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가량 수학 난제로 꼽히던 '소파 움직이기 문제'를 해결한 한국인의 연구가 지난해 10대 수학 혁신 사례로 선정됐다.
미국 과학 전문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2025년 10대 수학 혁신 중 하나로 소파 움직이기 문제를 풀어낸 백진언(31) 고등과학원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 박사(허준이펠로우)의 연구를 선정했다.
소파 움직이기 문제는 폭이 1이고 직각으로 꺾인 좁은 복도를 지나갈 수 있는 가장 면적이 넓은 도형을 묻는 문제다. 1966년 캐나다 수학자 레오 모저가 제시한 문제로, 난해한 여타 수학 난제와 달리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문제로 유명해 미국 수학 교과서에도 실리기도 했다.
수십년간 수학자들은 여러 도형을 시도한 끝에 과거 유선 전화기 모양의 소파 형태가 가장 이상적이란 걸 확인했지만 이론으로 이를 검증하지는 못했다.
1968년 영국 수학자 존 해머슬리가 넓이 약 2.2074 소파를 처음 제시했고, 1992년 미국 수학자 조셉 거버 럿거스대 교수가 소파가 벽에 닿는 순서를 고려해 최적화한 18개 곡선으로 만든 2.2195 면적의 '거버의 소파'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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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수학 난제]()
백 연구원이 검증한 소파의 모양
7년간 이 문제에 도전해 온 백 박사는 2024년 말 119장에 달하는 논문을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발표하며 거버의 소파보다 더 넓은 소파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컴퓨터를 이용해 상한선을 좁혀 가는 기존 연구들과 달리 논리적 추론을 통해 거버의 소파가 최적의 모형을 처음 입증한 것이다.
그는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전문요원으로 병역을 이수하면서 이 문제를 처음 접하게 됐고, 미국 미시간대 박사과정을 밟으며 끈질기게 문제에 도전한 끝에 풀이를 찾는 데 성공했다.
백 박사는 문제를 푸는 과정에 대해 희망을 계속 가지면서 깨트리고, 잿더미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으며 더 나아가는 것이라고 비유하며 "평소 몽상가에 가까운데, 내게 수학 연구는 꿈을 꾸는 것과 깨는 것 사이의 반복"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수학계 최고 학술지 '수학 연보'에 투고돼 검증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이 소파 문제는 역사적 맥락이 많지 않고 뒤에 이론이 있는지도 모호하지만, 연구에서 기존에 알려진 이론과 연결 짓고 최적화 문제로 바꾸며 문제에 맞는 아이디어들을 만들어냈다"며 "문제에 맥락이 생기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작은 씨앗을 하나 만들었다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이어 "어린 시절 박부성 경상대 교수님의 수학 퍼즐 책을 너무 좋아했고 그런 간단하지만 풀리지 않은 문제들을 계속 수집하고 풀고 싶었다"며 "학계 대부분은 더 깊은 이론 위의 문제를 좋아하는데, 저는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는 문제들이 지금까지도 제일 좋다"고 말했다.
연세대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할 당시 29세 나이로 문제를 푼 백 박사는 자신이 대학원 기간 수년을 한 문제에 몰입할 수 있던 것을 '축복'으로 평가하며 시간적 여유와 인내심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박사는 "논문 수나, 단기간에 여러 일들을 시키면서 빠르게 성과 점검을 하는 것보다 더 긴 호흡을 가지고 어떤 근본적 문제를 푸는지에 대한 종합 평가가 된다면 더 좋을 것"이라며 "저는 지금 상황에 만족하지만, 그게 다른 이들에게도 더 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YTN digital 이유나 (ly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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