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0년 12월 14일 월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정책, 서비스
- 분리 배출은 시민의 관점 분리수거는 관의 관점
- '배출'하는 사람들이 모든 일을 하는 분리'수거' 정책
- 분리배출 정책이었다면, 배출을 편리하게 할 방법이 논의되지 않았을까?
- 제품 생산 단계에서부터 시민들이 편리하게 배출할 수 있는 정책, 제도 논의 필요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2부는 매일 사용하는 일상 속 언어를 통해 세상을 다시 보고, 함께 고민해보는 어른이들의 슬기로운 언어생활 준비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외출은 줄고 배달 서비스 이용은 늘면서 함께 늘어난 쓰레기, 올해 이 쓰레기 처리를 두고 사회적 관심이 높은데요, 이렇게 늘어난 쓰레기, 여러분은 분리수거 어떻게 하십니까? 우리나라의 분리수거율은 2017년을 기준으로 독일, 오스트리아와 함께 세계 최정상권 중 하나라고 합니다. 하지만 재활용률은 그렇게 높지 못하다고 하는데요, 실컷 모았는데, 정작 재활용은 제대로 안 되고 있었나 봅니다. 그러면서 재활용 쓰레기를 처리하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재활용 쓰레기의 분리수거', 여기에도 언어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또 다른 해결 방법이 보인다고 합니다. 어른이들의 슬기로운 언어생활, 재활용 분리수거에 담긴 관점, 어떻게 바꿔야 할지 애청자 여러분들과 고민해보려고 하는데요, 함께 말씀 나눌 분 모셔보죠,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이하 신지영): 네, 안녕하세요.
◇ 최형진: 날이 갑자기 추워졌어요.
◆ 신지영: 제가 오니까 갑자기 싸늘해진 것 같은데, 저 때문은 아니겠죠?
◇ 최형진: 아닙니다. 추웠는데 갑자기 온기가 도는 것 같습니다.
◆ 신지영: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모두에게 그랬으면 좋겠네요. 혹시 예전에 그런 것 있잖아요. 지금 지하철 타면 안내방송 나오죠. 지하철이 들어올 때 경고방송이 나오잖아요. 어떤 안내가 나오죠?
◇ 최형진: 안전선 밖으로 물러서 달라. 이런 것 아닌가요?
◆ 신지영: 지금 바뀌었습니다. 안전선 밖으로 물러서주길 바랍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그전에 이 얘기를 하면서 퀴즈 하나 내면 어떨까요. 쓰레기 얘기를 하기로 했으니까 쓰레기 얘기로 퀴즈를 내볼게요. 70년대, 특히 오늘같이 추운 날, 쓰레기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것, 무엇이었을까요.
◇ 최형진: 네, 1970년대 겨울철 쓰레기 중 대부분을 차지하던 것, 무엇이었을까요? 단문 50원, 장문 100원의 유료문자 #0945번으로 문자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애플리케이션 댓글도 열려있습니다.
◆ 신지영: 다시 돌아가서 지하철 안내 방송이요. 안전선 밖으로 물러서 주시길 바랍니다.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누가 누구에게 하는 얘기냐면 철도를 운영하는 사람이, 지하철을 운전하는 사람이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 달라고 하는데 안전선 밖에 있으면 안전한 것이 아닙니다. 밖으로 물러나라는 얘기는 안전하지 않은 곳으로 이동하라는 얘기네요? 안전선 밖이면 철도가 들어오는 쪽으로 가라는 얘기인가? 이런 일이 왜 벌어졌을까요? 누구의 관점으로 얘기하는 것 같나요?
◇ 최형진: 이것은 철도를 운영하는, 운행하는 입장에서 얘기하는 것 같네요.
◆ 신지영: 그렇죠. 시민의 입장에서 얘기했다면 안전선 안쪽에서 기다려 달라. 라고 말을 해야겠죠. 그러니까 어떤 관점에서 그 사태를 바라보는가, 누구의 관점으로 이름을 붙이 것이냐.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데요.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 주십시오. 이렇게 얘기한 것을 듣고 시민들이 불편해 진겁니다. 우리가 안전선 밖으로 가면 위험할 텐데 저렇게 얘기하면 안 되잖아. 라고 얘기해서 언어학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노력해서 그 안내방송을 바꿨습니다. 안전선 안쪽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이게 결국은 누구의 관점으로 바라볼 것이냐. 이만큼 언어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니까 만약에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 주십시오. 라고 얘기하는 지하철 서비스와 안전선 안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시민의 관점으로 하기 위한 서비스는 질이 완전히 다르겠죠?
◇ 최형진: 자, 지금 1970년대 가장 많은 쓰레기를 차지하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답변에 대부분 연탄재, 라고 보내주셨어요.
◆ 신지영: 사실 당시 겨울철 쓰레기의 85%가 연탄재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실 연탄재 덕분에 오늘 얘기하고자하는 쓰레기 분리수거가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이제 1977년쯤에 사람들이 실제로 쓰레기 분리수거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이루어 진 게 1978년이거든요? 1977년 말부터 어떤 얘기가 나왔냐면 이 쓰레기, 특히 연탄재가 재활용을 하면 굉장히 좋은 자재가 된다. 이것을 갖고 벽돌을 만들 수 있고 이걸 잘 활용하면 벽돌 같은 것도 만들 수 있고 모레나 자갈 같은 흙, 이런 것을 섞어서 그 당시에는 공사가 많았으니까 그 공사장에 땅을 돋을 수 있는 건축자재가 된다. 이렇게 전문가들이 얘기를 했고 이걸 듣고 당시 서울시장이 저거다. 이렇게 생각하고 연탄재를 모아야겠다.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1978년에 갑자기 쓰레기 분리수거를 시작하게 됩니다. 연탄재를 재활용하기 위해서. 그래서 그 당시에 두 가지로 쓰레기를 나눴어요. 어떻게 나눴을까요.
◇ 최형진: 연탄재 하나, 그리고 그 나머지 아닌가요?
◆ 신지영: 그렇지 않습니다. 불에 타는 것과 타지 않는 것으로 나누고 불에 타지 않는 것 대부분이 바로 연탄재였죠. 연탄재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누면 좀 그러니까 이렇게 나누기 시작했죠. 그래서 분리수거를 시작한다. 해서 서울시가 시작을 했는데요, 성공을 했을까요?
◇ 최형진: 실패했으니까 오시지 않았겠습니까? 저도 실패한 이유를 생각하려고 하는데 잘 모르겠어요.
◆ 신지영: 연탄 하나의 무게가 얼마나 되죠? 연탄의 무게가 사람의 온도하고 비슷해서 3.65kg입니다. 그래서 36.5도 하고 관련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연탄 은행에서는 매년 사랑의 온도랑 연결시켜서 하는데요, 그래서 연탄의 무게는 굉장히 쉽게 외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타고나면 재는 더 무거워졌을까요, 가벼워졌을까요.
◇ 최형진: 더 가벼워지겠죠?
◆ 신지영: 가벼워져도 1kg에서 1.3kg에요. 한 집에서 연탄을 몇 개정도 뗄까요. 한 4~5개 정도 하루에 쓴다고 합니다. 그러면 일주일이면 엄청난 양이죠. 이것을 무게로 환산하면 사람 하나 정도의 무게가 되죠. 엄청난 무게가 됩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집 주거형태도 지금과 굉장히 다르죠. 골목이라는 단어가 지금은 굉장히 생소하지만 그 당시에는 골목길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골목길이라는 것은 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죠. 그러니까 연탄재를 수거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던 겁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연탄재를 갖고 큰길가까지 와서 수거차에 담으려고 하니까 이건 너무 힘든 일 인거죠, 많이 쌓여있고 집 밖에 한다고 하면 그걸 수거하는 환경미화원들이 엄청난 노동이 필요하고요. 이러다보니 성공을 못한 것이죠. 그 당시에는 골목길에 쭉 해서 집들이 단독주택 형태로 있었잖아요. 그래서 사실 분리수거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죠. 그러다보니 준비미흡으로 굉장한 많은 저항에 부딪혀서 성공을 하지 못했습니다.
◇ 최형진: 그러면 그 정책은 폐기가 된 겁니까?
◆ 신지영: 거의 폐기가 됐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시작한 건 언제부터 일까요? 90년대 초반입니다. 그 당시에는 많이 주거환경이 달라졌죠? 그러다보니 아파트 공동주택이 많아졌고, 길들도 정비가 됐으니까 수거차들이 쉽게 접근을 할 수 있었고 사람들도 공동주택에 살다보니 쓰레기가 한곳에 모이고 이게 쉬워진 것입니다. 그러면서 성공을 하기 시작했는데 결정적으로 성공에 큰 기여를 한 것이 있습니다. 종량제 봉투였어요. 종량제 봉투가 도입되면서 그 전에 사실은 모든 집이 쓰레기를 수거하는 비용이 들잖아요. 그것을 똑같이 냈어요. 그런데 종량제 봉투는 완전히 생각을 바꿨죠. 쓰레기를 배출하는 양에 비례해서 봉투를 살 테니까 봉투에 부가하는, 그러니까 훨씬 더 쓰레기도 줄고 봉투가 아까우니까 사람들이 쓰레기를 어떻게 하면 줄일까, 이걸 생각하게 되고 많이 배출한 사람은 많이 내게 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와서 쓰레기 제도를 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도 굉장히 많은 문제점들이 있죠. 그 중에 하나가 상표, 띠가 있잖아요. 이거를 분리해야 해요. 이것을 분리해서 배출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죠. 사실 오늘 우리가 얘기하려고 하는 모든 것 안에 언어가 숨어있어요. 정책을 시행하면서 뭐라고 불렀냐면 쓰레기 분리수거 정책이라고 불렀어요. 그럼 분리수거는 누가 하는 거죠? 지자체가 하는 것이죠. 분리해서 수거해간다. 이런 뜻이라는 것이죠. 그러면 우리는 쓰레기를 배출하는 사람이죠. 그럼 사실 수거해가는 사람이 알아서 나누어서 수거해 가야하는 겁니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가 하는 행위를 보면 쓰레기를 배출하는 사람들이 모든 일을 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분리수거가 아니라 행위의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시민이지 지자체가 아니었어요.
◇ 최형진: 그럼 분리배출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요?
◆ 신지영: 그렇죠. 분리배출이라는 말이 더 정확하게 전체적인 행위에서 누가 중요한 사람인가를 부각하는 행위다. 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이 정책에 이름을 붙인 것을 잘 보니까 누구의 관점인가, 바로 지자체의 관점에서 정책을 만드는 사람의 관점에서 분리수거, 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죠.
◇ 최형진: 말씀 들어보니까 이름은 분리수거인데 시민들이 다 하고 있네요. 분리수거가 이만큼 온 것은 시민들의 노력과 실천에 의해서 이렇게 온 것 같은데요.
◆ 신지영: 그렇죠. 그러니까 시민들의 행위를 더 부각시킬 수 있도록 분리배출에 대한 정책을 더 많이 생각해야하는 것이죠. 분리배출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정책을 세울 것이냐. 분리수거를 하는 입장에서 정책을 세울 것이냐. 는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죠. 만약에 우리가 그 정책을 분리배출정책이라고 한다면 분리배출을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쉽고 편안하게 할 수 있을지, 그걸 통해서 지자체를 어떻게 분리된 쓰레기를 잘 수거해갈 수 있을지, 이런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 또 재미있는 건 분리 배출과 분리수거, 그러니까 분리 배출은 시민의 관점이고 분리수거는 사실 관의 관점인거죠. 정책을 만드는 사람의 관점. 그런데 누구의 관점이 빠져있네요. 누구의 관점일까요.
◇ 최형진: 기업인가요?
◆ 신지영: 그렇죠. 사실 상품을 만드는 사람조차 이런 쓰레기 문제들을 고민하고 상품을 만들어야, 세 축이 잘 맞아야 전체적으로 쓰레기도 줄일 수 있어요. 기업의 관점도 굉장히 중요하단 말입니다. 기업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 기업을 어떻게 설득해서 제품을 만드는 단계에서부터 쓰레기 문제를, 환경 문제를 생각하게 할 것이냐. 라는 것이죠. 사실 2003년에 분리배출 표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어요. 그 이후에는 보시면 알겠지만 상품 뒤에 분리배출 표시가 되어 있거든요? 그러나 최근에 사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페트병 문제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페트병은 사실 굉장히 투명 페트병 같은 경우는 굉장히 좋은 재활용 자재가 되거든요. 왜냐면 그것이 섬유 같은 것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페트병에 이물질이 들어가거나 페트병에 있는 띠, 상표가 있거나 페트병 자체가 투명한 색이 아니고 다른 색이 있으면 재료가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사실 페트병의 색이 다 바뀌었죠. 그런데 문제는 띠입니다. 이것도 역시 분리를 해서 배출해야만 편안하게 재활용이 된다는 겁니다. 쓰레기 분리배출도 여러 가지 고민점이 있어요. 종이박스를 종리로 분리배출을 했는데 테이프가 있다든지, 운송장이 있다든지, 이런 건 다 떼서 분리를 해야 하거든요. 이건 시민들이 굉장히 힘들잖아요. 우리 시민의 입장에서 관점을 갖고 쓰레기 정책을 했더라면 쓰레기 분리배출 관점에 의해서 정책을 만들었다면 기업을 압박할 수 있는 방법, 시민들이 편하게 분리배출을 할 수 있는 방법, 또 시민들이 하지 않은 것을 지자체에서 도와줄 수 있는 여러 가지 도움체계, 이런 것들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이건 굉장히 다른 관점의 접근이다. 뿐만 아니라 분리수거라고 얘기를 하니까 시민의 관점도 빠지고 있고요. 이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관점의 문제라는 것이 굉장히 심각한 여러 가지를 주거든요. 어떤 관점에서 말할 것이냐. 지난번에 제가 당선자, 당선인 이런 얘기를 했잖아요. 굉장히 재미있는 건 당선자를 비칭이 때문에 당선인도 바꾸어 달라. 라는 말도 안 되는 것 때문에 당선인이 막 되어가고 있는 이 상황에 대해서 얘기를 했는데 그 때 말씀드리면서 한 가지 빼먹은 것이 있어요. 당선자를 당선시킨 것은 누구죠? 국민이죠. 그 사람들은 뭐라고 불리죠?
◇ 최형진: 유권자요.
◆ 신지영: 그렇죠. 그러니까 당선자를 당선인으로 바꿔달라고 얘기할 것이 아니라 그렇다면 문제가 있다면 그걸 먼저 얘기하고 당선자를 당선인으로 바꿔달라고 얘기해야 순서가 맞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것처럼 누구의 관점으로 바라볼 것이냐. 어떻게 이 사태를 바라볼 것이냐, 이게 다 언어의 문제다. 라고 얘기할 수 있다는 겁니다.
◇ 최형진: 그렇다면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면 이런 움직임이 빨리 될 수 있었을까요?
◆ 신지영: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는 페트병 문제도 이 띠지를 어떻게 하면 잘 분리할 수 있을까. 기업의 책임이 들어간다면 그것을 고민하게 하고 그 고민이 생산과 연결시키게 하고 이런 것을 해야지만 잘 정책적으로,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시민들이 분리배출을 하는데 있어서 힘들지 않는 정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최형진: 네 그렇군요. 오늘 내용을 들어보니까 어떻게 이렇게 분리수거, 배출에 관해서 관점으로 볼 수 있는지 저는 신기합니다.
◆ 신지영: 신기하죠. 그러니까 언어는 인간의 모든 것에 대한 모든 것이다. 오늘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이지 않았습니까?
◇ 최형진: 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신지영: 네, 감사합니다.
◇ 최형진: 지금까지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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