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1년 12월 11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대선이 이제 9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 각 당 대선후보 선대위가 출범하면서 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된 인사들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한 주였습니다. 특히, 지금은 사퇴했죠,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직에 영입됐던 조동연 서경대 교수에 대한 사생활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는데요.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님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소장님,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강용석 변호사죠,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분이 개인 sns에 조동연 전 상임선대위원장의 사생활에 대한 제보를 공개하면서 관련한 보도들이 시작됐죠?
◆ 김언경> 네, 지난달 30일, 강용석 변호사가 “제보가 쏟아진다”며 조동연 씨의 이혼 과정에 대한 내밀한 사생활을 공개했습니다.
강 변호사는 다음날인 12월 1일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방송에서 조동연 씨 자녀의 실명 생년월일 얼굴까지 노출했고요. 전 남편과 조동연 씨 자녀의 부친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실명을 언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추정 인물과 자녀 사진을 붙여놓은 사진까지 공개했습니다. (이혼 과정의) 재판 기록에 있는 전 남편 이름 2글자, 아이 이름 2글자, 전남편과 아이들 가족 사진까지 공개한 것인데요. 또한 2일에는 자녀 이름과 사진 공개하고 이를 페북에 썼다가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2일 방송에서는 판결문을 공개하면서 자녀 이름 흐릿하게 보였고, 유전자 검사서에 아이 실명을 공개했습니다. 이때는 전 남편 이름만 가린 상태였습니다.
민주당은 곧바로 사실이 아니라며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했고요. 12월 1일 안민석 의원이 YTN라디오에서 “사실 아닌 걸로 확인”되었다고 하자, 강용석 씨는 “누가 가짜뉴스라고 했는지 명확히 밝혀라, 이재명 송영길 이름으로 고소해라”라고 주장했습니다.
◇ 김양원> 대선후보 선대위원장을 공적인 영역에 있는 공인이라고 치더라도 아직 미성년인 어린 자녀들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했다는 지점은 좀 짚고 넘어가야할 것 같은데요. 강용석 변호사의 유튜브 내용을 그대로 전하는 언론보도들, 어땠습니까?
◆ 김언경> 12월 1일 가로세로연구소에서 보도한 자녀 친부로 유추된다는 인물에 대해서는 12월 5일까지는 보도가 없었습니다. 지난 5일 조동연 씨가 (혼인 상태에서 혼외자를 출산한 것이 아니라) 성폭행을 당한 바 있다는 입장을 내기 전까지는 상대의 인명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안이 워낙 선정적이며 화제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되어서인지 이후 많은 언론 보도가 나왔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운영하는 빅카인즈에서 11월 29일부터 12월 9일까지 조동연을 키워드로 해서 추출된 보도량은 총 976건이었습니다. 이 중에서 주요 언론사로 보면요. KBS 25건, MBC 25건, SBS 19건, YTN 122건이었습니다. 중앙일간지를 보면요. 경향신문 31건, 국민일보 49건, 동아일보 35건, 서울신문 36건, 세계일보 76건, 조선일보 51건, 중앙일보 58건 한겨레 23건 한국일보 31건입니다.
물론 ‘조동연’이라는 키워드가 모두 문제적 보도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조동연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보도 자체가 이렇게 많은 것이 기본적으로 문제라는 것입니다. 물론 해당 보도량이 모두 조동연 사생활 논란을 중점적으로 다룬 보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 보도들이 대체로 사생활 논란 운운하면서 사안을 논란거리로 키우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분명하게 문제가 되는 그러니까 강용석 씨 발언을 확대 재생산하는 보도들도 들어있습니다.
◇ 김양원> 조동연 전 선대위원장이 성폭행 피해사실을 공개하면서 되레 더 선정적인 내용으로 불이 붙은건데, 조동연씨 관련 보도들, 어떤 내용들이었습니까?
◆ 김언경> 대체로 조동연 씨가 선대위원장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전문가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검증하는 내용은 없고, 그저 사생활 논란에만 집중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강용석 씨의 주장을 보도윤리 관점에서 점검하는 내용은 별로 없었습니다. 도리어 ‘판결문과 유전자 검사보니 혼외자가 맞더라’는 식의 보도 들이 더 많았습니다. 심지어 조선일보 12월 3일 사설 <“가짜 뉴스” “법적 조치”라더니 하루 만에 확인된 ‘영입 인재’ 추문>에서는 “시중에 조 위원장 육사 동기들이나 전 남편 지인들을 통해 혼외자 출산 논란이 확산하고 있었고 심지어 입증 자료까지 제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모든 내용이 강용석 유튜브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는 겁니다. 저는 근본적으로 이번 논란은 해당 정치인의 정당이 무엇이었든 간에 애초 보도가 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언론은 강용석씨 유튜브 내용을 그대로 전달만 할 것이 아니라 어린 자녀들을 포함한 가족들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한 강용석 씨의 행동을 강하게 비판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김양원> 사생활 논란이 제기되었더라도 언론이 저널리즘의 원칙에 따라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보도하더라도 정제해서 신중하게 다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던 점을 지적하셨어요. 반인권적인 보도였다고 보시는 거죠?
◆ 김언경> 그렇습니다. 게다가 정치인들의 말을 그대로 중계하는 보도들이 많았고, 혐오 표현에 가까운 말들까지 그대로 보도에 언급되는 경우들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조선일보의 12월 2일자 보도 [野 허은아 “사생활 논란 조동연 눈물 전략은 워킹맘 망신”](12.2.)를 보면요.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영입 기자회견에서 조동연 씨를 82년생 김지영에 비유했다는 점을 전하면서 “세상에 어느 김지영이 조 위원장 같은 도덕성 문제를 일으키겠나?”라고 말하고, ”워킹맘 망신 혼자 다 시키고 계시다. 사과할 거면 깔끔하게 사과만 하면 되지, 눈물 전략을 들고나오다니요” 등의 발언을 그대로 보도했습니다.
◇ 김양원> 검증이라는 차원을 인정할지라도 어린 자녀들과 관련한 사적인 내용들이 너무 여과없이 언론에 언급됐어요.
◆ 김언경> 네, 참 말씀드리기 불편하지만, 많은 보도에서 '혼외자'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이 표현을 그대로 사용한 것 자체가 부적절합니다. 일단 이 표현은 결과적으로 자녀에 대한 차별입니다. 이에 따라서 여성가족부도 혼중자 혼외자 차별 용어로 보고 개선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20대 국회에서도 혼중자 혼외자 표현 삭제 개정안 나오기도 했지요. 그런데 이번 보도에서 조동연과 혼외자라는 글이 함께 등장하는 보도가 빅카인즈 검색에서 총 259건이나 되었습니다.
◇ 김양원>‘혼외자’라는 표현이 등장한 순간, 이번 사안에 대한 접근이 선정적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어요.
◆ 김언경> 빅카인즈 검색에서 조동연 보도에 '상간녀'라는 키워드를 함께 넣은 보도를 찾아보니 세계일보가 12.2. [‘혼외자 논란’ 조동연 해명에도 ‘상간녀’ 등 막말 비난 댓글]이라는 보도를 했습니다. 한편 12월 2일 위키트리 보도는 지금은 제목이 <조동연 민감한 과거 사생활 놓고 논란 확산>으로 바뀌었지만, 애초 제목은 제목을 <불륜으로 딴 남자 아이 낳고 친자식인 듯 남편 속인 사람을 대선판에>였습니다. 이처럼 선정적인 보도가 있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중앙일보 칼럼 [오병상의 코멘터리] '문제는 혼외자가 아니라 거짓말이다'(12.2)에서는 “혼외자 출산은 간통죄가 위헌판결을 받은 2015년 이전의 일입니다. 그러니까 발생 시점에서 형법상 유죄. 간통죄가 형법에서 사라졌지만..민법에선 살아 있어. 형사처벌까지 할 범죄는 아니지만 여전히 반사회적 불륜”이라고 비판했습니다.
◇ 김양원> 논란 끝에 조동연 씨가 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한 이후에도 선정적 보도들은 수그러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 김언경> 사퇴 이후인 4일에도 강용석 받아쓰기 보도 행태는 여전하고요. 도저히 말을 옮길 수 없는 내용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는 지금은 보도가 삭제되었던데요. [조동연 측, 자녀 사진 공개한 가세연 고발…강용석 "아이들 모습 다 비슷"] 제목의 보도를 했고요. 조선일보는 [강용석 “내가 조동연 자녀 공개? 눈 부위 가려 엄마 외엔 몰라”](12.4)에서 강용석 주장을 실어줬습니다. 또한 5일 조동연 씨가 입장문을 발표한 이후에도 입장문을 이데일리 [조동연 '성폭력 임신' 입장에 강용석 "강간범 밝히는데 인생 바치겠다"](12.6.)를 보도했는데, 조동연과 강용석의 주장을 기계적 중립처럼 전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게 과연 이럴만한 이 제목은 사실 조동연이 거짓말한다는 강용석 씨의 주장에 방점을 찍은 것이죠.
◇ 김양원> 이번 사태를 제대로 지적한 보도는 없었나요?
◆ 김언경> 있었습니다. 한겨레 3일 보도 <여당 ‘인재영입 1호 낙마’가 들춘 세 가지 민낯>에서 “무책임하고 선정적인 의혹 제기를 일삼는 유튜버도 문제이지만, 언론마저도 그들과 다를 바 없는 비윤리적인 보도 행태”라고 비판했습니다. 한국일보는 [조동연 사퇴 뒤 또 신상털이..보수 누리꾼도 선넘었다 비판], 사설 [검증 부실 조동연 사퇴… 그래도 사생활 침해 과하다] 등의 보도에서 가세연을 비판했습니다. “10년 전 이혼으로 정리된 부부 사이의 문제가 선거 책임자로서 결격사유가 되는지 아닌지는 따져볼 문제이나 민주당의 영입 과정이 미숙” “부실한 검증과 거짓 해명, 사흘 만의 선대위원장 사퇴로 선대위 쇄신은 빛이 바래고 한 개인의 가정사가 만천하에 드러나는 상황” “도덕성과 별개로 그에 대한 도 넘은 사생활 침해는 안 되는 일이다. 강용석 변호사는 혼외자 문제를 처음 폭로한 후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서 어린 자녀의 얼굴, 실명, 생년월일을 공개해 대중의 먹잇감이 되도록 만들었다. 이건 검증이 아니라 폭력”라고 지적했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7일 성명을 내고 “말장난 낚시를 던져 ‘돈 쓰는 독자’를 꿰는 데 혈안인 몇몇 개인 매체의 주장에 기댄 보도는 당장 멈춰야 한다”며 “독자를 이리저리 들쑤셔 ‘2차 가해 덫’에 빠뜨리는 몇몇 언론과 “브로치” 운운하는 정치권은 성평등 교육 체계부터 마련할 일“이라며 자중자애를 당부했습니다.
◇ 김양원> 정치인...공인이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사적인 영역을 도마위에 올려놓는 보도들, 이런 것을 검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소장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 김언경> 사실이냐 아니냐보다 검증해야할 이슈이냐 아니냐가 더 먼저 판단돼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보도는 정치보도도, 선거보도도 아닙니다. 그냥 아동학대 보도이며, 한 사람의 인격을 말살한 보도입니다. 강용석 씨의 이번 행태는 분명히 법적인 판단을 받아야하고요. 이런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않고 클릭수 또는 정치적 유불리에 의존해서 복붙하고 퍼나르기 했던 언론의 행태도 강한 비판을 받아야 합니다.
◇ 김양원>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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