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숭이 오바마’ 영상을 올렸다가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이를 삭제하면서 "직원 실수"였다고 주장했으나, 이런 해명이 석연치 않으며 선뜻 믿기 힘들다는 지적이 미국 언론에서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밤(이하 모두 미국 동부시간 기준)에 소셜 미디어에 부정선거 주장을 담은 동영상을 올렸으며, 이 영상 끝 부분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가 유인원으로 묘사된 부분이 포함돼 거센 비판 여론이 일었습니다.
백악관은 처음에는 이 게시물에 문제가 없다며 비판 의견을 "가짜 분노"라고 깎아내렸으나, 여론이 악화하고 공화당 정치인들도 포함해 곳곳에서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지자 약 12시간 만인 6일에는 "직원 실수로 게시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게시물을 삭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영상 전체를 보지 않고 소셜 미디어 계정을 관리하는 직원에게 넘겼고 직원이 실수해서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올렸다는 게 백악관과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사건 경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일은 본인 실수가 아니라고 말했으며, 사과 요구도 거부했습니다.
또 문제의 실수를 저질렀다는 직원이 어떤 인물인지나 이 인물에 대해 어떤 조치를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런 해명에 대해 CNN 방송은 믿기 힘든 이유가 여러 가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일단 문제의 게시물은 목요일인 5일 밤늦게, 자정 가까이 돼서 게시됐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하듯이 짧은 시간 내에 우르르 올린 게시물과 재 게시물 수십 개 가운데에 포함돼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한꺼번에 수십 개 게시물을 한밤중에 올리는 일은 본인이 직접 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또 전체 영상이 겨우 1분이 살짝 넘는 정도로 매우 짧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처 전체를 보지 않고 직원에게 넘겼다는 주장도 선뜻 믿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게다가 백악관이 처음에 이 게시물에 문제가 없다고 강변했고 약 12시간 동안 지우지 않고 그대로 뒀다는 점도 "실수"로 올린 것이라고 믿기 힘들게 하는 정황입니다.
하지만 해명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부터 이런 극우 성향 게시물을 여러 차례 올려왔다는 점이라고 CNN은 지적했습니다.
CNN은 "다년간에 걸친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피드는 종종 대안우파 선동가가 올릴 것 같은 내용과 닮았다"고 지적하면서, 트럼프가 인종차별과 백인우월주의를 주장하는 극우 성향의 글을 올렸던 사례들을 여러 건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가까운 보좌관 두어 명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접근 권한을 갖고 있긴 하지만, 트럼프가 트루스소셜에 타인 작성 게시물을 재게시하는 경우도 포함해서 글을 직접 올리는 경우가 자주 있다는 것이 CNN의 보도"라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가 자신의 소셜 미디어 게시물이 논란을 일으키자 부하 직원 탓으로 돌린 일이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트럼프는 대선 경선 후보였던 2015년에 다른 경선 후보의 지지율이 높은 아이오와주의 유권자들을 깎아내리는 트위터 게시물을 재게시했다가 논란이 일자 "실수로 리트윗을 했던 젊은 인턴이 사과합니다"라는 게시물을 나중에 올렸습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정치인이라면 침몰했을 논란들을 종종 무사히 넘긴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거짓말을 계속하고 있고 형사 유죄 판결을 받고도 두 번째로 대통령에 당선된 점 등을 꼽았습니다.
그러나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분노가 널리 퍼져나가자 트럼프 대통령도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는 게 뉴욕타임스의 진단입니다.
공화당 내 트럼프 비판자인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누구든, 지금까지 얼마나 우세했든 상관없이 정치적 중력은 정치적 중력"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애리조나 주에서 활동하는 공화당 전략가 배럿 마슨은 이번 논란이 오랫동안 흑인과 히스패닉 커뮤니티를 파고들려고 시도해 온 공화당에 추가적인 부담이 될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진전을 날려버렸고 이제 그 성과들을 완전히 무너뜨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배럿은 "그(트럼프 대통령)는 실수를 인정할 줄 모르므로 그 실수로부터 배울 수도 없고,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날 공산이 100%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욕적이고 인종 차별적인 내용을 게시하거나 재게시하는 것이 이번이 마지막일까? 결코 그럴 리가 없다고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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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한상옥 (hanso@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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