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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 자녀 이해하려는 한국 부모들, 감금 체험도 자처"

2024.07.01 오후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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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 자녀 이해하려는 한국 부모들, 감금 체험도 자처"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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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서 사회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고 방에 틀어박힌 채 살아가는 은둔 청년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부모들이 이런 자녀를 이해해 보고자 '독방 감금 체험'까지 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30일(현지 시간) BBC "한국의 행복공장에서 부모들이 스스로를 감금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러한 현상을 조명했다.

BBC는 은둔형 외톨이를 '히키코모리'라고 부르며, 이 용어는 1990년대 일본에서 청소년과 청년층의 심각한 사회적 위축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젊은이들이 은둔한 결과 노부모에게 의존하는 중장년층 인구가 증가하게 됐고, 노인들은 연금만으로 성인 자녀를 부양하다 보니 빈곤과 우울증에 빠지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은둔 청년은 한국에서도 확산하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 보건복지부가 19~34세 1만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 이상이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가 한국의 전체 인구를 대표한다면 약 54만 명의 청년들이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라고 BBC는 강조했다.


이 가운데 은둔 청년들의 부모들이 지난 4월부터 비정부기구(NGO)인 한국청소년재단과 푸른고래리커버리센터가 후원하고 운영하는 13주간의 부모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고 BBC는 보도했다.

강원도 홍천군에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자녀와 더 잘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자녀를 더 깊이 이해해 보고자 시설 내 독방에서 격리된 채 3일 동안 생활해 보기도 한다.

이곳 작은 독방들과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는 문에 뚫려 있는 배식구뿐이다. 독방에서는 휴대폰이나 노트북이 허용되지 않으며 벽만 바라볼 수 있다. 여기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에서 물러난 자녀를 두고 있다. 이들은 세상과 단절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직접 체험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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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 자녀 이해하려는 한국 부모들, 감금 체험도 자처"
ⓒYTN

진영해(가명) 씨의 24세 아들은 3년째 자기 방에서 고립된 채 살아가고 있다. 어릴 때부터 재능이 많았던 아들에게 진 씨 부부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아들은 자주 아팠고, 교우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으며 나중에는 섭식장애까지 겪었다. 대학 진학 후 한 학기 동안 잘 지내는 것처럼 보였지만 갑자기 모든 것을 그만뒀다고 한다. 진 씨는 방에 틀어박혀 씻고 먹는 것도 소홀히 하는 아들을 보고 가슴이 찢어졌지만, 아들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말해주지 않았다.

진 씨는 행복공장으로 감금 체험을 와서 다른 고립·은둔 청년들이 쓴 쪽지를 읽고서야 "아무도 아들을 이해해 주지 않기 때문에 침묵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다는걸 깨달았다"고 돌아봤다.

박한실(가명) 씨도 7년 전부터 바깥세상과의 소통을 끊어버린 26세 아들을 이해해 보고자 감금 체험에 참여했다. 몇 차례 가출을 한 박 씨의 아들은 이제 거의 방에서 나오지 않으며, 처방받은 정신과 약을 거부하고 비디오게임에만 매달려 있다고 한다.

박 씨는 여전히 아들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격리 프로그램을 통해 아들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기 시작했다며 "아이를 특정한 틀에 억지로 맞추지 않고 아이의 삶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BBC는 앞서 소개한 조사 결과에서 청년들이 은둔하는 이유로는 취업난(24.1%), 대인관계 문제(23.5%), 가족 문제(12.4%), 건강 문제(12.4%) 등이 꼽힌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5개년 계획을 지난해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정고운 교수를 인용, 정해진 시기에 인생의 큰 이정표에 도달해야 한다는 한국 사회의 기대가 경기 침체와 저취업 시대를 지나는 젊은이들의 불안을 증폭시킨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자녀의 성취가 곧 부모의 성공이라는 생각이 가족 전체를 고립의 수렁에 빠뜨리는 원인이 되며,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어려움을 양육 실패로 인식하고 죄책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한국에서는 부모가 자신의 사랑과 감정을 언어적 표현보다는 실질적인 행동과 역할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가 열심히 일해서 자녀의 등록금을 마련하는 것은 책임을 강조하는 유교 문화의 대표적인 예"라고 전했다.

이처럼 근면을 강조하는 문화는 세계 주요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이 반영된 것일 수 있지만, 지난 30년 동안 한국에서 부의 불평등은 보다 악화됐다고 BBC는 지적했다.

김옥란 푸른고래리커버리센터장은 청년들의 고립·은둔이 가족 내 문제라는 견해가 부모들까지 주변 사람들로부터 단절시키는 결과를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평가되는 게 두려워 가까운 가족들에게도 상황을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자녀의 고립·은둔) 문제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없기에 부모들 역시 스스로를 고립시켜 명절 가족 모임에도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이유나 기자

YTN 이유나 (ly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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