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간통죄가 6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국가가 법률로 간통을 처벌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습니다.
재판관 9명 중 7명이 위헌, 2명은 합헌 결정을 내린 건데요.
하지만 위헌 결정이 난 이후에도 논란은 가시질 않고 있습니다.
간통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보다 존속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높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6월 한국 여성정책연구원이 전국 성인 2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는데요.
이 가운데 60%가 간통죄 폐지에 반대했습니다.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은 간통죄가 사생활을 침해하고, 국가 형벌권이 과도하다는 이유를 꼽았고요.
간통죄가 있어야 한다는 사람들은 성 관념이 문란해질 것을 우려하고,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요.
시민들의 목소리 들어보시죠.
[인터뷰:김건형, 경북 포항시 대도동]
"간통죄가 없어지면 바람피우는 일이 많아지고 사회가 문란해질 것 같습니다."
[인터뷰:박민재, 서울 은천동]
"
저는 남아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젊은 사람들이 요즘 자기 맘대로 움직이잖아. 젊은 사람들이 여자를 쉽게 생각해. 그래서 간통을 하고 그것을 자기가 책임감을 못 느끼잖아. 저는 그게 싫어서."
[인터뷰:이선희, 서울 목동]
"신뢰가 바탕이 돼서 (부부관계가) 유지가 되는 부분이지. 현장을 검거해서 간통죄에 의해서 유지된다 안 된다 하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인터뷰:장윤영, 경기 수원시 원천동]
"유교 국가라는 명맥을 살리는 것이 그것(간통죄)뿐만이 아니거든요. 우리나라도 성적인 것도 그렇고 많이 개방화가 됐잖아요. 지금쯤이면 폐지가 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지만 간통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 중에서도 처벌로 징역형은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간통 때문에 징역형을 사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 63.4%로 많았습니다.
남성은 69%였고, 여성도 60%에 육박했습니다.
[인터뷰: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 교수]
"(간통죄 폐지) 반대가 60.4%가 나왔잖아요. 그런데 그 안쪽에 있는 내용을 들여다보는 게 좋은데 그러면 징역형이 맞다고 생각하느냐, 이 부분에 대해서는 60% 이상이 남성은 68%, 여성도 58% 이상이 징역형은 아닌 것 같다, 이렇게 답변을 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대안적인 뭔가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아무래도 다 같이 있는 거죠."
사실 우리나라 외도율은 높은 편입니다.
한국 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6월, 성인남녀 2천 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인데요,
결혼한 응답자 중 21%, 즉 5명 중 1명꼴로 '결혼한 뒤 외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혼 남성은 37%, 기혼 여성은 6%가 외도 경험이 있다고 답했는데요
남성 10명 가운데 4명은 외도를 한 셈이죠.
그렇다면 간통죄로 처벌받는 숫자는 어떨까요?
간통을 저지른 사람들은 대체로 어떤 처벌을 받을까요?
간통죄로 고소당한 사람이 어떻게 처리됐나 봤더니, 재작년에 재판에 넘겨진 경우는 1/4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2013년 간통 범죄자 3천여 명 가운데 기소된 비율은 26%에 불과했습니다.
또한, 법정에 서더라도 엄한 처벌을 받는 일은 드물었습니다.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실형 선고는 겨우 1%에 불과했습니다.
따라서 간통죄는 우리나라에서 이미 사문화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인터뷰: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 교수]
"지금 이 법이라는 게 사문화다, 이런 얘기가 나올 정도로 작년 같은 경우는 제가 알기로는 892건이 간통으로 고소됐는데 실제 구속기소가 된 건 한 건도 없다는 말이에요. 이거는 이 법이 실제 간통이 많아지고 이렇다고 하더라도 어떤 법이 가지고 있는 구속력이나이런 게 전혀 없다는 거거든요."
게다가 가족제도와 여성을 보호한다는 애초 입법 취지가 무색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여성변호사회는 '간통죄 고소를 위해선 이혼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혼인 생활을 보호하고자 하는 간통죄가 오히려 이혼청구를 강제하는 부작용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 교수]
"가족에 대한 보호라면 이혼이 일어나지 않아야 되는데 이혼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간통죄가 적용되니까 전혀 가족 보호가 안 되고요. 여성 같은 경우는 간통죄 적용이 되고 나면 오히려 이혼과 관련된 위자료라고 그러죠. 위자료를 오히려 적게 받게 되기 때문에 여성 보호 차원에서도 사실 취지가 살지를 않아서 법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법을 없앤다는 개념보다는 다른 방법을 찾는 게 낫지 않겠나..."
간통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와 그 상대방이 성관계를 했다는 확실한 물적 증거나 당사자들의 자백이 필요한데요.
이 때문에 간통죄를 입증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는 점과 그 과정에서 사생활 침해나 인권 침해를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인터뷰:이인철, 변호사]
"흥신소에 의뢰해서 미행을 시킵니다. 한 달이면 한 달, 두 달이면 두 달 미행을 시켜요. 그러면 배우자가 호텔 같은 데 들어갔다. 그러면 경찰에 신고를 합니다. 그러면 경찰이 출동을 해요. 그러면 비상키로 열어서 현장 사진을 찍고 그다음에 속옷이라든지 침대 시트 같은 걸 채취해서 DNA 검사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볼썽사나운 일들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서로 싸우기도 하고 인권침해도 있고 또 불법적으로 미행을 하기도 하고, 도청하기도 했기 때문에 사실 범죄를 잡기 위해서는 또 다른 범죄를 양산하는 그런결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이번에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2008년 10월 30일 이후 간통 혐의로 기소되거나 형이 확정된 사람들이 공소 취소되거나 재심을 청구해 구제받을 수 있게 되는데요.
2008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간통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5,466명으로, 이 중 22명은 구속기소됐습니다.
간통죄가 사라지면서 과거 고소를 당한 연예인들은 어떻게 되는 건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인터뷰:박철, 탤런트 (2008년)]
"정말 헤어지면 죽을 것 같았었는데 저는 이게 부부 문제를 떠나서 남녀 문제를 떠나서 사람과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옥소리,탤런트 (2008년)]
"죄송합니다."
[인터뷰:이인철, 변호사]
"옥소리 씨 때문에 유명해졌어요. 이 사람이 2008년에 위헌법률제청을 신청한 겁니다. 그래서 내가 간통죄로 처벌받은 것은 너무 억울하다. 그때 사실 5:4. 헌법재판관 아홉 분 중에서 과반수인 다섯 분이 위헌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왜 위헌이 아니냐. 헌법재판소법에 의하면 어떤 법률이 위헌이 되려면 과반수뿐만 아니라 9명 중에서 6명이 찬성을 해야지만 그 법이 위헌이 되거든요. 옥소리 씨 같은 경우는 1표 차로 어떻게 보면 위헌의 인정을 안 받은 건데."
지난 2007년 요리사, 성악가 등과 외도했다는 이유로 남편 박철 씨에게 고소당했던 옥소리 씨는 2008년 간통죄에 대한 위헌 소송을 제기합니다.
그리고 그해 12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요.
2008년 11월 이후에 형이 확정됐기 때문에 재심을 청구하면 구제받을 수 있게 됩니다.
방송인 탁재훈 씨도 이혼 소송 기간 중 여성 3명과의 간통 혐의로 최근 부인에게 고소를 당했죠.
김주하 전 앵커는 혼외자 출산을 들며 남편 강 모 씨를 간통죄로 고소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번 위헌 결정으로 둘 다 공소가 자동 취소됩니다.
[인터뷰:이인철, 변호사]
"2008년 이후에 간통죄가 된 경우에는 구제가 될 수가 있는데 구제가 됐다고 해서 이 사람이 면책될 수 있는 건 아니고요. 민사적으로 위자료는 충분히 배상해야 됩니다. 그래서 대안이 중요하잖아요. 형사적으로 처벌 못 하지만 민사적으로는 배상 액수는 훨씬 높여야 돼요. 예를 들어서 미국이라든지 유럽 같은 경우에는 간통죄가 형사처벌은 안 되지만 민사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이라고 해서 심할 경우에는 그 사람의 전 재산을 몰수하는 경우도 있고요."
간통죄가 폐지됐다고 해서 간통을 해도 된다는 건 아닙니다.
형사상 처벌, 다시 말해 구속만 하지 않을 뿐 민사상 책임은 여전하기 때문에 위자료 소송 등 민사와 가사소송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또 민사적 책임을 지금보다 강화해 간통을 저지른 배우자가 지급해야 할 위자료나 손해배상액이 많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니까요.
헌재가 불륜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게 절대 아니라는 점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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