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재판에 앞서 법원에 출석한 이 부회장은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법원에 나가 있는 취재기자 연결하겠습니다. 강희경 기자!
오늘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재판이라 관심이 컸는데요.
재판에 앞서 이 부회장이 어떤 입장을 밝혔나요?
[기자]
네, 오늘 오전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이에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9시 반쯤 법원에 출석했습니다.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부회장은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밝혔습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이재용 / 삼성전자 부회장 : (600여 일 만에 다시 법정에 서게 되셨습니다. 심경 어떠십니까?)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뇌물 인정액수가 올라가면 형량이 바뀔 수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이 부회장이 법정에 나온 건 지난해 2월 항소심 선고 이후 627일 만입니다.
앞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는데요.
특검 수사 과정에서 구속됐기 때문에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으러 나온 건 오늘이 처음입니다.
[앵커]
파기환송심 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 재수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오늘 첫 재판에선 어떤 부분이 주로 논의됐나요?
[기자]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8월 삼성이 최순실 씨에게 제공한 말 3마리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 원이 모두 뇌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2심은 삼성이 대납한 최 씨 딸 정유라 씨의 승마지원 용역 대금 36억 원만 뇌물로 판단했는데, 무죄로 본 뇌물 부분에 대해 판단이 뒤집힌 겁니다.
기존에 유죄로 인정한 금액까지 단순 합산하면 뇌물 공여액은 86억 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횡령액수도 그만큼 늘면 재수감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이 부회장의 형량에 가장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오늘 첫 재판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뤄졌습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대법에서 뇌물이 맞다고 판단된 부분에 대해 유무죄는 다투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양형 위주로 다투겠다는 취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승마 지원과 관련한 전체적인 경위나 동기 등에 대해 설명하고 양형 증인도 신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양형이 아니라 말 3필이 뇌물이냐, 승계 관련 부정청탁이 있었느냐가 주된 쟁점이 돼야 한다며,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에서 확보한 승계작업 관련 증거를 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앞으로 두 차례 기일을 나눠 유무죄와 양형 관련 공방을 이어 가기로 했습니다.
유무죄 공방 기일은 다음 달 22일, 양형 심리를 위한 기일은 12월 6일에 진행됩니다.
[앵커]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이 부회장과 삼성에 대해 이례적인 당부의 말을 했다는데, 어떤 발언이었나요?
[기자]
네, 재판장인 정준영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재판 말미에 이례적으로 5분에 걸쳐 이 부회장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습니다.
정 부장판사는 심리 기간 중에도 당당하게 기업 총수로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기 바란다며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언급했습니다.
정 부장판사는 이 회장이 지난 1993년 독일·프랑스에서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다며,
그 때의 아버지와 같은 나이인 만 51세가 된 이 부회장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는지 생각해보라고 말했습니다.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 마련도 주문했습니다.
그룹 내부에서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제도가 작동되고 있었다면 이 사건 범죄를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미국 대기업들이 이미 실행 중인 준법감시제도를 참고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실상 유리한 양형 자료를 제출하라는 취지로도 읽힐 수 있는 대목입니다.
부적절한 발언 논란을 의식한 듯 정 부장판사는 재판 진행이나 결과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재판부를 내내 응시하던 이 부회장은 별다른 발언은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서울고등법원에서 YTN 강희경[kanghk@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