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둔 변호사의 이유 없는 잠적, 예비 남편 재산 모두 정리한 약혼녀가 수상하다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1월 29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이정민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변호사로 일하던 33세 남성 A씨와 웹디자이너로 일하던 30살 여성 B씨는 결혼을 단 2개월 앞둔 커플이었습니다. 대다수가 그러하듯 결혼 준비 과정에서 사소한 다툼은 있었겠지만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를 만났던 그 안정감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겠죠. 예비신랑이던 변호사 A씨가 결혼을 앞두고 갑작스레 돈과 차를 요구해 사이가 틀어졌다는 게 약혼녀 B씨의 주장이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 배경은 경찰에 남성 A씨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기 때문이었죠. 약혼녀 B씨는 5천만 원이라는 돈을 구해 A씨에게 전달했고 아마도 A씨가 이 돈을 쓰며 잠적 중인 것 같다 주장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성인 남성의 단순 가출로 사건은 내사 종결됐죠. 근데 알고 보니까 변호사 A씨가 약혼녀 B씨한테 오피스텔을 해줬고 혼인신고 돼 있었습니다. 변호사 A씨가 사라지기도 전에요.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경찰은 다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파면 팔수록 황당한 증거들이 속속 드러났죠. 그러자 여성 B씨는 약혼했던 변호사가 자신에게 보내왔다는 자필 팩스 메모를 제출했는데요. 그 메모에는 ‘헤어지자 다른 남자 만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죠. 도대체 이 사건의 진실은 뭐였을까요? 정말 남성은 결혼을 앞두고 잠적한 걸까요? 아니면 이 여성이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이정민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이정민 변호사(이하 이정민): 네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이정민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법조계에서도 굉장히 유명했던 사건입니다. 착실히 일 잘하던 변호사가 어느 날 출근도 하지 않고 연락도 안 된 채 그야말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그런 사건이었죠.

◇이정민: 개인적으로도 사실 이분이 저희 학교 선배신데요. 사건이 발생했던 것도 지금 제 나이 때쯤이시고요. 그래서 좀 생각을 해보면 일상을 포기할 이유가 전혀 없는 시기였거든요. 그런데도 이 말 그대로 사라져버렸습니다.

◆이원화: 곧 휴가도 예정돼 있었고요. 퇴근할 때 직원들에게 내일 보자 이런 얘기도 했던 모양이더라고요.

◇이정민: 이 사건은 2004년 7월 29일에 일어났었는데요. A씨는 이제 이틀 뒤인 7월 31일부터 일주일간 여름 휴가를 갈 계획이었습니다. 그 당일에 직원들은 B씨의 내일 봅시다, 라는 말을 듣고 휴가 전날인 7월 30일에도 회사에 출근하겠구나라고 확신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제 2개월 뒤에는 A씨는 결혼을 예정했던 예비신랑이기도 했었고요.

◆이원화: 누구랑 사이가 안 좋았다거나 금전적 문제가 있었다거나 이런 게 전혀 아니었기 때문에 가족들 입장에서는 변호사가 잠적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본인이 원해서 잠적한 거 아니고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거다.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죠.

◇이정민: 일주일이 지나고도 A씨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서 A씨의 가족들은 경찰에 이 A씨에 대한 실종 신고를 합니다. 당시 결혼 예정이었던 약혼녀 B씨는 A씨가 3억원과 고급 승용차 사무실을 요구해 왔고 나는 어렵다고 했더니 결혼을 다시 생각하겠다며 그대로 가버렸다. 자신이 구했던 현금 5천만 원을 받은 뒤 그 돈을 쓰면서 잠적 중인 것 같다고 경찰에 진술합니다.

◆이원화: 그러니까 결혼을 앞두고 갑작스레 돈을 요구해서 본인이 일단 5천만 원 정도를 구해줬고 아마도 그거 가지고 잠적한 것 같다는 게 약혼녀의 입장인거죠?

◇이정민: 그렇죠. 그 약혼녀도 사실은 변호사랑 결혼하려면 다들 그렇게 한다더라 라고 A씨가 말했다고 진술했고요. 실질적으로 전혀 없을 만한 이야기도 아니기도 한데 특별히 또 A씨 주변에 범죄 흔적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A씨와 B씨는 2년간 교제를 하고 있었으며 2개월 뒤에 결혼을 예정한 거였으니까 이 B씨의 진술은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서 신빙성이 있다고 보이는 거죠. 그리고 자기보호 능력이 있는 성인 남성의 실종이기도 하니까 경찰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자발적 가출이겠구나라고 생각하고 내사를 종결합니다.

◆이원화: 제가 만약 이 사라진 변호사의 가족이었다면 단순 가출이라고 종결해버린 이 부분 납득이 어려웠을 것 같거든요.

◇이정민: 맞습니다. 실제로 A씨의 가족들도 납득을 할 수 없었는데요. A씨의 가족들은 수사 재개를 지속적으로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그러던 중 B 씨의 의심스러운 행동과 주변 정황들을 계속해서 발견하고 수사기관에 제출하게 됐습니다.

◆이원화: 어떤 것들이 의심할 만한 대목이었을까요?

◇이정민: B씨가 아까 말씀드렸던 내용을 다시 곱씹어 봐야 될 것 같은데요. A씨가 돈을 요구했다 아니면 결혼을 다시 생각을 해보자라고 주장을 했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A씨와 B씨의 관계에서 사실은 A씨가 B씨에게 돈을 주었던 정황들이 확인됩니다.

◆이원화: 변호사가 오히려 약혼녀한테 돈을 주고 있었다. 정말 좀 수상하긴 하네요.

◇이정민: 그뿐만이 아니라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결혼을 다시 생각해 보자라고 주장했다고 했는데요. A씨와 B씨는 이미 혼인 신고가 되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즉 B씨가 말을 했던 것처럼 A씨가 결혼을 다시 생각해 보자라고 말을 할 수 없는 거예요. 이혼을 하자라고 했으면 했지.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의심할 만한 정황은 한 번 더 펼쳐집니다.

◆이원화: 뭐였죠?

◇이정민: 실종 신고가 있고 나서 약 한 달쯤 지나서 B씨가 갑자기 경찰에게 내가 A씨로부터 받았다라고 하는 자필 팩스를 제출합니다. ‘헤어지자. 중언부언하지 말고 이혼하자. 너도 다른 남자 만나라’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고요. A씨의 필적도 맞기는 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결혼을 다시 생각해보자가 아니라 이혼하자라는 말도 잘 들어가 있던 내용이었던 거죠.

◆이원화: 그런데 이게 왜 오히려 의심을 샀다는 거죠?

◇이정민: 내용의 문제는 아니었어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문제는 형식이었는데 메모에 글자마다 글씨 크기가 조금씩 다 달랐고 깨끗한 팩스 종이에 글자가 쓰여 있는데 단어 사이사이에 약간 미미한 세로 줄들이 보였어요. 마치 단어들의 윤곽이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즈음 이제 A씨 가족들에게 목소리 식별이 어려운 아주 작고 멀리 떨어진 듯한 음성으로 저 A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잘 있어요. 다른 여자 생겼어요. 곧 들어갈게요, 라는 말만 하고 끊는 전화가 왔었습니다. 가족들은 당연히 그 목소리가 A씨 목소리가 아니었다라고 이야기했고요.

◆이원화: 그래서 어떻게 됐죠?

◇이정민: 경찰은 A씨와 B 씨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조사하기 위해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습니다. 그리고 B씨와 관련된 수색을 시작했었는데요. 이 B씨의 집에서 A의 주민등록증 그리고 곳곳이 찢겨져 있는 A씨의 일기장을 발견합니다. 사실 그 편지는 이 A 씨의 일기장을 찢어서 글자를 조합해서 만들었던 거죠.

◆이원화: 진짜 소름 끼치네요. 그러면 변호사가 가족들에게 보냈다는 음성 메시지, 이것도 이 여자가 꾸민 거예요.

◇이정민: 경찰은 해당 전화가 서울 잠실 지역에 있는 한 공중전화에서 왔다는 점을 확인하고 B씨가 돈을 주고 A씨 흉내를 내게 했던 그 남자도 찾아내서 신원을 확보합니다. 게다가 압수수색 영장으로 확인된 A씨의 자산 내역은 더 충격적이었는데요. A씨가 실종되고 이틀 만에 B씨는 A씨의 신용카드로 800만 원어치의 명품 가방을 사고 A씨의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서 A씨 보유 차량을 1천만 원에 팝니다. 또 이 A씨 명의의 오피스텔에 전세를 놓아서 보증금 6천만 원을 그대로 가져가고, A씨가 가지고 있던 통장에 있던 현금 200만 원도 그대로 출금했습니다. 지금 B씨가 주장한 거는 자진해서 잠적했고 아직도 살아있고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법률상 남편이고, 앞으로도 같이 혼인 생활을 해야 되는 사람인데 그 남편의 모든 재산과 주거지를 한 번에 처분했던 거죠. 그리고 사실 아까 했다는 혼인 신고도 조금 황당했던 게 여기에 등록된 신상정보가 A씨의 휴대전화번호가 아니었거든요. 단순한 오기가 아니고 실제로 당시 B씨가 동거하던 다른 남자, 그러니까 동거남 C의 진짜 연락처였습니다.

◆이원화: 결혼을 앞두고 있던 사람이 동거하던 남성이 있었다구요?

◇이정민: 실제로 혼인신고를 하러 갔던 사람들도 그 동거남 C와 약혼녀 B 둘이었습니다. 또 7월 29일 사건 당일에 저녁 6시 15분 남산 1호터널 요금소 CCTV에서 동거남 C씨의 차량이 촬영이 됐습니다. 그런데 그 차량의 운전석에는 약혼녀 B씨가, 조수석에는 이 변호사 A씨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확인되었습니다. 약혼녀는 물론 그 자신이 그때 분당에 있었을 뿐 자신이 차량을 운전하지 않았다라고 부인하고 있긴 하는데요. 가장 슬픈 사실은 사실 이 변호사 A씨가 약혼녀 B씨에게 3억 원을 요구한 것은커녕 약혼녀에게 돈을 줬다라고 말씀을 드렸잖아요. 사실 이 A씨는 B씨에게 오피스텔을 구입해서 B씨 명의로 등기를 해줬었는데 그 B씨와 동거남 C는 그 오피스텔에서 동거했던 겁니다.

◆이원화: 아니 자기한테 돈 요구해서 결혼이 어려워졌다 이런 이야기하지 않았었나요? 그런데 변호사가 이 여성한테 심지어 이 여성 명의로 오피스텔까지 해줬던 상황이다 이거네요.

◇이정민: 그렇죠. 그렇게 받을 거 다 받고 A씨가 실종되자 신용카드 쓰고 차 팔고 그렇게 재산을 다 처분을 하고 그걸로도 부족했었는지 인물 대행 아르바이트를 구직 사이트에서 구하고요. A씨 명의로 서류를 발급하고 전화기를 추가 개통하고 또 대출 시도를 했었고요. A씨의 보험에 대한 보험금 수령인을 약혼녀 B씨인 자신으로 변경하기도 했었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이 B씨 약혼녀요. 이 사람을 법정에도 세우지 못했다 이런 얘기가 있어요. 어떻습니까?

◇이정민: 사실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당연히 B씨가 A씨의 실종에 관여되어 있겠다 정도는 판단이 되니까요. 다만 문제가 됐던 거는 그럼 실제로 B씨가 A씨를 살해했느냐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였던 거고 살인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었거든요. 실제로 적용됐던 법조문도 불법적으로 A씨의 명의를 도용해서 금전을 취득한 사기죄 편지를 조작하고 대출 신청서를 작성했으니까 사문서 위조죄, 주민등록증을 사용해서 공문서 부정행사 뭐 이런 좀 사소한 죄목들이었죠.

◆이원화: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왔어요?

◇이정민: 1심에서는 A씨의 실종에 대한 책임을 물었던 걸로 보여요. 공식적인 죄목은 아닌데 1심은 B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니까 사실은 말도 안 되는 선고거든요. 사기죄 법정 상한이 10년이니까 사기죄 10년형을 구형한다는 건 이론상 존재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기라는 선언이거든요. 그러니까 실무적으로도 사기죄 쳤다고 10년형이 나올 수가 없고요. 다른 죄목이 조금 섞여 있긴 한데 그래도 마찬가지고 이런 상황에서는 보통 잘 나와봐야지 한 2년 정도 나오면 많이 나오는 거거든요. 오히려 이 사기죄 형량보다는 일반적으로 우발적인 살인을 하면 한 12년 정도 그 당시에 선고가 됐었는데 살인죄에 조금 더 가까운 선고형이었던 거겠죠. 그런데 항소심에서 사실 이 결과는 완전히 뒤집힙니다.

◆이원화: 어떻게 달라졌죠?

◇이정민: 징역 2년이 선고됩니다. 아까 잘 나와봐야 2년이라고 말씀드린 그대로 나왔어요. 그러니까 항소심은 살인죄의 죄책을 물어선 안 된다는 식으로 판단을 한 거고 거기에는 이 약혼녀 B씨가 A씨의 실종 그 자체에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 정말 이 실종을 주도했다거나 아니면 사망에 이르게 했다거나 라는 점을 엄격하게 입증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을 한 거예요. 뭐 틀린 말은 아니죠. 사실 계속 말씀드리지만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고 하는 말을 엄격하게 지킨 거니까요.

◆이원화: 그런데 갑자기 든 생각이 보험금 들어놨다고 했잖아요. 이 여성이 이 보험금을 탔을 가능성도 있습니까?

◇이정민: 네 아까 말씀드렸지만 대역을 구해서 보험금 수령인을 약혼녀 B씨 본인으로 옮겼다고 했었잖아요. 원래 사실은 보험금을 타기 위해서 살인을 하게 되면 보험금 수령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그런데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 B씨는 A씨의 실종이나 사망에 관여했다라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한 상황이에요. 그러면 이분은 전액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는 자격이 현재는 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아마 전액 받지 않았을까 싶고요. 그 당시에 계산됐던 보험금액의 총액은 약 한 15억 원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원화: 사건 엑스파일 오늘은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었던 한 변호사의 실종 사건 살펴봤습니다. 단순 실종이라기엔 누가 봐도 명백한 정황 증거들이 차고 넘치는 그런 사건이었는데요.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