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진보 진영 석학, 故 신영복 교수의 손글씨를 두고 때아닌 정치색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신 교수의 손글씨를 본뜬 서체로 적은 현판과 표지석, 직인 등이 교체되고 있는 건데요.
국정원과 경기교육청에 이어, 강원교육청도 신영복 선생의 손글씨 지우기에 나섰습니다.
홍성욱 기자입니다.
[기자]
강원도 진로교육원입니다.
강원지역 학생들의 진로 상담과 체험 학습을 맡고 있습니다.
교육원 입구에 세워진 높이 3m 표지석.
학생 마음에 씨앗을 심겠다는 의미를 담아 '씨앗 드림터'라고 새겼습니다.
표지석 서체는 이른바 '신영복체.'
2016년 개원 당시 교육원 측이 고(故) 신영복 교수에게 글씨를 써달라 부탁했고, 투병 중이던 신 교수가 수락해 표지석이 놓이게 됐습니다.
신영복 교수는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66년, 통일 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20년간 복역했고, 1988년 특별가석방 출소 후 10년 뒤 사면 복권됐습니다.
통일혁명당이 추구하는 사상을 따른 것이 아닌 양심의 명령에 따른 선택이라고 밝힌 그는 한국 진보학계 대표 지식인으로 인정받았습니다.
강원도교육청은 이 표지석을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과거 통일 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장기간 복역했던 신 교수의 글씨체가 진로교육원의 표지석 서체로 적절하지 않다는 게 이유입니다.
신영복 교수의 손글씨를 본뜬 글씨체, 이른바 '신영복체' 지우기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앞서 국정원이 신영복 체로 쓴 원훈석을 교체한 데 이어, 강릉시는 허균·허난설헌 기념 현판을, 경기도교육청은 교육감 직인을 바꿨습니다.
강원도교육청은 분단의 현실을 마주한 강원도 진로교육원 기념비 글씨체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 있었다고 교체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큽니다.
[장주열/초대 강원진로교육원장 : 아이들한테 씨앗 하나 가슴속에 심어주자, 그런 간곡한 마음에서 그분도, 신영복 선생님도 아이들한테 글을 주신 거지. 강원도 교육청 보고 준 건 아니거든요. 그 뜻이 전해지게 이어져야 되는 건데 뜬금없이 그걸 치운다고 얘기하니 참 안타깝죠.]
강원도 교육청은 산하 기관이 사용하는 상징과 서체, 문구 등을 조사하고, 새로 만들 표지석에 적합한 작가도 다시 구한다는 계획입니다.
YTN 홍성욱입니다.
YTN 홍성욱 (hsw050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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