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고생, 의대 가려면 1,500만 원 반납"...효과 있을까?

사회 2019-12-02 12:53
AD
90년대 대입 합격자 발표날의 모습입니다.

지금이야 클릭 몇 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그 대학의 운동장에서 게시판에 붙은 명단을 직접 확인해야 했는데요.

당시에는 서울대 의대보다 물리학과가 더 점수가 높았고, 인기 대학 공대는 지방 의대보다 점수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IMF를 계기로 모든 게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서울과 지방 국립대 의대가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그 뒤에야 다른 과의 이름을 찾을 수 있습니다.

서울과학고는 내년도 신입생부터 의대에 가면 3년 동안 줬던 교육비와 장학금을 모두 돌려받기로 했습니다.

1천5백만 원 정도인데 여기에 더해서 교내외에서 받은 상도 모두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그 배경과 의미를 짚어보겠습니다.

과학고 등 영재학교는 관련 법에 따라 국립이나 공립으로 운영됩니다.

과학 인재 양성을 위해 세금이 들어가는 건데 과학고를 거친 의대 진학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죠.

강남 목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성형외과나 피부과 의사를 만드는 데 과학 영재학교 세금이 들어갈 필요는 없는 겁니다.

그동안 과학고 측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교사 추천서를 써 주지 않거나 입시 요강에 의대 진학할 경우 불이익이 있다는 점을 명문화 했지만, 서울과학고는 그래도 매년 20% 정도의 학생이 꾸준히 의대에 진학했습니다.

정말 과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과학고에 가지 못한 차점자들이 기회를 박탈당한 겁니다.

[박경미 / 더불어민주당 의원(지난 10월) : 기초 과학이나 공학 분야 연구자로 양성해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게 설립 목적 중에 하나죠. 과학영재는 별도로 육성하는 게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막대한 국가 예산이 투자되는 거고…. 그런데 국민 세금으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은 후에 그걸 기반으로 의대에 진학하는 건 일종의 먹튀입니다.]

물론 교육비와 장학금 환수가 충분한 대책은 아닙니다.

1,500만 원이 큰돈이지만, 누군가는 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과학고 학생의 의대 입학 자체를 금지할 수 있느냐,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해서 위헌 요소가 있습니다.

[안선회 / 중부대 교육학과 교수 : 지원금 반환 조치를 마련하더라도 대학에서 학종으로 의대 정원을 선점하려고 하는 조치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쓸모가 없는 거죠. 의대 선발 방식이 정말 의사, 의학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 적합하도록 변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수학 잘하는 학생들이 다 의대를 가지 않습니까….]

물론 입시 제도를 손본다고 100%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이공계 인재들에 대한 처우 문제, 어제오늘 얘기가 아닌데요, 아이들의 장래희망에서 과학자가 순위권 밖이 된 건 오래전 일이죠.

문제는 부모 역시 자녀에게 '과학자'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겁니다.

실제 설문조사를 보면 의사는 초등생 학부모가 바라는 아이의 장래 직업 1위, 중·고교 학부모는 3위를 차지했지만, 과학자는 초등생 학부모 6위, 중·고등학교는 순위권 밖이었습니다.

박광렬[parkkr0824@ytn.co.kr]
ⓒ YTN & YTN PLU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
AD
AD
AD
AD
알려드립니다
광고닫기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