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에 있는 한 빌라입니다.
지난 5월 전용 46㎡ 한 세대가 감정가 3억4천만 원에 경매로 나왔지만, 이후 다섯 차례 유찰됐습니다.
한번 유찰될 때마다 20% 정도 가격이 낮아지다 보니 최저 입찰 가격이 1억 원대까지 내려갔습니다.
낙찰받아도 현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 2억4천만 원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라 낙찰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공인중개사 A (서울 금천구) : 입찰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메리트(이점)가 없죠. 10%, 20%라도 시가보다 싸게 받아야 하는데….]
낙찰률 하락은 최근 서울 빌라 시장에서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5월부터 내림세를 보이더니 지난 8월에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뒤 9월에는 더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4월 서울 빌라 경매 물건 10건 가운데 3건은 낙찰을 받았지만, 9월에는 10건 가운데 1건만 새 주인을 찾았습니다.
100% 이하면 감정가보다 낮게 낙찰된 걸 뜻하는 낙찰가율 역시 내림세입니다.
5월에는 98%로 집계됐지만, 9월에는 90% 초반까지 낮아졌습니다.
그만큼 인기가 저조하다는 의미입니다.
낙찰자는 대부분 대출을 받아 잔금을 내는데, 금리가 올라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선뜻 나서기가 어려워진 겁니다.
집값 하락기에는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지는 빌라로 이익을 내기 힘들다는 인식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우병탁 / 신한은행 부동산팀장 : 빌라의 경우 원래 가격이 가장 나중에 오르고 떨어질 때는 가장 먼저 떨어집니다. 결국, 주택 가격 하락의 영향을 아파트보다 빌라가 더 크게 받는 것으로 보이고요.]
전세보증금이 매매가보다 더 비싸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경매로 넘어오고 있는 '깡통 전세' 물건도 낙찰률 하락을 가속화 하는 요인입니다.
[이주현 / 경매 정보 업체 '지지옥션' 선임연구원 : 그런 매물들이 경매로 넘어와도 어차피 보증금을 인수해야 하기 때문에 낙찰이 안 되고 계속 유찰을 거듭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렇다면 당연히 경매 시장의 낙찰률은 더 하락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물가가 안정되거나 금리가 정점에 달했다는 신호가 있기 전까진 경매 시장도 매매 시장과 동반 침체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YTN 최기성입니다.
촬영기자 : 김종완
그래픽 : 이은선
자막뉴스 : 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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