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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즈픽] '여름 아니고 죽음' 극한 폭염 2024년…사람들이 점점 미쳐간다

와이즈픽 2024.07.13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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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덥다, 미치겠네!"


요즘 같은 날씨라면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오는 말이죠?

푹푹 찌는 더위에 불쾌지수가 높아지면 별것 아닌 일에도 짜증이 나기 마련인데요.

단순히 기분 탓인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폭염과 정신건강 사이에 긴밀한 연결고리가 드러난겁니다.

월평균 기온이 1도 올라갈 경우 자살률이 2.2%, 폭력 범죄는 무려 3% 급증했습니다.

기후변화가 2090년까지 전 세계 범죄율을 최대 5% 증가시킬 것이라는 무서운 경고까지 나왔습니다.

지난 4월은 역사상 가장 뜨거운 4월이었고, 더 극한의 폭염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글로벌워밍(warming)을 지나 글로벌보일링(boiling) 시대를 경험하는 요즘.

재난 수준의 폭염 앞에 정말로 우리는 미쳐가는 걸 까요?

50도에 육박하는 찜통더위.

바깥에 5분만 서 있어도 땀이 비 오듯 흐릅니다.

지표 온도는 70도를 넘어 신발 없이는 화상을 입을 수준입니다.

바짝 말라 건조한 땅에선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합니다.

심각한 기후변화는 각종 자연재해의 원인이 되고 생태계를 파괴해 생물의 다양성을 무너뜨립니다.

그런데 이 위기, 지구만 겪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도 같이 붕괴 중입니다.

[백종우 /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기온이 올라가게 되면 우리 몸은 체온을 조절해야 되는데, 교감신경이 항진되면서 '세로토닌'같은 신경전달 물질을 낮추게 됩니다. (세로토닌은) 공격성이나 우울 같은 감정을 조절하고, 행복감을 느끼는데 굉장히 중요한 신경전달 물질인데요. 이게 낮아지게 되니까 자살이 증가하고, 또 폭력성이 증가한다든지, 치명적인 결과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되고 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학계는 각종 연구를 통해 극한의 폭염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증거를 찾아냈습니다.

2015년부터 2020년 사이 미국 100개 도시에서 일어난 총기 사고 중 약 6.85%가 평균 이상의 극한 기온이 원인이었고요.

영국 런던 경찰청의 2010년 4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신고 자료를 보면, 기온이 10도 이하일 때 보다, 20도 이상일 때 폭력 범죄 발생률이 평균 14% 높았습니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신체적·성적·정서적 폭력인 IPV도 증가했는데요.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에 따르면 인도, 파키스탄, 네팔 등 남아시아 3개국에서 연평균 기온이 섭씨 1도 오를 경우, IPV 발생률이 4.49% 상승했고요.

2008년부터 2016년까지의 스페인 IPV 신고센터 접수 내역을 보면 35도가 넘는 폭염이 있은 후의 신고 건수가 그렇지 않은 날보다 2배 더 많았습니다.

높은 온도와 습도는 우울증 및 양극성장애 환자의 증상도 악화시킵니다.

실제로 2021년, 캐나다에서 발생한 기록적 폭염으로 숨진 사람의 8%는 조현병 진단을 받은 환자였습니다.

폭염 기간, 정신질환으로 응급실에 입원한 환자 7명 중 1명이 날씨의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한 국내 연구 결과도 있죠.

[백종우 /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정신건강의 위기는 북반구에서는 봄에 많습니다. 이렇게 따져보면 그게(정신건강이) 꼭 폭염이랑 어떻게 관련이 될까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는데, '변화'라는 측면에서 봐야 합니다. 추웠던 겨울에서 여름으로 넘어가기 전의 급격한 온도 변화가 기분을 조절하는 능력을 떨어뜨립니다. 기후변화는 전년 평균에 비해서 더 높아지게 되는, 역시 변화라는 측면에서 봐야 합니다. 이게 지속적으로 되면 인간이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되는데, 변화가 빠르고 급속하다 보니까 이런 고온에 적응하기 힘들고 기분 조절에 어려움을 만들고 있고요. 폭염 시기에는 아무래도 활동이 떨어지고 사람 간의 연결이 줄어듭니다. 폭염이 있는 지역의 트위터 검색에 대한 빅테이터를 보면 '외롭다', '갇힌 것 같다', '고립되었다' 이런 표현들의 급증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행동을 하기 힘듭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라든지, 심리 상담이라든지, 이런 것들에 대한 접근성이 폭염 기간에 떨어지는 게 문제를 악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고온 상황에서 신체가 받는 스트레스를 '열스트레스'라고 합니다.

열스트레스는 뇌기능 이상, 심혈관질환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키고 심각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르게 합니다.

보통은 아동이나 노인이 폭염에 취약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는데요.

건강한 성인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미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에어컨이 있는 방과, 없는 방에 배정한 뒤 매일 인지능력 테스트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에어컨이 없는 방에 머물렀던 학생들이 반응 속도도, 시험 점수도 더 낮았습니다.

최근, 5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성지순례 행사에 참여했다가 천여 명이 사망한 것도 열스트레스에 의한 온열질환이 원인이었죠.

[백종우 /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고온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땀으로 열을 배출하고 숨을 몰아쉬기도 하는데, 이런 게 일상적으로 반복되면 땀을 통해서 수분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탈수가 일어나고, 혈압이 떨어지게 됩니다. 심장이 빨리 뛰고 혈압을 높여서 우리 몸에 산소와 영향분을 빨리 공급하는 게 스트레스 호르몬의 역할인데, 폭염이 지속되면 이 스트레스 호르몬이 계속 높아지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거꾸로 탈진하게 됩니다. 혈압이 높아지고 심장이 빨리 뛰는 상태가 오래가다 보면 이걸 우리 몸이 제대로 견딜 수가 없게 됩니다. 기후변화가 남의 일이 아니라, 인류의 생존과 밀접한 일이 됐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이 가장 살아가기 적합한 온도인 18~24도 정도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개인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물을 충분히 마시고,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폭염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2019년 기준, 매년 전 세계 폭염 사망자는 48만 9000명으로 태풍·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의 합보다 훨씬 많습니다.

유례없는 폭염이 기록됬던 2022년, 유럽에서만 6만 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2024년, 지구 표면 온도는 1850년 이래 가장 뜨겁습니다.

재난 수준의 폭염에 벌써부터 세계 곳곳에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앞당겨 맞이한 것은, 여름이 아니라 죽음이었다"

'폭염 살인'의 저자 제프 구델의 말입니다.


뜨거워지는 지구를 막지 못한다면, 온실가스 저감 조치를 위한 범지구적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극한의 더위가 불러올 죽음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자유로울 수 없음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YTN 윤현경 (goyhk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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