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YTN 취재진이 만난 교제폭력 피해자들은 폭력이 이어져도 쉽게 관계를 끊지 못하고, 가해자가 감옥에 가도 불안함에서 헤어나지 못했습니다.
피해자들이 교제폭력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교제폭력 처벌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윤태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전 남자친구에게 결별을 선언했다 교제폭력에 시달린 A 씨는 오히려 피해자 행세를 하는 가해자의 말에 마음이 흔들려 다시 만남을 가졌다 결국 후회했습니다.
[피해자 A 씨 : '너랑 헤어지고 나서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던 거 다른 친구들이 막았다.' 이런 얘기도 하고 '그 사람이 진짜 자살하면 어떡하지, 나 죄책감 때문에 정말 힘들 것 같은데.' 이런 불안감이랑 무서움이 들었어요.]
전 애인에게 죽임을 당할 뻔한 B 씨는 가해자가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언젠가 다시 찾아와 앙갚음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피해자 B 씨 : '내가 법이 무섭고 그런 게 무서웠을 것 같으면 지금 찾아왔을까? 나는 법 따위 무섭지 않아.' 이러더라고요.]
피해자이면서도 관계를 쉽게 끊어내지 못하고, 가해자와 분리된 뒤에도 불안이 끝나지 않는 점.
전문가들은 교제폭력의 피해가 큰 이유를 여기서 찾습니다.
[김은정 / 변호사 : 모르는 사이면 나 때리면 바로 신고하고 거기서 이제 끝이 나는데 믿었던 사람, 신뢰관계인으로부터 폭력을 당하는 거라서 그리고 이 폭력 자체가 좀 길게 이어지는 특징이 있단 말이에요.]
이에 따라 교제폭력 처벌법을 따로 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옵니다.
벗어나기 쉽지 않은 가까운 관계에서 폭력이 지속될 경우 보복이 두려워 처벌 의사를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반의사불벌죄 적용을 배제하고,
긴급보호, 분리조치 등 적극적인 대응을 명시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교제폭력을 일반적인 폭행·상해 사건보다 예민하게 다뤄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 통해 경찰 등 수사기관도 법적 근거에 따라 더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요구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내용을 담은 법안들이 이미 꾸준히 발의돼 왔지만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故 이효정 씨 어머니 / 경남 거제 교제폭력 피해자 유족 (지난달 5일) : 21대 국회에서 교제폭력 처벌법을 통과시켰더라면 지금 내 딸은 제 옆에 있지 않았을까요? 사람 목숨보다 귀한 것은 저는 이 세상에 없다고 봅니다. 하루빨리 이 법안을 통과시켜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교제폭력 사건은 해마다 꾸준히 늘어 올해 1월부터 4달 동안 검거된 경우만 4천 명을 훌쩍 넘겼습니다.
교제폭력 피해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제는 교제폭력을 확실히 끊어내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YTN 윤태인입니다.
YTN 윤태인 (ytaei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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