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시각장애인들이 인터넷 쇼핑을 직접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마련하지 않은 건 차별이라며 대형 쇼핑몰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요.
1심에 이어 2심 법원도 시각장애인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다만, 1심에서 인정된 3억 원에 달하는 위자료는 업체들이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홍민기 기자입니다.
[기자]
국내 대형 유통업체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입니다.
여름철 모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모두 그림으로 된 이미지 파일 안에 들어 있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은 상세한 치수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이연주 /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총장 : 이미지로 된 글자들은 접근이 안 돼요. 그러니까 순수하게 텍스트 기반의 글자만 읽을 수 있는 거거든요. / 색상들의 정보라든지 사이즈라든지….]
시각장애인 9백여 명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장애인을 차별하고 있다며, 롯데쇼핑과 신세계, 지마켓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재작년 1심 법원도 장애인들의 손을 들어주고, 화면 낭독기로 읽을 수 있도록 업체 측이 대체 텍스트 등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또 시각장애인 한 명에게 각각 10만 원씩, 업체 세 곳이 위자료로 모두 3억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업체들의 항소로 법정 싸움은 더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7년에 걸친 소송 끝에, 2심 재판부도 쇼핑몰 업체들이 '간접 차별'을 했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위자료 지급 책임은 없다고 봤습니다.
업체들이 그동안 해온 노력과 업계 현실 등을 고려했다는 게 이유입니다.
[송미경 / 서울고등법원 공보판사 : 해당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에게 차별행위에 대한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장애인들은 서비스 개선 부분은 환영한다면서도, 위자료가 인정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사법부가 보수적인 시각으로 해외 사례나 판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권리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삼희 / 한국디지털접근성진흥원 원장 : 금액이 저희한테는 중요한 것이 아니고 저희에게 필요한 것은 장애인 차별에 대한 저희 권리를 찾는 것이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업체들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시각장애인 관련 서비스는 계속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YTN 홍민기입니다.
YTN 홍민기 (hongmg122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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