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도쿄올림픽이 어제 폐회식을 끝으로 우려 속에 치러진 17일간의 열전을 모두 마감했습니다
김상익 기자와 함께 올림픽 정리해 보는 시간 가져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코로나19로 많은 부분이 우리가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올림픽이었는데 어제 드디어 성화가 꺼졌네요?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쿄올림픽이 막을 내렸습니다
우선, 사상 처음으로 1년 연기됐다 치러졌다는 사실 자체가 유래 없는 일이었고요.
코로나19 속에서 강행됐지만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도 대회가 끝나는 날까지 계속됐습니다
사상 처음 '무관중 올림픽'으로 치러지긴 했지만 선수만도 1만 명 이상이 모였던 대회 기간 중에 4백 명 넘는 선수와 관계자가 확진 판정을 받지 않았습니까?
올림픽 전에 4천 명 수준이었던 일본 내 1일 확진자가 3배 이상 늘었습니다
코로나19가 세계 곳곳으로 퍼지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여기에 살인적인 폭염 때문에 선수들이 아주 힘든 대회였고요,
후쿠시마 방사능 위험 역시 우리에겐 불안하고 불편한 올림픽을 만드는 요소였습니다
[앵커]
1년 연기까지 되면서 이번 올림픽 개최에 들어간 비용이 그야말로 천문학적이지 않았습니까?
[기자]
한 영국 보고서에 따르면 도쿄올림픽 준비에 들어간 돈은 약 154억 달러, 약 17조 6천억 원으로 추산되고요
미국 언론은 최대 280억 달러까지도 보고 있습니다
2016년 리우대회 137억 달러의 2배 수준이고요 300개 병상을 갖춘 병원 300개를 지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라고 합니다
[앵커]
코로나19 위험에서도 올림픽을 강행한 이유는 결국 일본이나 IOC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겠죠?
[기자]
일본 입장에서는 그나마 대회를 열어서 발생하는 경제적 피해가 적으니까 강행했고요.
우리도 평창올림픽으로 체감하고 있습니다만 올림픽 유발 효과라는 게 사실은 과장된 측면이 많기 때문에 도쿄 역시 대규모 적자를 피할 수는 없을 전망입니다
올림픽 개최 후에 많은 국가나 도시가 어려움을 겪어야 했는데 도쿄도 그 길을 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에 IOC 입장에서는 중계권료가 수입의 70%를 차지하는데 이번에 최소 11억 달러, 약 12조 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IOC는 대회가 성공적이었다고 자화자찬하고, 일본 정부는 여전히 코로나 확산과 올림픽은 무관하다고 주장했는데 직접 들어 보시죠
[토마스 바흐 / IOC 위원장 : 분명한 건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사람 중 누구도 이번 대회를 잊지 못할 것이라는 겁니다 이번 올림픽은 독특하면서 전 세계인에게는 희망의 위대한 징후이자 상징이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 일본 총리 : 올림픽이 (일본에서의) 전염병 확산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봅니다. 저는 기회 있을 때마다 (국민에게) 집에서 경기를 관람하고, 불필요하고 긴급하지 않은 외출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앵커]
이제 우리 선수단 성적 얘기를 해보죠.
늘 10위 안에 있었는데 종합 순위 16위로 마감했죠?
[기자]
애초 목표가 금 7개 이상 세계 10위 이내 유지였는데 목표 달성에 실패했습니다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 획득했고 메달 순위는 16위입니다
금메달 수 6개는 37년 만에 최소를 기록했습니다
금메달 13개를 따냈던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성적은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 그나마 4회 연속 유지하던 톱10도 이번엔 이루지 못한 대회가 됐습니다
[앵커]
많은 메달은 못 땄지만 종목별로 메달 쏠림 현상은 여전하다는 느낌이네요?
[기자]
금메달 5개 중에서 4개를 따낸 양궁이나 펜싱과 체조는 선전했지만 태권도나 레슬링, 유도 같은 전통적인 효자 종목이 부진했습니다
특히 태권도는 21년 만에 처음으로 금메달을 못 따내서 목표 달성에 타격을 줬습니다.
체육회도 가급적 빨리 '메달 전략 종목'의 부진에 대해서 뭔가 해결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말입니다
[이기흥 / 대한체육회장 : 태권도, 레슬링, 복싱 이 부분에 대해서는 청문을 한 번 하려고 합니다. 근본적으로 연맹의 지휘 체계를 비롯한 모든 문제를 같이 성찰을 통해서 안을 만들어서 이 부분을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앵커]
하지만 요즘은 올림픽에서 굳이 메달을 못 따면 어떠냐는 의견도 적지 않더라고요?
[기자]
메달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 국민들도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는데요
하지만 올림픽이 본질적으로 선수 입장에서는 메달 경쟁을 위한 무대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일례로 영국과 일본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 공통점이 있어요. 일본은 금 3개로 23위를 했고, 영국은 금 1개로 36위였습니다
두 나라가 충격을 받았고, 이때부터 인식이 바뀌면서 선수 육성을 위한 적극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일본은 홈이기도 했지만 금 27개로 3위, 영국은 금 22개로 4위에 올랐는데요
스포츠가 갖고 있는 국민 통합이나 자긍심 고취 이런 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본 거죠
우리의 경우는 지금 혼란기로 보입니다 엘리트 체육 반대론만 득세하면 생활체육도 결국 그 기반을 잃게 되기 때문에 학교 체육도 정상화 시키면서 좀 더 균형감 있게 다뤄야 한다고 봅니다
[앵커]
이번 올림픽은 우리가 그동안 관심을 주지 못한 종목에서 선전한 경우도 많더라고요?
[기자]
대표적으로 다이빙의 우하람 선수, 비록 메달은 못 땄습니다만 스프링보드 3m에서 4위에 오르면서 우리도 이 종목에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고요
높이뛰기 한국신기록을 세우면서 4위에 오른 현역 군인 우상혁 선수도 있고요.
근대5종 사상 첫 동메달리스트 전웅태 선수도 깜짝 성과입니다
대한체육회가 곧 '메달 전략 종목' 재분류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이들처럼 발전 가능성을 보이면서 국민들 환영을 받은 종목을 '메달 육성 종목'에 포함하는 내용이 골자가 될 겁니다
[앵커]
여자배구 같은 경우도 메달은 못 땄지만 전 국민의 지지를 받았고, 김연경 선수는 최고의 스타가 됐어요?
[기자]
마지막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던 김연경 선수가 이끄는 여자배구, 메달은 못 땄지만 그 이상의 감동을 선사했죠
'8강 진출' 목표를 넘어서 4강까지 올랐는데요
앙숙 일본을 누른데 이어 터키까지 꺾으면서 단체 경기가 보여줄 수 있는 하나 되는 감동을 줬는데요
국가대표로서 마지막 경기여서인지 늘 씩씩하던 김연경 선수도 어제 세르비아전이 끝나고 나서는 눈물을 보이더라고요
[앵커]
그런가 하면 반대로 국민적인 분노를 일으킨 종목도 있었어요? 야구가 그런 경우죠?
[기자]
일본에 한 번, 미국에 두 번 무기력하게 패하고 도미니카에도 지면서 결국 메달 획득에 실패했는데요
여기에 김경문 감독의 '금메달 따러 오지 않았다'는 발언도 문제가 됐고요
대회 전부터는 방역 수칙을 어긴 심야 호텔 '술 파티' 때문에 신뢰를 잃었었죠
우리 팀이 국제대회에서 지기를 바란 건 처음이란 극단적인 팬들의 댓글도 적지 않았습니다
대선배인 김응용 전 감독도 후배들을 향해서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정말 아픈 지적인데 국내 야구에 투자하는 대기업들이 지금 어렵게 운동하고 있는 비인기 종목 선수에게 100분의 1만이라도 지원하라는 그런 쓴소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대회 특이 사항 중 하나는 어린 10대 선수들의 선전도 대단했다는 거죠?
[기자]
메달은 아쉽게 놓쳤지만 수영 자유형 100m 아시아 신기록을 작성한 고등학생 18살 황선우 선수가 있었고요.
그리고 파이팅을 김연경 선수만큼 외치던 남자 양궁의 2관왕, 17살 김제덕 선수.
그리고 여자 체조에서 올림픽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된 여서정 선수.
파리 대회가 더 기대되는 남자체조의 류성현도 10대고요
17살 여자 탁구 신유빈 선수의 인기도 대단했죠,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또, 스포츠클라이밍 종목에서 너무 잘했지만 끝내 눈물을 흘리고만 18살 서채현 선수도 우리에게 낯선 종목도 알리고 메달 가능성도 보여준 보배 같은 존재인데요
경기를 즐기면서 성적도 내는 우리 10대들이 바로 우리 올림픽 세대교체의 선두 주자들입니다
얘기 들어보시죠
[황선우 / 수영 올림픽대표, 자유형 100m 아시아新 : 도쿄올림픽을 발판으로 삼아 내년에 있는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올라가서 파리올림픽에서 좋은 성적 보여드리겠습니다.]
[여서정 / 체조 올림픽대표, 도마 동메달 : 조금 더 기술 자세나 그런 거 보완하고 이제 스타트 점수도 올릴 수 있게 열심히 연습해야 할 것 같아요.]
[김제덕 / 양궁 올림픽대표, 2관왕 : 응원해주신 만큼 더 열심히 파이팅 외치면서 즐겼던 올림픽이었던 것 같습니다. 국민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앵커]
그런가 하면 한일 갈등 요소들도 어느 때보다 많았던 대회였던 것 같아요?
[기자]
대회 전부터 조직위 홈페이지에 독도를 표시한 문제가 있었고요.
선수촌에 우리가 내걸었던 이순신 장군 글귀 현수막을 두고 IOC를 앞세워 철거하라고 압박한 것도 우리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죠
이걸 철거하면서 욱일기도 경기장에서 사용 못하게 한 게 스포츠 외교의 성과라고 대한체육회는 설명했습니다
또, 우리 선수들 급식 지원센터를 운영한 것을 갖고도 일본 정치인이 문제 삼고 트집 잡은 것도 국민적인 분노를 자아냈습니다
[앵커]
그런데 어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욱일기는 전혀 경기장에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던데요. 사실 중계 때 욱일기로부터 우리가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던 것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교묘한 일본의 군국주의적 색채가 드러난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요
한 예로 일본 여자골프 선수들은 누가 봐도 욱일기를 형상화한 유니폼을 입고 나왔고요
이게 피해자들에게는 트라우마 같은 상징인데 체육회는 사전에 알았지만 어떤 대응도 하지 않았습니다
또 스포츠클라이밍 남자부 결선에서도 볼더링 세 번째 문제가 욱일기 모양 그대로였습니다
외신과 국제연맹까지도 공식 명칭으로 이 과제를 욱일을 뜻하는 '라이징 선'이라고 불렀거든요.
김자인 선수도 나서서 사과를 요구했고, 누가 봐도 욱일기를 형상화한 건데 이 부분에 대해 대한체육회의 입장이 너무나 안일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기흥 회장은 이 부분에 대한 지적을 어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기흥 / 대한체육회장 : 그 부분에 대해서는 관점의 차이라고 봅니다. 저는 세상의 모든 상황을 똑같이 하나의 잣대로 볼 수는 없을 겁니다. 어느 정도 이것이 적절한 것인가 라는, 지나치냐 지나치지 않느냐 이런 문제라고 봅니다. 지나친 확대해석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앵커]
'관점의 차이'라 결국, 일본의 욱일기 유니폼과 볼더링 형상화는 적절하고 지나치지 않았다는 의견이네요? 우리 체육회장 맞죠?
[기자]
그렇습니다,
IOC 위원이자 한국체육의 수장인 대한체육회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습니다
여기에 대해선 체육회의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일본이 가깝지만 먼 이웃이라는 사실'을 아이러니하게도 평화의 축제 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이었는데요.
더 안타까운 건 그 중심에 대한체육회가 있었다는 겁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독일의 나치 문양 '하켄크로이츠'는 사용 자체가 법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욱일기를 계속 사용하겠다는 일본의 뻔뻔함이 과연 이런 안일한 우리의 대응 때문은 아닌지 한 번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김상익 기자와 모든 일정을 마친 도쿄올림픽 결산해 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YTN 김상익 (si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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