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하늘·바닷길…전쟁 장기화에 러 동포들 '근심'

[앵커]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규제가 풀리면서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해지고 있지만 러시아는 예외입니다.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석 달 넘게 하늘길이 꽉 막히면서 발이 묶인 동포들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전명수 리포터입니다.

[기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무역 회사에서 일하는 박도연 씨.

가족을 만나러 한국에 가야 하는데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하늘길이 막혀, 한국에 가려면 모스크바와 두바이를 거쳐 스무 시간 넘게 돌아가야 하다 보니,

요금도 비싼 데다 휴가를 길게 내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박도연 / 직장인 : 두 시간에 30~40만 원 정도면 왕복으로 다녀올 수 있는 거리가 지금은 이틀 걸려서 5백만 원 정도는 잡고 가야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거리고요.]

이렇게 동포들의 발이 묶이자 우리 정부는 지난 3월 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강원도 동해항으로 들어가는 특별 여객선을 띄워 70여 명의 귀국을 도왔습니다.

하지만 일회성 운항에 그쳐, 양국의 자유로운 왕래는 다시 불투명해졌습니다.

[이신우 / 강원도-러시아 협력본부장 : 그 배(특별 여객선)는 4월 1일부터 5월까지 정기 수리 예정에 있었습니다. 수리를 완료하고 다시 운항을 재개했지만 현재 여객 운항은 안되고 화물만 운항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알렉세이 스타리치코프 / 연해주 정부 국제협력청장 : 현재 저희의 가장 큰 바람은 가능한 빨리 양국 간 여객 운항을 재개하는 것입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규제를 잇달아 풀면서 다양한 교류가 재개되고 있지만, 러시아는 이처럼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관광 산업과 각종 교류는 물론 이제는 하늘길과 뱃길마저 막혀버리자 러시아 동포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블라디보스토크는 한국과 지리적 위치가 가까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이곳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30만 명에 이를 만큼 교류가 활발하던 지역입니다.

[장민석 /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 블라디보스토크와 한국은 굉장히 가까운 이웃 마을처럼 돼 있었거든요. 왕래도 굉장히 많았고…. (그런데 지금은) 생활과 사업에 있어서 큰 불편이 나타나고 있어서 굉장히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여기에 더해, 전쟁 여파로 물가 상승률이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서민 경제와 직결된 식료품값이 연일 치솟는 상황.

올 초, 블라디보스토크의 물가 상승률은 7%였지만, 국제 사회 제재가 본격화한 지난 3월과 4월에는 배로 뛰었습니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한반도처럼 종전 없는 장기 대치 상태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동포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YTN 월드 전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