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31일)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알려진 지 꼭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피해자와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아직도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며 기업과 정부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했습니다.
바다 건너 해외에서도 참여했습니다.
엄윤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목에 산소발생기를 낀 채 힘겹게 펜을 듭니다.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쓴 글씨 속엔 지난 11년 투병 생활의 아픔이 담겨있습니다.
옥시 가습기 제품을 사용하다 2011년 '원인 미상 폐 질환' 진단을 받고 두 차례 폐 이식 수술을 받은 안은주 씨는 목소리마저 잃었습니다.
안 씨는 지난 2017년 정부의 긴급 지원대상에 선정돼 피해 구제를 받았지만, 옥시 측으로부터는 어떤 사과도, 배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지난 2014년 아내와 장모를 잃은 조병렬 씨는 올해 3월 처남까지 잃었습니다.
모두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는데, 피해자로 인정된 건 아내와 처남뿐, 장모는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조병렬 / 가습기 살균제 피해 유족 : 이렇게 비참하게 사람을 죽여놓고 아무 책임이 없다는 정부나 기업은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국민이 다 죽어 나가는데도 정부나 기업은 나몰라라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우후죽순 늘어난 폐 질환 환자들, 그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였다는 정부 조사가 발표된 지 10년.
"내 몸이 증거"라며 울분을 토한 피해자 중에는 아직도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사람이 많습니다.
참사 10주년을 하루 앞두고 미국과 일본, 인도 등 해외를 비롯해 전국 50여 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피해자와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1인 시위가 진행됐습니다.
[이정화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 저는 옥시 제품을 포항 이마트에서 사서 썼습니다. 정말로 피해자들이 매일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데, 피해자들을 좀 봐주셨으면 좋겠고요.]
[쿠마르 / 인도 비샤카파트남 시민활동가 : 다국적 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와 LG가 자신들의 책임을 다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시민이,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서 그들에게 책임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추산되는 피해자 95만 명 가운데 정부가 제정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법에 따라 피해를 인정받은 사람은 불과 4천백여 명.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정부가 옥시를 포함한 가해 기업들을 확실하게 처벌하고 피해자 전원에게 손해 배상을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최예용 /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 4년 전 문재인 대통령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청와대에서 만나서 사과하면서 문제 해결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무엇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게 없습니다.]
피해 유족들은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세상을 떠난 피해자들의 유품 전시회를 열고 명복을 비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YTN 엄윤주입니다.
YTN 엄윤주 (eomyj101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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