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출판사와 협업한 편의점 빵이 선풍적 인기를 끄는 등, '책'을 소재로 한 상품 판매와 구매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독서가 과시를 위한 소비로만 전락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는데요.
실제로는 어떤지, 이준엽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기자]
보시다시피 재고는 '0개', 요즘 없어서 못 판다는 '문학 빵'입니다.
앱에는 안 잡혀도 물류 시간엔 현장에 남아있을 수도 있다는데요.
제가 직접 밤낮으로 찾아 나서보겠습니다.
일단 밤에 돌아봤지만, 빈손이었습니다.
[편의점 운영자 : 저도 한 번도 못 봤어요. (아 그래요?) 볼 수가 없지, 아침 근무자만 보지. 빵이 남아있어야 보지. (오면 바로 사 가겠네요?) 물류 차량을 따라다닌다니까 사람들이.]
[편의점 근무자 : 다 팔렸을 거에요. 그거 인기가 매우 많아서. (여기도 없다고 합니다.)]
날이 밝았지만, 여전히 재고는 보이지 않는데요.
다시 확인해보겠습니다.
구했습니다.
물류 시간을 노려 다섯 번째 도전 끝에 만날 수 있었습니다.
[편의점 근무자 : 10분 전에 들어왔어요. (보통 바로 나가죠?) 네 요렇게 나가요. 딱 타이밍 맞게 오신 거에요.]
구매 개수를 제한하는 곳도 있습니다.
[편의점 근무자 : 이거 한 번에 다 담아가시면 좀. (아 그래요? 하나씩만 해야 해요?) 네.]
기자도 겨우 구한 '문학 빵'은 함께 주는 책갈피를 모으는 재미가 더해져, 동네 편의점 단체 대화방에서 '예약 경쟁'까지 벌어질 정도입니다.
[조혜은 / 서울 삼성동 : 평소에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좋아하는 책에 대한 책갈피도 있다고 해서 구하고 싶었는데 주변 편의점 갈 때마다 계속 품절이어서 못 구해서 너무 아쉬웠는데 오늘 있어서 두 개나 구매했습니다.]
독서가 멋으로 여겨지는 '텍스트 힙' 유행은 이제 말하기가 입 아플 정돕니다.
각종 협업 상품은 물론, 소설 '모비 딕'에서 영감을 얻은 조개 수프를 비롯해 뷔페 메뉴에까지 책이 깊숙이 스며들었습니다.
이슬아 작가가 팀의 서사와 노랫말을 맡은 그룹 '키키'의 사례처럼, 문학의 감수성은 케이팝에서도 차별화된 소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슬아 / 작가 (유튜브 '가을의 온도') : 인터뷰에서 멤버분들이 직접 하신 말들 위주로 재조합해서 쓴 거라고 생각해 주시면 돼요. 이 그룹을 빛나게 하는 가사를 쓴다는 게 매우 재밌기도 해요.]
올해 서울국제도서전도 15만 명의 관람객이 이른바 '오픈 런'까지 연출하며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역대 최저로 떨어진 성인 독서율 탓에,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합니다.
실상은 상술만 난무하고, 책은 여전히 뒷전에 머무르는 것 아니냐는 회의론입니다.
그러나 실태조사에선 뜻밖의 반전이 드러납니다.
20대 독서율은 늘어나 전 세대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연간 독서량은 성인 평균의 2배를 넘긴 데다, 책을 읽는 이유로도 공부 대신 '즐거움'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김봉곤 / 문학동네 편집자 (지난 6월) : 이미 살 만큼 책을 사고 더 예쁜 거를 찾아서 오는 거고, 젊은 독자들이 지금 굿즈를 향해서 저벅저벅 걸어오는데 이거를 왜 굳이 비판할까 싶은 생각은 있습니다.]
배우 박정민 씨나 인기 출판사 편집자까지, 활자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유튜브 콘텐츠는 20대 마음의 문을 열었습니다.
책을 단지 장식품으로 여기는 게 아니라, 문학 속에 담긴 삶의 고민에 깊이 공감하고 있는 겁니다.
[박정민 / 배우 (유튜브 '출판사 무제') : (이 소설을) 내 직업으로 대입할 수도 있고 저 사람 직업으로 대입할 수도 있고 저 사람 직업으로도 대입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나의 일, 나를 둘러싸고 있는 작은 세계가 나를 얼마나 성장시키고 바꾸는가.]
출판업계에서도 각종 협업이 실제 책 구매로 이어질 마중물이 될 거라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조아란 / 민음사 마케팅부장 : 고전은 좀 공부하듯이 읽어야 한다는 편견 같은 게 있으신 분도 있으실 거에요. 이번 협업을 계기로 책이라는 상품이 조금 더 친근하고 좀 재미있게 느껴지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활자의 위기를 단번에 바꿀 순 없겠지만, 유쾌한 접근으로 젊은 세대와의 거리를 좁힌 시도는 새로운 가능성의 싹을 틔우고 있습니다.
YTN 이준엽입니다.
영상기자 : 심원보
디자인 : 김유영
YTN 이준엽 (leej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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