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 잉어, 숭어, 상어는 얼핏 보면 순우리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한자어다. 붕어는 부어(鮒魚), 잉어는 이어(鯉魚), 숭어는 수어(秀魚), 상어는 사어(沙魚)에서 각각 나온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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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단어들의 공통점은 첫 글자와 두 번째 글자 사이에 ‘ㅇ’이 덧붙여졌다는 것인데, 이 현상은 두 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첫 번째는 이른바 ‘모음충돌 회피현상’으로 인해 발음의 편리상 자연스럽게 매개자음인 ‘o'이 들어가 변했다는 것이다.
이는 어느 나라 말에서든 발견되는 공통된 현상으로 충분히 일리 있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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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지금은 사라진 한글 창제 당시 ‘옛이응’에 관한 것으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옛이응’은 훈민정음 28자모 가운데의 한 글자인 ‘ㆁ’으로 ‘꼭지이응’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 글자는 1443년(세종 25)에 훈민정음이 창제될 때부터 1500년대 초기까지 쓰였고, 그 뒤로도 ‘ㅇ’자와 혼용되어 쓰여 오다 조선어학회의 ‘한글맞춤법통일안’(1933) 제정으로 완전히 ‘ㅇ’자로 통합되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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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붕어, 잉어에서 ‘옛이응’은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답은 ‘魚’(어)에 있다.
원래 魚(어)의 옛 발음은 그냥 '어'가 아니라 ‘옛이응’이 달린 '어'라는 것이다. 로마자 표기로 'ngeo'(ㆁ어)였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옛이응’은 더 이상 쓰이지 않고 'ng' 소리는 'ㅇ' 받침으로 표기하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鮒魚(부어)는 부+옛이응+어로 'bungeo'(붕어)가 된 것이고, 鯉魚(리어)는 리+옛이응+어로 ‘ringeo’(링어)가 됐다가 두음법칙으로 다시 잉어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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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언제부터 부어가 붕어로 바뀌었는지 궁금해진다.
신문기사(1920년~)에서 부어를 붕어로 최초로 표기한 것은 1923년 동아일보 1923년 2월 21일 ‘가실(嘉實) 九(구)’라는 칼럼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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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마을 풍경을 묘사하는 대목 중 "농사하는 여가에서는 쑥대로 발을 만들고 밈통을 만들어 붕어와 잔고기와 게를 잡아오면 처녀가 압개천에 나가 말끔이 씨서다가 풋고추를 넛고 조려 먹엇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여기서 처음 붕어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는 아무래도 글 전체를 순 한글로만 적었기 때문에 부어란 한자식 표기의 문어체 대신 일상적으로 통용되던 구어체의 붕어로 적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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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기사를 제외한 나머지에서는 모두 부어라는 표현만을 썼다.
정리하면 이 당시에는 부어와 붕어를 혼용해서 쓰고 있었는데, 특히 한자와 병기할 때는 부어로, 그렇지 않고 단독으로 쓸 경우에만 붕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그러다 1929년 6월 19일 동아일보 ‘改訂(개정)키로 討議(토의)된 朝鮮語綴字法(조선어철자법)’이란 기사에서 붕어의 표기법이 다시 부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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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내용은 부어(鮒魚)를 붕어로, 취향(趣向)을 추향으로, 십월(十月)을 시월 등으로 표기하자는 조선어철자법 통일안에 대한 것이다.
이때 최초로 부어를 붕어로 표기해야 한다는 학술적인 논의가 이루어졌고, 결국 1933년 10월 조선어학회가 ‘조선어철자법통일안’(현행 한글맞춤법통일안)을 제정하면서 부어 대신 붕어가 공식 명칭이 되었다.
그 기준은 한자음 중 습관 등에 의하여 음이 생략되거나 또는 더해지거나 혹은 다른 음으로 변화되어 발음되는 글자는 표음적 표기법에 따라 발음대로 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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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유추해보면 그 당시 붕어를 뜻하는 鮒魚(부어)의 실제 발음이 부어(bueo)가 아닌 붕어(bungeo)에 가까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부어라고 발음하기 보다는 매개자음 ‘ㅇ’이 들어간 붕어라고 발음하는 것이 편해서일 수도 있고, 魚(어)에 옛이응 ‘ㆁ’이 남아 있어 실제 발음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을 것이다.
1933년 ‘조선어철자법통일안’ 제정으로 부어를 붕어로 표기할 것을 권고했지만 실제 언론에서는 여전히 붕어 대신 부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다 1938년에서야 붕어라는 표현이 처음 언론에 등장하는데 ‘咸北鮒魚(함북부어)를 京城(경성)에서 낚어’란 동아일보 기사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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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내용을 살펴보면 함경북도 구용평에서 1척 2,3촌(36,39cm)~2척(60cm) 가량 되는 큰 붕어(鮒魚) 5천여 마리가 청량리 양어장에 들어올 예정으로 벌써부터 장안의 낚시인들이 들떠 있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신문기사에 鮒魚(부어)를 부어가 아닌 붕어로 표기되었고, 그 후로도 이 원칙은 비교적 잘 지켜져 지금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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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조선어철자법통일안’이 제정되지 않아 지금까지 붕어를 '부어'라 부르고, 잉어를 '이어'라 불러야 된다면 이 얼마나 어색하고 불편할까? 천만다행이다.
제공=대한민국 NO.1 낚시방송 FTV(김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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