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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심각한 저물가...라고요? 진짜로?

와이파일 2021-01-21 14:00
작년 12월 생산자물가 두 달째 상승…"저물가 탈출은 아직"
"지표상 저물가 추세 이어져" vs "밥상 물가 고공 행진"
"지표-체감 물가 괴리 줄여야 정책도 효과 발휘"
[와이파일] 심각한 저물가...라고요?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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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쉬는 날에 요리를 즐깁니다. 요리를 하려면 재료가 필요하죠. 전 새벽 배송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경우가 잦은데요, 특히 요즘 장을 보다 보면 놀랄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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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찌개를 끓인다고 가정해보죠. 육수를 낼 멸치와 다시마, 그리고 핵심인 된장은 집에 있다 하더라도 일단 애호박과 두부는 있어야겠죠? 여기에 양파와 대파, 버섯도 필수입니다. 여기에 풍미를 더하기 위해 차돌박이도 조금 넣을 예정인데요, 이 품목을 장바구니에 담았더니, 맙소사. 2만 원이 넘네요. 제일 비싼 차돌박이를 제외해도 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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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만만치 않죠? 그냥 육수에 된장만 풀어 식탁에 올려야 하나 싶습니다.
◆ 식탁 물가는 고공행진인데…저물가 상황이라고요?

한국은행이 오늘 지난해 12월 생산자 물가지수를 공개했는데요, 한 달 만에 0.7% 올랐습니다. 농산물 가격과 국제유가가 오른 영향이 컸죠. 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해선 0.1% 오르는 데 그쳤고, 지난해 전체를 보면 전년보다 0.5% 하락했습니다. 일시적인 인상 요인이 있긴 했지만, 아직 물가가 정상궤도에 들어섰다고 말하긴 이른 시점일 수 있다는 거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역시 최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이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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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 물가지수는 뭘까요? 한국은행의 설명을 인용하면 '국내 생산자가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측정하는 통계'입니다. 조금 어렵네요. 쉽게 이해하려면 '도매 물가'라고 받아들이면 되겠습니다.

상품이 도매 시장에서 소매 시장으로 이동하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죠? 그래서 생산자 물가는 소매 물가인 소비자 물가지수(통계청이 발표합니다.)에 약간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칩니다. 이 소비자 물가지수는 10월 이후 석 달 연속 0%대입니다. 지난 5월에는 아예 물가가 하락하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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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연간 적정 물가 상승률을 보통 2% 내외로 본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심각한 저물가 상황이 이어지는 셈입니다. '물가가 덜 오르면 좋은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기 쉽죠. 아닙니다. 오히려 물가가 빠르게 오르는 것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저물가가 왜 위험한지, 물가는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내용이 많아 다음번에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 물가 지표는 어떻게 구하나요?

지금이 저물가 상황이라는 점, 그리고 저물가가 위험하다는 점도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저물가로 받아들이는 분은 많지 않을 겁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집계하는 물가 지수는 국가적인 정책 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지표입니다. 따라서 정말 다양한 품목이 포함됩니다. 소비자 물가지수를 조사하는 통계청이 밝힌 선정 기준은 ① 월평균 소비지출액이 일정 비율 이상이고 ② 동종 품목의 가격을 대표할 수 있고 ③ 지속해서 가격 조사가 가능한 품목입니다.

그렇다 보니 소비자 물가지수에 포함되는 항목은 460개가 넘는데요, 채소와 고기, 수산물 등 가격 변동이 큰 신선식품은 물론이고요, 술, 담배, 전기료, 병원비 등 변동이 크지 않은 상품과 서비스도 포함돼 있습니다. 우리가 장 보고 편의점에서 과자 사 먹는 물가와는 차이가 있다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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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 보이시죠? 이건 2017년 기준 소비자 물가를 측정하는 항목입니다. 이렇게 항목이 많다는 것을 보여드리려고 준비했고요, 원문은 통계청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생산자 물가지수도 비슷한 기준으로 9백 개에 조금 못 미치는 항목을 대상으로 산출합니다.
◆ 부동산 급등했는데 소비자 물가는 그대로?

반면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이 항목에는 포함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집값이죠. 지금처럼 집값이 급등하면 대부분 빚을 끼고 집을 사는 만큼 금융비용이 많이 늘어납니다. 무주택자가 내 집 마련을 위해 소비도 줄이겠지만, 집을 마련하는 건 투자의 일종으로 봐(어디까지나 정부의 관점에서①) 소비자 물가지수에 포함하지 않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세금이나 저축 등도 빠져 있습니다.

실제 지표 물가와 체감 물가가 다르다는 점은 정부 공식 통계에서도 확인됩니다. 한국은행이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하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물가인식 항목이 있거든요. 아래 그래프는 지난 1년 동안 소비자 물가지수와 물가인식을 비교한 건데요, 차이가 크다는 점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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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계 괴리를 줄이는 건 근본적으로 불가능"

정부는 체감 물가와 공식 물가 지표의 괴리를 줄이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체감 물가라는 걸 명확하게 측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같은 한 모에 천 원짜리 두부라고 해도 누군 비싸다고, 누군 싸다고 느낄 수 있고요, 사람마다 주로 사는 품목과 구매 장소, 가격이 다 다르니까요. 일리 있죠?

하지만 실제 물가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지표라는 비판은 끊이질 않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지난해 전국 주택 전셋값은 한국부동산원 집계 기준으로 1년 전보다 무려 4.61%나 폭등했습니다. 2015년 이후 5년 만에 최대폭 상승이었는데요, 전셋값은 주택 구매와 달리 투자가 아닌 거주 목적이기 때문에(어디까지나 정부의 관점에서②) 소비자 물가지수에 포함됩니다.

그런데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해 집세는 0.2%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2018년보다도 오름폭이 작습니다.) 전세도 0.3% 상승에 불과했습니다. 4.61%와 0.3%. 차이가 엄청나죠? 한국부동산원의 집계도 현실과는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심심치 않게 받는데, 그보다도 훨씬 낮은 상승률을 보인 거죠. 물론 여기에도 통계학적인 이유가 있습니다만, 실수요자가 느끼는 상황과는 다른 결과라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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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리 커지면 정책도 삐걱!

어찌 됐든 통계청도 이 괴리를 줄이기 위해 노력을 이어가곤 있습니다. 물가 지표에 반영하는 제품의 가중치를 조정하거나, 아예 바꾸기도 하고, 다양한 보조지표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통계적 방법이죠.

하지만 조금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 통계 괴리는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죠. 물가 상승률이 낮다면 소비자가 구매를 확대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체감 물가 상승률이 높다면 씀씀이를 늘리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이정환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통계와 체감 물가의 괴리를 줄이는 건 대단히 어려운 과제"라면서도 "실제 물가와 지표 물가 사이의 괴리가 커지면 정부 통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기준금리 등 정책 방향을 결정할 때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드시 소비해야 하는 항목의 가격이 많이 오를 때 지표와 체감 물가의 괴리가 커지게 된다"며 "이런 필수 항목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태현[chot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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