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축구하다 다쳐도 보상받는데... "복무 중 손가락 절단, 보상 불가"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4년 11월 29일 (금)

□ 진행 : 박귀빈 아나운서
□ 출연자 : 국민권익위 고규태 국방보훈민원 사무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박귀빈 아나운서(이하 박귀빈): 슬기로운 생활백서, 금요일은 국민권익위원회와 함께 생활 속 놓치고 있는 권리를 찾아봅니다. 우리나라 남성분들은 젊은 나이에 대부분 군대 생활을 하는데요. 하지만, 신체 건강하게 입대했다가 군 생활 중 다치고 질병, 장애까지 입게 되었다면 국가에서 도와줘야 하겠죠. 60년 전 군 복무 중 손가락이 절단된 병사가 그동안 보훈대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던 사연, 국민권익위 국방보훈민원과 고규태 사무관을 통해 들어보죠. 어서오세요.

◇국민권익위 고규태 국방보훈민원 사무관(이하 고규태): 안녕하세요.

◆박귀빈: 사무관님, 군대에서 다치거나 질병을 입고 제대한다면 국가에서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고규태: 네, 군대에서 심하게 다쳐서 영구장애를 입게 되거나, 질병을 얻어 계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분들은 국가에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을 하게 되면 심사를 거쳐 국가유공자 또는 보훈보상대상자로 등록될 수 있게 되는데요. 군대에서 국민의 생명 재산보호와 직접 관련된 업무, 예를 들어 경계근무, 수색정찰, 유격훈련 등과 이와 관련된 교육훈련 중 부상을 입은 사람은 <국가유공자>로, 국민의 생명재산보호와 직접 관련이 없는 직무 중 단순사고, 질환으로 부상을 입게 된 사람은 <보훈보상대상자>로 나눠서 등록하게 됩니다.

◆박귀빈: 이렇게 국가유공자나 보훈보상대상자로 등록되기 위한 절차와 등록되면 어떤 혜택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고규태: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을 하게 되면 심사 절차가 크게 2단계로 나뉘는데요. 첫 번째는 요건 심사 단계로, 국가보훈부에서 신청인이 복무했던 군부대, 치료를 받았던 군병원 등으로부터 부상, 질병 발생경위 등과 관련된 자료를 받게 됩니다. 또한, 신청인이 입대하기 전에 관련 부상, 질병 기록이 있었는지도 확인하구요. 이렇게 여러 자료를 통해 심사를 해서 신청인이 입은 부상 질병과 군 직무수행, 교육훈련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거나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되면 요건 심사를 통과하게 됩니다. 두 번째는 상이등급 판정 단계로, 보훈병원에서 신체검사를 거쳐 부상 질병이 심한 정도에 따라 상이등급을 부여하는데, 1등급부터 7등급까지 등급이 부여되어야 최종 국가유공자 등으로 등록되게 됩니다. 국가유공자나 보훈보상대상자는 상이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월마다 보상금이 나오게 되고, 본인과 가족에 대한 교육지원, 채용 시 가점과 같은 취업지원, 보훈병원 또는 위탁병원에 치료비 면제, 감면 등 의료지원 혜택이 주어지게 됩니다.

◆박귀빈: 국가유공자 등록 과정이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네요. 이번에 60년 전 군에서 다친 병사를 위해 국민권익위에서 의견을 표명했다고 하던데 어떤 사연인가요?

◇고규태: 네, 민원을 신청하신 분이 올해 연세가 팔순이신데요. 이분이 1965년 육군에 입대해서 전방의 사단 통신중대 수송부에서 군 복무를 하셨습니다. 근데, 1966년 군에서 차량을 정비하던 중에 신입 병사가 실수로 차량 시동을 거는 바람에 차량 팬 속으로 손이 딸려 들어가서 결국 오른손 가운뎃 손가락 마디를 절단하게 되었습니다. 이분은 본인이 제대한 1960년대만 해도 상이군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그리 좋진 않았기 때문에 군에서 다쳤다고 말할 엄두도 못 내셨다고 하는데요. 어느 날 ‘군대에서 축구를 하다가 다리를 다친 남성분이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본인도 용기를 내서 신청하시게 됐습니다. 하지만, 2017년부터 올해까지 총 5번이나 신청하셨지만 군 병원 입원 치료기록 같은 손가락 부상과 군 복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비해당 결정 통보를 받게 되셨죠. 이분은 젊은 나이에 군 복무 중 손가락 절단 부상을 입고, 평생 남들에게 감추고 싶은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아왔는데 국가에서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 것이 억울하다고 고충민원을 신청하셨습니다.

◆박귀빈: 말만 들어도 참 억울하신 사연 같은데요. 군 내부 의무기록이 없어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이는데 어떻게 풀어가신 건가요?

◇고규태: 이분과 대면하여 사고 경위에 대해 얘기를 듣고 다치신 손가락을 직접 확인했는데, 제가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도움을 드릴 방법이 없을까 싶어 손가락 부상과 군 복무와의 연관성을 복무 중일 때와 입대 전후 기록을 통해 여러 방면으로 살펴봤는데요. 우선, 이분이 입대 전 신체검사에서 지금으로 따지면 가장 높은 1등급인 갑종 판정을 받으셨더라고요. 군 복무 당시에는 손가락을 중요하게 사용하는 차량 및 무전기 정비 업무를 보셨구요. 또, 이분이 다치고 부대 내부 의무대에 입원했을 때 면회하러 갔었다는 동료병사 2명의 진술에도 주목했습니다. 둘째로, 이분의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서와 그동안의 보훈심사 기록에는 제대 이후에 손가락 절단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진료기록이나 별도로 산업재해 요양급여를 신청한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제대 이후 부상을 당했다는 사실도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은 군에서 손가락 절단 부상을 입으면 바로 큰 국군병원으로 후송되겠지만, 이분이 입대했던 1960년대는 군 복무환경이 열악했기 때문에 실제로 군 병원이 아닌 부대 안에 의무대에서 손가락 절단 수술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구요. 이분의 병적기록을 보면 수술 직후 이례적으로 25일간이나 휴가를 다녀온 기록이 있는데, 이분은 휴가 복귀 이후 부대 지휘관들이 본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진술했는데, 부대 지휘관들이 이분의 사고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 군 병원에 후송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분은 군대에서 다쳤다는 것도 입증이 안 돼 요건 심사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국민권익위는 이러한 점들을 통해 볼 때 군 복무 중에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분의 국가유공자 등 요건 등록 여부를 다시 심사할 것을 국가보훈부에 의견표명했고, 현재 재심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박귀빈: 보통 심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나요?

◇고규태: 통상 석달 내로 걸리고 있습니다.

◆박귀빈: 이런 민원을 처리하시다 보면 어렵지만, 보람도 클 것 같습니다. 사무관님,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요?

◇고규태: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하였다가 다쳐서 제대하신 분들을 제가 만나본 바로는 몸뿐만 아니라 국가에 대한 실망이라든지 마음의 상처를 많이 입으셨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저희는 군 내부 의무기록뿐만 아니라 위 사례들처럼 다양한 증거들을 찾고,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권익을 구제해 드릴 방법을 열심히 모색하고 있으니까요. 보훈대상자 등록 신청을 하셨는데 그동안 인정되지 않아 막막하셨던 분들이 국민권익위에 도움을 많이 요청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국민권익위는 앞으로도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이 합당한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더욱 힘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귀빈: 지금까지 국민권익위 국방보훈민원과 고규태 사무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