인데도 이렇게 터미널 로비는 텅 비어 있습니다.
이용객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강원도와 속초시는 선박 유치를 위해 여러 가지 특혜를 약속했습니다.
크루즈 선박이 들어오면 많게는 천만 원씩 운항장려금을 줍니다.
또, 배가 항구에 정박하는 것을 돕는 예선과 도선 비용까지, 한 척에 평균 3천만 원씩 지원합니다.
배가 항구에 정박할 때 사실상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겁니다.
그런데 올해 크루즈 선박이 속초항에 들어온 것은 단 3차례.
목표의 3%에 불과합니다.
속초항에 내린 관광객은 고작 6천 명.
평균 8시간 정도만 관광하다가 떠났습니다.
[강원도 관계자 : 가장 저조했던 이유가 사드 영향에 의한 중국 관광객 감소 때문입니다.]
손님이 없으니 식당 등 부대 시설이 갖춰질 리 없습니다.
터미널 음식점이 들어올 자리입니다.
하지만 1년 넘게 비어 있습니다.
6차례나 입찰 공고를 냈지만, 지원한 사업자가 한 명도 없어 모두 유찰됐습니다.
버는 돈은 없는데 들어가는 돈은 엄청납니다.
건물 전기세와 청소비 등 운영비가 한 해 10억 원에 이릅니다.
운영비는 모두 국비로 충당합니다.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유람 중인 크루즈 선박이 잠시 들르는 '기항', 3년 동안 15차례만 확정됐습니다.
한해 다섯 차례꼴입니다.
이마저도 사정에 따라 취소될 수 있습니다.
속초항을 출발지와 도착지로 하는 '모항 크루즈'는 아예 한 건도 없습니다.
[홍창의 / 가톨릭관동대 교수 : 수요 예측도 없이 시설을 짓고 수요를 채우는 것은 그다음에 해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고 보고요.]
속초시가 터미널 사업의 목표로 내세웠던 '환동해권 크루즈 관광의 중심지'.
수백억짜리 건물에 한해 10억대 운영비, 거기에 수천만 원의 지원금까지…
장밋빛 청사진은 휴짓조각이 된 채 혈세만 낭비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YTN 송세혁[shso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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