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수사팀이 삼성바이오 공장 바닥에 숨겨놓은 공용서버와 노트북을 찾아냈습니다.
과거 범죄 혐의를 받는 기업들이 증거를 어떻게 은폐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2006년 3월 현대차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은 현대차 계열사인 글로비스 사옥 9층을 압수수색합니다.
사장실 책꽂이에 꽂힌 책을 눌렀더니 책장이 열리고 비밀금고가 나타났습니다.
거기에는 50억원이 넘는 현금을 비롯해 양도성예금증서와 기밀서류 등이 보관돼 있었습니다.
검찰은 정몽구 회장의 비자금으로 판단했지만 정회장을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결국 정회장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습니다.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때도 비밀금고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삼성그룹 법무팀장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가 있었고 다른 내부 제보도 있었습니다.
특검은 비밀금고가 있다는 삼성본관과 삼성화재를 압수수색 했지만 찾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삼성화재에서 급히 폐쇄공사를 한 흔적을 발견했을 뿐입니다.
2013년,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비자금 수사에서는 이회장의 비밀 공간이 발견됐습니다.
회장 집무실 바로 옆에 마련된 이 공간은 아래층 재무팀에서 비밀 계단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출입을 위해서는 열쇠 2개와 리모컨, 비밀번호가 필요할 정도로 보안이 철저했습니다.
검찰은 이곳에서 이 회장 개인 자금과 회사 자금을 발견했습니다.
2015년 12월, 이 회장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이듬해 7월 형집행정지를 받았고 8월에는 특별사면돼 복역 기간은 1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무기거래 큰손'으로 불린 일광그룹 이규태 회장의 방산비리 사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회장은 자신이 장로로 있는 교회 안에 비밀 업무공간을 마련했습니다.
2004년 해당 교회를 다시 지을 당시 이규태 회장이 건축에 관여했기 때문에 비밀의 방도 가능했습니다.
서재에 딸린 배전실의 전선들 틈에 있는 비밀 버튼 누르면 벽 하나가 회전문식으로 돌아가게 돼 있었습니다.
이곳에는 돈세탁 관련 서류들이 보관돼 있었습니다.
이 회장은 징역 3년 10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 등을 수사한 롯데 비리 사건에서도 '은폐의 기술'을 볼 수 있었습니다.
비서실에서만 들어갈 수 있는 객실에 비밀 공간이 있었고 거기서 금전출납자료와 통장이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회사자금이 총수일가 쪽으로 흘러 들어갔는지, 어디에 쓰였는지 등은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신동빈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는 등 이 사건에 대한 사법처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앞선 사례에서 보듯 비밀공간을 찾았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처벌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해당 공간에서 찾은 서류나 물건의 증거 가치가 핵심입니다.
이번 삼성 바이오 사건 역시 이번에 발견된 공용서버와 노트북 등에서 분식회계를 입증할 증거가 나올지 지켜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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