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다른 사람 통장에 소액을 입금한 뒤 보이스피싱 계좌라고 허위 신고해 정지되게 만드는 '통장 협박 범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지급정지 제도'를 악용하는 건데, 무고한 시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이현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12월, 자영업자 A 씨의 휴대전화에 계좌로 돈이 입금됐다는 알림이 울렸습니다.
문자에 찍힌 금액은 20만 원, 입금자명에는 알 수 없는 알파벳 조합만 남겨 있었습니다.
당황하던 것도 잠시, A 씨의 일상은 순식간에 마비됐습니다.
타인 계좌에 소액을 보낸 뒤 보이스피싱을 당했다고 허위 신고해, 지급정지시키는 이른바 '통장 협박'을 당한 겁니다.
[A 씨 / 통장 협박 피해자 : 지금은 뭐만 '띵동' 하는 순간 이제 사람이 정신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는 거예요.]
A 씨는 그날로 모든 금융거래가 중단돼 계좌이체와 체크카드 사용은 물론 신용카드 자동이체까지 막혔습니다.
계좌를 풀고 싶으면 암호 화폐를 내놓으라는 협박이 이어졌지만, 은행의 도움을 받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사기계좌 명의자라는 이유로 고객센터 상담원 전화 연결은 차단됐고, 이의 신청을 안내하는 메시지만 돌아왔습니다.
이후 예금 거래 내역서와 피해구제취소신청서, 신분증 등 온갖 자료를 제출하고 거래 정지가 풀리기까지 2주가 걸렸습니다.
하지만, 2월 말에 또 통장 협박을 받으면서 계좌는 다시 동결됐고, 지금까지 먹통입니다.
[A 씨 / 통장 협박 피해자 : 알지도 못하는 돈을 '왜 받으셨는지 소명하세요'라고 얘기해요, 은행에서. 그때부터 저희 같은 사람들의 악몽의 시작인 거죠.]
최근 비슷한 피해가 잇따르자 금융감독원은 이의제기 심사 기간을 영업일 기준 5일 이내로 제한하고, 제출자료를 간소화하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은행별로 소명 여부를 판단하는 약관과 내규가 다른 데다, 계좌 정지 전에 허위신고 여부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대책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범죄 예방을 위해 필요한 제도이지만, 이를 악용한 또 다른 범죄를 걸러낼 수 있는 금융권의 정교한 대응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YTN 이현정입니다.
영상기자 : 김현미
디자인 : 윤다솔
YTN 이현정 (leehj031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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