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화 : 저속노화라는 말,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천천히 더 건강하게 나이들자’란 의미의 키워드. 하나의 신드롬이라 불릴 만큼의 그 인기가 대단했죠. 그리고 그 중심엔 저속노화연구소 정희원 대표란 이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요. 정희원 대표, 요즘 저속노화와는 전혀 다른 이유로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함께 일해 왔던 여성 연구원으로부터 스토킹 피해를 당해왔고, 이 여성이 저속노화는 내가 만든 말이고 집필에 상당 부분 참여했으니 수익을 나눠야한단 요구를 해왔다 밝혔죠. 그리고 결국 정 대표는 해당 여성을 스토킹처벌법 위반 및 공갈미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할 수밖에 없었다 밝혔습니다. 사실관계가 무엇이든 대중들은 충격이었죠.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요. 정희원 대표와 전 위촉연구원이었던 여성 A 씨가 서로를 향해 스토킹과 가스라이팅, 협박을 당했다며 정면으로 맞서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궁금한 건 이렇게 같은 상황을 두고 양측 주장이 정반대로 갈릴 경우, 이 진위 여부는 어떻게 가려낼 수 있는 걸까요. 앞으로 두 사람이 넘어야 할 법적 공방, 상당히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김보경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김보경 : 안녕하세요, 김보경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트렌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단어죠. ‘저속노화’. 그런데 저속노화 전문가로 알려진 정희원 대표의 사생활 논란이 법적 갈등으로 이어진 상황이라 진위여부를 떠나 많은 분들이 놀라셨을 것 같아요.
◆ 김보경 : 네, 정희원 대표 측에서는 A 씨는 함께 일하며 자료 조사 등 보조 업무를 맡았던 위촉연구원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 3월부터 올해 6월 사이에 친밀감을 느껴 일시적으로 교류한 사실이 있다고 해요. 하지만 A 씨의 집필 능력이 낮아 정 대표와의 저서 공저가 불가능해 올해 6월에 공동저서 및 위촉연구원 계약 해지를 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A 씨가 그 이후인 9월부터 정 대표 아내의 근무처에 나타나거나 정 대표의 집에 찾아왔고, 이 때문에 정 대표는 A 씨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신고하여 A 씨는 경찰로부터 A 씨 주거 등에 접근금지를 하는 잠정조치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A 씨에는 정 대표에게 사회적으로 매장하겠다, 2년간의 모든 수입을 합의금으로 달라는 협박을 하였고, ‘아내와 이혼하고 나와 결혼해달라’고 요구하기까지 하였다고 합니다. 이때문에 결국 A 씨를 스토킹처벌법 위반, 공갈미수, 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고소하였다는 것이 정 대표 측의 주장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정 대표가 A 씨의 주거 방문, 협박 행위가 자신을 불안하게 하니 보호가 필요하다고 경찰에 요청하였고, 이에 경찰에서 A 씨의 행위가 스토킹에 해당한다는 기초적인 판단 하에 A 씨가 정 대표의 주거지 등 100미터 이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임시조치를 내렸다고 보시면 됩니다.
◇ 이원화 : 네, 이게 말 그대로 임시조치니까. 종국적으로 스토킹 범죄에 해당한다는 그런 판단이 나온 거는 아직 아닌 거죠?
◆ 김보경 : 네, 맞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연구원 A 씨가 이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란 명확한 목적이 있었고 단발적이어서 스토킹이라 볼 수 없다. 그리고 이혼 종용에 대해서도 완전히 다른 말을 하고 있잖아요? 이럴 경우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 김보경 : 일단 스토킹처벌법에서 정의하는 ‘스토킹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이유가 없고,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여야 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 저작권 문제 해결이라는 명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수단과 방법이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는지, 대리인을 통하거나 민사소송 등 정식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던 건 아닌지 봐야 합니다. 만약에 연락의 주된 목적이 단순 감정 표출이었다면 판례상 ‘정당한 이유’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또한 판례상 피해자의 거부 의사 이후에도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하거나 방법을 바꾸어 연락을 시도했다면 범의가 계속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혼 종용에 대해서는 양측의 진술이 완전히 엇갈리고 있어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 같습니다.
◇ 이원화 : 본인의 저작권이라는 권리 주장을 하기 위해서라도 방법이 적정하지 않다면 충분히 스토킹이 될 수 있다 이 말씀이신 것 같아요. 그리고 공갈미수 혐의 있잖아요? 정희원 대표 말에 의하면, 연구원 A 씨가 ‘저속노화는 내가 만든 말이다’, ‘집필에 참여했으니 수익을 달라’는 식으로 요구를 해왔단 건데 이게 공갈인지 아니면 정당한 주장인지는 어떻게 판별하죠? 그리고 저속노화라는 개념, 법적으로 소유권이나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 건지 이것도 궁금합니다.
◆ 김보경 : 우선, 형법상 공갈은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켜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설령 협박의 내용이 채권의 행사라는 권리행사의 일환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행사의 수단과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서면 공갈죄가 성립합니다. 예를 들어 과도한 금원을 요구하는 경우 공갈죄가 성립된다고 보는 판례가 많습니다. 그리고 A 씨의 주장과 같이 저속노화라는 개념에 법적으로 소유권이나 저작권을 주장하는 것은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에서도 판례를 통해 '저속노화'와 같은 짧은 용어나 제목은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설령 A 씨가 연구원으로서 집필에 참여했다 하더라도, 결국 업무상 저작물에 해당하여 저작권은 소속 법인에 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 이원화 : 여기서 이제 짧게 말씀드리자면, 이 저속노화연구소라는 곳이 법인입니다. 정희원 대표가 대표로 있는 그런 법인 사업체고, 그렇기 때문에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업무상 저작물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설명 드립니다. 그런데 연구원 A 씨도 맞고소에 나선 상황이잖아요? A 씨 측은 정 대표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저작권법 위반, 무고,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변호사님, A 씨 측 주장에 대해서도 정리를 해주시죠.
◆ 김보경 : 일단 말씀하신 것처럼 ‘저속노화’에 대한 A 씨 자신의 저작권을 주장한 것이 저작권법 위반 고소 내용일 것이고요. 그리고 A 씨는 자신의 사용자인 정 대표가 지위를 이용하여 반복적으로 성적인 요구를 하였으므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에 해당하며, 정 대표의 고소 내용은 모두 무고이고 언론을 통해 기사화된 A 씨 자신에 대한 내용은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특히 쟁점이 되는 부분은,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이었단 A 씨 주장과 사적으로 친밀감을 느꼈고, 오히려 상대방의 일방적 터치였단 정 대표 주장이거든요? 같은 건을 놓고 완전히 두 사람 입장이 갈릴 때 이 부분은 법적으로 어떻게 판단하곤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 김보경 : 일단 법적으로 판단을 할 때는 양측의 주관적인 주장에만 의존하지 않고요. 신체접촉이 ‘위력에 의한 추행’인지 ‘사적 친밀감의 표현’인지는 양 당사자 간 관계에서 비롯되는 위력이 존재하는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였는지, 행위 자체가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 등을 유발하는지가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그리고 위력에는 연령, 사회적 지위 등도 포함되지만 같은 상하 관계라도 모든 신체접촉을 일률적으로 추행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군대 상하 관계 같은 명확한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경우, 하급자는 상급자의 부적절한 신체접촉에 적극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심리 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보는 판례가 있지만. 접촉 부위가 특별히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가 아니고 당시 상황에 비추어 피해자가 느꼈을 감정이 성적 수치심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추행으로 보지 않는 판례도 존재합니다. 결국 위력의 존재와 그로 인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는지 를 객관적인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 이원화 : 여기에 더해 많은 분들이 주목했던 대목, ‘마사지를 해주겠다고 해서 숙박업소에 간 적은 있지만 육체적 관계는 없었다’란 부분이거든요? 변호사님은 이 부분 어떻게 들으셨어요?
◆ 김보경 : A 씨는 자신이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만약 정 대표 주장대로 A 씨가 먼저 숙박업소에서 마사지를 해주겠다는 의사로 정 대표를 숙박업소에 데리고 가 먼저 신체 접촉을 시도하였고, 그 접촉도 마사지 정도에 불과하였다면 행위 태양이 마사지의 수준을 넘지 않았을 것이고. A 씨가 자신이 의도한 마사지를 했던 만큼 A 씨가 느낀 감정이 불쾌감, 성적 수치심에 이르지 않았을 테니 숙박업소에서 있었던 신체접촉에 대해서는 강제추행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네, 그리고 좀 더 말씀을 드리자면 정 대표도 가정이 있는 분으로 알고 있는데. 아내에 대한 메시지도 살짝 담겨 있지 않았을까. ‘부정행위는 하지 않았다’ 이런 거요. 그런데 사실 성행위까지 나아가지 않아도 부정행위는 충분히 성립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이 부분은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스라이팅’이란 표현을 양측 모두 주장하고 있거든요? 이 부분은 법적으로 어떻게 다뤄질까요?
◆ 김보경 : A 씨 측은 정 대표로부터 ‘성적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을 가스라이팅이라고 하고, 정 대표 측은 A 씨로부터 ‘본인이 아니면 정 대표가 타락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을 가스라이팅이라고 하는데요. 일단 단순 협박솨 가스라이팅은 그 의미가 구분되어야 겠지만, A 씨 측의 주장대로 정 대표가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라면서 성적 요구를 하였다면 이건 A 씨의 자유의사를 억압하는 ‘위력’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정 대표와 진술이 엇갈리고 있으므로 수사기관과 재판부에서도 양측의 관계, 구체적인 증거, 진술의 일관성, 합리성을 종합적으로 심리하여 판단할 것입니다.
◇ 이원화 : 그리고 증거 문제도 좀 보죠. 언론 보도를 통해 A 씨가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와 녹취가 나왔거든요. 변호사님도 보셨나요? 어떤 내용들이었을까요?
◆ 김보경 :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면 정 대표는 지난 2월 A 씨에게 ‘성적 행위를 묘사하는 소설’을 보냈고, 그 소설에는 정 대표의 이름과 A 씨가 언급됐습니다. 그리고 녹취파일에는 정 대표가 특정 신체 부위를 언급하며 ‘보고 싶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 이원화 : 여기서 정희원 대표는 악의적으로 편집됐다 주장하던데요. 변호사님이 보시기에, 이번 사건의 법적 공방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결국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 김보경 : 지금 작년 3월부터 올해 6월 사이에는 정 대표와 A 씨의 관계가 친밀했고, 신체접촉 또한 있었다는 사실에는 양 당사자 간 다툼이 없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당시 관계가 형성되고 유지되는데 정 대표의 지위를 이용한 압박이 존재하였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문제에 따라 정 대표가 A 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의 내용, 정 대표와 A 씨의 신체 접촉 행위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 이원화 :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