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편입이 아닌 '편입 이슈' 총선 정국 등판
김포시민, 서울시민, 국민의힘, 그리고 민주당…'김포의 서울 편입'으로 누가, 어떤 이득을 실제로 볼지 현재로선 불명확합니다. 논의 초반이라 행정 구역 개편의 구체성이 떨어집니다. 아직은 선언적 의미에 머물러 있습니다. 김포 편입 이슈가 장기간 지속될지도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다만 실제 '편입'이 아닌 '편입 이슈'가 누구에게 어떤 이득을 안겨줄지는 따져볼 만합니다.
대놓고 총선용이라고 하진 않지만 누구에게 좋든, 누구에게 나쁘든 총선 정국에 미칠 화제성은 분명히 있어 보입니다. 호사가들은 벌써 "총선 판을 뒤흔들 이슈"라고 떠들기 시작합니다. 김포시는 현재 갑·을 국회의원 선거구 모두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16대 총선에선 민주당 계열이, 17~19대 총선에선 국민의힘 계열 후보가 승리했습니다. 갑·을 지역구로 나뉜 지난 20대 총선에선 양쪽이 하나씩 나눠 가졌습니다.
국민의힘의 김포 편입 '화제성' 성공…지속성은 아직
지난달 3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곧바로 김포로 향했습니다. 김포 한강 차량기지에서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간담회'를 열어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이슈를 당 차원에서 공론화했습니다. 이날 발언에서 서울 편입 확대를 시사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김 대표는 "김포가 대표적이긴 하지만 서울과 맞닿아 있는 주변 도시 중에 상당수가 행정구역만 서울과 나누어져 있을 뿐, 서울 생활권이자 문화권"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인접 도시들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김포 편입', '메가 서울' 이슈는 이미 국민의힘 안에선 내년 총선 판을 뒤흔들 일종의 '게임 체인저'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편입으로 경기 지역 일부 도시들이 수도 서울의 혜택을 보고, 서울시는 몸집을 더 키우겠다는 구상입니다.
총선을 5달 정도 앞두고 이슈의 '화제성'은 일단 인정되는 분위기입니다. 수도권 위기론에 휩싸여 온 국민의힘에 시작만큼은 성공적입니다. 다만 김포 편입 이슈를 총선 전까지 계속해서 끌고 갈 수 있는 '지속성'은 장담하지 못합니다. 총선 전까지 김포 편입이 완결될 수 없는 건 물론이고, 관련 법안 마련조차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국민의힘 입장에선 총선 전까지 김포 편입 이슈를 계속해서 끌고 가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경쟁 상대인 민주당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면 국민의힘 총선 전략으로선 대단히 성공적입니다. 민주당을 수용하지도 거부하지도 못하는 애매한 위치로 밀어 넣어야 표 계산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주민 편익 극대화'. 국민의힘이 김포 편입에 적용한 개념인데 민주당을 향해 구체적인 찬반 입장을 밝히라고 계속 압박합니다. 국민의힘은 김포시의 서울 편입 이슈를 다룰 '수도권 주민편익 개선 특별위원회'(가칭)를 발족했습니다. 특위 위원장은 조경태 의원. 그는 수도권이 아닌 부산 사하구을을 지역구로 둔 5선 의원입니다.
총선 전까지 5달. 김포 편입 이슈를 지속적으로 끌고 갈 수 있을지는 결국 국민의힘 지도부의 몫입니다. 만약 잘 끌고 갈 수 없다면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이후 이렇게까지 했는데 또 실패했다는 더 큰 비판과 충격을 감수해야 합니다.
민주당 초반 '멈칫'…행정 대개혁으로 흐름 틀기?
국민의힘이 처음 김포 편입 이슈를 던졌을 때 민주당은 난감하고 애매해 보였습니다. 확실히 나서 반발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성장과 개발 논리 앞에 서면 유독 작아지는 과거 민주당의 익숙한 모습을 보는 듯했습니다.
민주당에는 2004년 행정수도 이전 추진과 2008년 당시 한나라당의 뉴타운 개발 공약이라는 일종의 정치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행정수도 이전 추진 때 한나라당은 "서울 집값 떨어진다"고 맞불을 놨고, 뉴타운 개발 공약이 서울 전체를 뒤덮을 땐 전혀 맥을 못 췄습니다.
2008년 총선 때 뉴타운 공약 열풍으로 서울은 물론 경기도의 많은 의석을 한나라당에 내줘야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민주당은 비판의 강도를 키웠습니다. 수도권 위기에 몰린 국민의힘의 '총선용 술책'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김포 주민이 실제 어려움을 겪는 것은 교통 문제"라며 지하철 5호선 노선 연장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파고들었습니다. 최고위원회의에선 서울-경기 통폐합을 주장하는 내용의 무속인 천공의 영상까지 공개했습니다. 천공은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를 자처했던 인물입니다. 그는 한남동 관저 결정에 개입되었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총선을 앞둔 민주당 입장에선 여기서 멈추면 안 됩니다. 대응 카드가 없으면 민심은 등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민주당은 방향을 틀려 합니다. '행정 대개혁' 이슈입니다. 지난 정부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추진했던 부·울·경 특별연합의 확대 버전입니다. 서울을 포함한 권역별 메가시티에, 시군구 읍면동 행정체계까지 개편하는 안을 제시하자는 게 민주당이 꺼내든 반격 카드입니다. 김포 편입만큼 즉자적이지 않고 좀 더 먼 미래의 구상이긴 해도 국민의힘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처음에 이번 김포 편입 이슈 앞에서 멈칫했던 이유는 이른바 '노무현 정신' 때문입니다.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통한 지방분권, 지방분권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은 현재 민주당 이념의 근본인데 '메가 서울'은 이와 배치됩니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수도권 지지의 우위를 점하던 민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 프레임에 갇힌다면 내년 수도권 선거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이번 이슈의 흐름을 바꾼다면 국민의힘에 역풍을 가할 수도 있습니다. 이 또한 민주당 현 지도부의 몫입니다.
김포 편입 이슈 논의에 우리 '전체 국민'은 빠져 있다
이번 김포 편입 이슈에서 정작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의사는 빠져 있습니다. 김포시 '주민편익'은 있을지 모르나 전체 '국민이익'은 일단 논의 대상이 아닙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이익만을 위한 게 아니라 대한민국이란 더 큰 공동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총선용 이슈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포 편입으로 '메가 서울'이 되면 대한민국 전체 이익에도 결국 부합한다는 건 객관적으로 입증된 사실이 아닙니다. 현재의 수도 서울은 선진국형 도시 체계가 아닙니다. 오히려 비선진국 도시체계에 가깝습니다. 서울은 제2의 도시인 부산 인구의 3배 정도입니다. 인적·물적 자원이 초집중됐습니다. 오래전부터 지방소멸을 우려할 정도입니다. 수도 서울의 성장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긴 하나 장기적으론 전체 국가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수도 런던에 대한 영국의 고민이 그랬습니다.
그렇다고 전국이 다 똑같아야 한다는 게 아닙니다. 국토의 획일이 아닌 균형을 이뤄야만 장기적인 국가 발전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김포 편입', '메가 서울' 논란 속에서도 윤석열 정부가 역대 정부 가운데 처음으로 '지방분권-균형발전' 5개년 통합계획을 수립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YTN 배인수 (insu@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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