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휘 아나운서 (이하 최휘) :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 (이하 김언경) : 안녕하세요.
◆ 최휘 : 오늘은 기후보도 관련 이야기를 해보신다고요. 그럼 이번에 1회 기후보도상 수상은 어느 언론사 누가 수상했나요?
◇ 김언경 : 기후보도상 수상자를 이야기 하기 이전에 ‘지역언론 기후보도 취재 지원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데요. 녹색전환연구소와 리영희재단이 함께 펀딩을 해서요. 올해 5월에 기후보도 취재를 하겠다는 서류신청을 받아서 그중에서 5곳을 선정해서 취재 지원금을 드렸습니다. 저희가 이런 지원사업을 하게 된 이유는 지역언론일수록 자신의 지역과 관련된 기후위기 관련 보도들이 많아져야 하는데, 정작 지역언론들의 경영상태나 취재환경이 열악하다보니 기후위기 이슈는 좀 덜 중요한 것으로 밀리지 않나 싶었고요. 그렇기 때문에 취재지원비를 드리면 조금이나마 더 좋은 지역언론의 기후보도들이 나오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했던 것입니다. 지역 내 기후위기 문제를 다룬 기획 취재, 기후대응을 위한 지역사회만의 해법을 다룬 취재 내용이면 되었는데요. 지원해주신 지역언론들의 취재 아이디어는 참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선정된 언론사 기자분들과 워크샵을 통해서 데이터저널리즘에 대한 강의도 하고, 여러 가지 자신들의 아이템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정보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보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주최 측이 보도에 대한 피드백을 드리면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인지, 사실 이번에 선정된 다섯 개 언론사의 기후보도물은 정말 모두 너무 칭찬해드리고 싶은 내용들이었어요.
◆ 최휘 : 그럼 그 취재지원을 받은 지역언론사들의 기후보도들부터 소개받아볼까요?
◇ 김언경 : 먼저 고양신문은 ‘기후위기 대응, 지속가능 교통이 답이다’를 주제로, 경기 고양시의 교통 불평등과 탄소배출 구조를 분석했습니다. 지역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상당 부분은 건물과 수송 부문에 집중돼 있다. 고양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2020년 기준 고양시 전체 온실가스 중 수송 분야 비중은 3분의 1 이상. 배출량 역시 전국 평균 대비 약 3배에 달했다고 합니다. 고양신문은 여러 연구기관이 내놓은 연구 결과물을 기반으로 심층적인 데이터 분석과 시각화를 통해 문제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동시에 기자들이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직접 이용하며 끊긴 도로와 긴 배차 간격 등 시민들이 겪는 불편을 체감하는 현장 취재를 병행한 것이 눈에 띄었어요. 대구경북 독립언론 뉴스민은 ‘경북 청송 무료버스’를 중심으로 교통복지와 탄소감축 효과를 검증하는 보도를 했습니다. 무상버스는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과 지역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어서 우리나라에서는 올 7월 기준 청송 등 전국 15개 기초지자체에서 전면 무상버스 정책이 시행 중인 상황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더 늘어날 수도 있지요. 그런데 이게 정말 어떤 효과가 있을지를 검증하는 보도들은 없었기 때문에 뉴스민의 보도는 참 좋은 취지였습니다. 취재진은 청송과 대구 그리고 전남 신안 등 여러 현장을 돌아다니며 비교 취재를 진행했는데요. 그 결과 무상버스 정책에 보완 과제들이 있다고 봤다. 수송 부문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자가용 이용자들 역시 대중교통 이용으로 전환해야 하고요. 지자체도 단순 요금 인하나 무료 정책을 넘어 대중교통 노선·배차·환승·정시성 등 운영 품질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을 했습니다. 강원 지역언론인 원주투데이는 ‘폭염 속 어린이 놀이터’를 주제로 기획보도를 했는데요. 원주시는 강원도 내에서도 어린이 인구와 놀이시설이 많은 도시지만 인구감소의 흐름 속에서 어린이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문제의식을 느낀 원주투데이 취재진은 여름 폭염 속 야외 놀이시설의 온도를 직접 측정했다. 현장에 나간 김윤혜 원주투데이 기자는 예상보다 더 뜨거워서 놀랐다고 회고했다. 취재에 함께한 한 어린이는 “친구들과 만나도 놀이터는 너무 뜨거워서 놀지 못하고, 그냥 집에서 핸드폰 게임하는 시간이 많았다”며 “기후위기가 심해지면 친구들과 밖에서 놀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원주투데이는 기후적응형 놀이터가 전국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봤다. 여기서 기후적응형 놀이터란 단순히 시설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요. 놀이터를 단순한 놀이 시설이 아닌, 아이들의 삶과 지역의 놀이 문화를 변화시킬 핵심 시설로 바라봐야 한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었습니다. 이밖에도 화성시민신문은 ‘기후변화와 외국인노동자’란 주제를 통해 기후불평등과 주거권 문제를 동시에 조명했고요. 영등포시대는 ‘산 없는 도시의 기후격차’를 주제로 시작했다가 기획 초점이 영등포 쪽방촌으로 바뀌었는데 쪽방촌의 주거권 문제를 다루는 기획기사를 실었습니다.
◆ 최휘 : 지금 소장님 설명을 들어보니 기후보도 그러면 뭔가 과학기사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정말 기후위기적 관점에서 바라보니 우리 생활과 밀접한 소재들이 다 기후보도가 될 수 있네요. 무엇보다 지역언론들이 자신들 지역의 이슈를 다루는 것도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제 기후보도상 수상작을 들어볼까요?
◇ 김언경 : 먼저 지역언론 부문부터 말씀드릴게요. 위에서 설명한 고양신문의 <기후위기 대응 지속가능교통 전환이 답이다>가 상을 받았습니다. 보도가 어떤 내용인지는 위에서 언급했지만요. 자동차 중심 도시 구조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사람 중심의 교통체계로의 전환을 제시하며 여러 대안을 탐색했다는 점, 단순히 승용차 이용 감축을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이 자발적으로 차를 내려놓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정책의 출발점이어야 한다는 관점을 강조한 것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울산저널의 <부유식 해상풍력 성공, 배후 제조 기지에 달렸다>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보도는 “부유식 해상풍력이라는 새로운 에너지 전환 산업을 단순 기술개발이나 경제 보도가 아닌, 지역 산업구조·노동·항만 인프라·지역경제의 미래와 연결해 분석한 점에서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해상풍력 단지는 단순한 전력 생산 현장이 아니라 지역 산업 재편과 에너지 주권, 노동 전환, 정의로운 전환의 실험 무대라는 사실을 드러낸 기사라는 점에서 울산 지역이 당면한 핵심 과제를 정확히 포착했고, 이를 치열하게 취재하며 공론화한 이 보도는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 최휘 : 지금까지 계속 지역언론의 기후보도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은 셈이거든요? 중앙언론 부문은 어느 언론사가 받았을까요?
◇ 김언경 : 중앙언론 부문에서는 CBS 노컷뉴스
가 취재진이 받았습니다. 사실 AI는 우리들 삶에 매우 친밀해졌고, 실제 우리 삶을 바꾸고 있는데요. AI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전력을 소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CBS 노컷뉴스의 보도는 산업·기술 혁신의 언어로만 이야기되던 AI를 기후위기 관점에서 재조명한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받았습니다. 총 12건의 연속 보도를 통해 AI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 물 사용량, 탄소 배출 규모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검증했으며, 그 과정에서 데이터센터 규제, 환경정보 공개 및 투명성 확보의 필요성을 사회적 의제로 제기했습니다. 또한 저희가 대학언론 부문을 따로 공모했는데요. 서울대저널 <서울대, 이제는 탄소중립으로 기어를 바꿀 때>가 받았습니다. 서울대저널 보도는 그간 반복적으로 지적돼 온 서울대의 과도한 에너지 소비 문제를 비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해결 구조와 전환 방향까지 제시한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대학 최초의 탄소중립 학생협의체 구성 과정, 기관의 책임 구조, 탄소배출권 거래의 한계, 캠퍼스 차원 탄소중립 전략 등 심층 인터뷰와 자료 분석을 통해 제시한 점은 대학 내부 논의를 공론장으로 끌어올린 중요한 시도로 평가되었습니다.
◆ 최휘 : 소장님이 원래 기후위기에 관심이 없다가 최근 절실함을 느끼셨다고 하셨는데요. 저도 오늘 방송을 들으면서 기후보도라는 것이 먼 것, 나랑 상관없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앞으로 기후보도를 위해서 언론사들이 어떤 자세를 가져야할지에 대해서 마무리 이야기를 해볼까요?
◇ 김언경 : 사실 제가 이전에 언론상 심사를 몇 년 간 해봤는데요. 아무래도 정치적 이슈, 또는 사회적 비리 문제 등에 대한 단독보도, 집중취재 보도는 상을 받게 되기 쉬운데요. 기후보도가 상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그 사안이 우리들 삶과 밀접하지 않고 시급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언론인과 언론소비자의 인식때문이 아닐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실제 이런 시각으로 언론이 보도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하고요. 이를 위해서는 우리에게도 기후보도 가이드라인이 다듬어져 발표되어야 할 것 같고요. 기후보도 지원사업도 더 늘어나고, 기후보도에 대한 수상 등도 더 많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후보도 관련 기관이나 네트워크가 활성화될 필요도 있습니다.
◆ 최휘 :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언경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