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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59] 한강에서 '줍깅' 해보니...여전히 플라스틱이 널렸다

2018.12.08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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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59] 한강에서 '줍깅' 해보니...여전히 플라스틱이 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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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 배 속에 있던 플라스틱 생수병, 전북환경운동연합(왼쪽)


지난달 인도네시아 한 국립공원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6kg을 배 속에 품은 채 발견된 향유고래에 대한 기사를 썼다.

이 고래 사체 안에는 플라스틱 컵이 100개 넘게 들어있었고 슬리퍼, 가방, 비닐봉지 등 온갖 쓰레기가 가득했다. 충격을 꾹꾹 눌러 기사를 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이틀 뒤,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전북 부안 앞바다에서 잡힌 아귀 배 속에서 500ml 플라스틱 생수병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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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59] 한강에서 '줍깅' 해보니...여전히 플라스틱이 널렸다

▲ 향유고래 배에서 나온 쓰레기들, WWF-Indonesia

최근엔 영국 엑시터대학과 플리머스 해양연구소가 멸종위기 바다거북 102마리 사체 내장을 조사한 결과, 한 마리도 빼놓지 않고 미세 플라스틱과 합성물질이 검출됐다.

다소 막연하게 느껴졌던 해양 쓰레기 문제가 우리에게도 아주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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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59] 한강에서 '줍깅' 해보니...여전히 플라스틱이 널렸다

계속해서 해양 쓰레기 문제가 대두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북유럽에서 유행한다는 '플로깅(Plogging)'이 떠올랐다.

'플로깅'은 '줍다'라는 뜻의 스웨덴어 'plocka upp(플로카 웁)'과 영어 단어 'Jogging(조깅)'의 합성어다. 말 그대로 뛰면서 해안과 길거리 쓰레기를 줍는 운동의 일종이다. 스웨덴에서 시작해 북유럽 전반으로 퍼져나갔다고 알려졌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로 'plogging'을 검색하면 3만 6천여 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알아보니 한국에서도 '플로깅'을 위한 동호회와 모임이 소소하게 열리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플로깅'이라는 생소한 단어 대신 '줍깅'이라는 말로 알기 쉽고 귀엽게 불리고 있었다.

제주도, 부산 등에서는 단순 '줍깅'을 넘어 해안과 바다로 밀려가는 쓰레기를 줍는 '비치코밍(Beachcombing, 바다(Beach)와 코밍(combing)의 합성어)' 행사도 열렸다.

기사로만 해양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할 게 아니라 직접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의도 일대에서 진행되는 한 '줍깅' 모임에 참여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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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59] 한강에서 '줍깅' 해보니...여전히 플라스틱이 널렸다

토요일이었던 지난 1일 오후 2시. 한 사회공헌 플랫폼이 주최한 '줍깅'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팀 선배와 함께 여의나루역으로 갔다. 이날 모인 사람은 15명이었다. 주말 낮에 '줍깅'을 위해 모였다고 생각하니 꽤 많게 느껴졌다.

참가 신청을 하고 소정의 활동비를 직접 지불하고 갔기 때문에 장갑과 집게, 친환경 생분해 쓰레기봉투가 지급됐다.

사실 '줍깅'은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가 혼자 집 가까운 곳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활동이다.

다만 처음 해보는 일이었고, 다른 사람들이 환경 문제를 어떻게 고민하고 있는지,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 '줍깅'이 한국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을 알고 싶어 일부러 모임을 찾았다.

이날의 임무는 두 시간 동안 한강 변 쓰레기를 줍는 것이었다. 비닐봉지와 집게를 들고 여의나루역 인근 한강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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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59] 한강에서 '줍깅' 해보니...여전히 플라스틱이 널렸다

평소 한강으로 나들이 갈 때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인적이 드문 나무나 의자 밑, 물가에 비닐봉지나 치킨 박스, 페트병, 병뚜껑, 플라스틱 조각 같은 쓰레기가 있었다.

가장 많이 눈에 띈 것은 담배꽁초였다. 담배꽁초는 산책로나 자전거도로 위, 물가에서도 쉽게 보였다. 해양 쓰레기는 이렇게 시작되는구나 싶었다.

그래서인지 '조깅'의 의미가 살짝 무색해지기 시작했다. 달리다 보면 쓰레기를 놓치기 일쑤였고, 쓰레기를 발견하면 줍기 위해 자주 멈춰서야 했다. 결국 이날 모임은 초반부터 조깅보다는 쓰레기 줍기에 더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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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59] 한강에서 '줍깅' 해보니...여전히 플라스틱이 널렸다

자주 한 곳에 멈춰 쓰레기를 줍다 보니 두 시간 동안 둘러본 거리가 약 4km 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도 쓰레기를 줍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하다 보면 운동이 되는 듯한 작은 착각도 들었다.

한강사업본부에서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어 한강 주변을 청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구석구석에 버려진 쓰레기가 많다는 건 버린 사람들의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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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59] 한강에서 '줍깅' 해보니...여전히 플라스틱이 널렸다

이날 모임 참가자 정주리 씨는 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 '줍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씨는 "환경 문제, 동물 복지 문제에 관심이 많다"며 "평소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를 쓰고 장을 볼 때도 비닐봉지를 이용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줍깅'에 참여한 것은 처음인데 담배꽁초가 너무 많아서 놀랐다"고 안타까워했다. 사람 손이 잘 닿지 않는 곳까지 가서 쓰레기를 주우려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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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59] 한강에서 '줍깅' 해보니...여전히 플라스틱이 널렸다

참가자 중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온 비디 씨도 있었다. 한국 생활 7년 차인 비디 씨는 "평소 모임 활동에 관심이 많아 참여했다"면서도 "인도네시아 해양 오염 문제가 심각하다"라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플로깅' 활동에 대해 들어보기만 했는데, 이렇게 사람들과 함께하니 좋다"라며 웃었다.

또 다른 참가자들은 주말에 운동 삼아 나오기도 했고, 평소 친분이 있었던 지인을 따라 '줍깅'에 도전한 이도 있었다.

각자 참석 이유는 달랐지만 두 시간 동안 여의도 한강공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몇몇 시민들이 "좋은 일 하신다"는 기분 좋은 칭찬도 해주셨다.

그래서일까 두 시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각각 비닐봉지 하나씩을 채웠으니 15봉지 분량의 쓰레기가 나왔다. 결코 적은 양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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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59] 한강에서 '줍깅' 해보니...여전히 플라스틱이 널렸다

각자 주운 쓰레기들을 공원 쓰레기통에 분리수거한 뒤 '줍깅' 모임은 마무리됐다. 쓰레기를 주웠다는 뿌듯함과 페트병, 비닐 등 쓰레기가 15봉지 가득 나왔다는 아쉬움이 뒤섞였다.

모임을 주최한 사회공헌 플랫폼 '빅워크' 관계자는 "사람들과 친목 도모도 하고 의미 있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모임 프로그램을 고민하다가 '플로깅'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직 한국에서 생소한 개념인 '플로깅'을 알리기 위해 모임을 더 키워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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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59] 한강에서 '줍깅' 해보니...여전히 플라스틱이 널렸다

지난해 한강공원에서 나온 쓰레기 배출량만 4천 800t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범위를 넓히면 전 세계 바다에 떠도는 플라스틱 조각은 5조 개가 넘는다(미국 공공과학도서관)는 통계가 있고, 태평양에는 거대 쓰레기 섬이 있다.

심지어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 작은 알갱이(미세 플라스틱)로 식탁 위에 올라오기 시작했다는데, '줍깅'처럼 소소하고 작은 실천부터 해보는 건 어떨까.

물론 '줍깅' 전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게 먼저겠지만.


YTN PLUS 문지영 기자
(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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