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2년 4월 23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검수완박', 언론은 속보싸움..제목은 '강행' '폭주' '독주' [미디어 리터러시]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 네글자로 줄여서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일컫는데요.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한다... 이런 의미의 줄임표현이라고 하죠. 오늘은 이 검수완박 보도들 살펴보겠습니다.
김 소장님, 사실 이미 2년 전에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루어졌잖아요. 그런데도 정권 이양기에 다수당인 민주당이 검찰 수사권 폐지를 법제화하겠다고 해서 논란의 중심에 섰는데요. 검경 수사권 조정부터 한번 정리해볼게요.
◆ 김언경> 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6월 21일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검·경수사권 조정합의문’을 발표했고요. 이를 바탕으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논의를 거쳐 마련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이 2020년 1월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확정되고, 이어 국무회의에서 공포되었습니다. 이렇게 바뀐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의 수사권 조정의 주요 내용이 첫째, 검사의 직접 수사의 대상을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 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 이를 묶어서 6대 중요 범죄라고 표현합니다.
◇ 김양원> 자, 이번에 민주당이 발의한 개정안은 말씀하신 6대범죄 조차도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겠다는 것 아닙니까?
◆ 김언경> 그렇습니다. 법안에 대한 논의가 대선 직후 새 정부 출범 전까지 약 2달 만에 너무 급박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점, 수사권 완전 박탈 시 경찰의 부실 수사나 뭉개기, 경찰의 비대화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의 부족하다는 점, 6대 범죄가 과거 권한 남용이 집중된 특수수사 분야라는 점과 지난 검경수사권 조정 당시 남겨놓았던 것이라는 점에서 이것에 대한 수사권마저 제한한다는 것에 대한 적절한 명분이나 대안 제시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특히 6대 범죄는 노하우와 전문성 필요한데 과연 경찰이 감당할 수 있느냐, 대안은 있느냐는 부분 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는 거죠.
◇ 김양원> 이렇다보니 정치권을 넘어서서 검찰과 경찰, 새정부 대 현정부, 사회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어요. 언론보도도 쏟아지고 있죠?
◆ 김언경> 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분석서비스 빅카인즈를 통해서 민주당이 의원총회에서 검수완박 추진을 결정한 4월 12일부터 4월 20일까지 보도량을 살펴보니 4,355건이나 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보도가 상황이나 발언 등 관련 정쟁 상황을 하나하나 쪼개서 보도하면서 뭔가 대단한 사안이 진행되고 있다는 긴박감을 주는 보도들입니다. 검수완박이 나오게 된 애초 여러 사건과 문제점, 비대한 검찰 권력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지적, 현재 추진하는 검수완박의 본질적 문제점을 짚는 보도는 부족하고요. 민주당이 문재인 정권의 비리 덮고 이재명 상임고문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한 술수라는 정치적 프레임에 따른 보도들은 많다는 것입니다.
◇ 김양원> 무려 4300건이 넘는 보도라... 이 사안이 이렇게 폭발적으로 보도되기 시작한 시점이 있죠?
◆ 김언경> 4월 6일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상임위를 법사위로 옮기면서, 이것이 검찰개혁 법안 국회 통과를 위해서 법사위 안건조정위 다수 점하기 위한 것이라며 검찰 전쟁의 서막이라는 식의 보도가 있었어요. 이후부터 보도량이 늘어나고, 8일 검찰의 고검장 회의를 시작으로 보도량이 폭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8일부터 11일까지 ‘검수완박’ 언급보도는 712건이었고요. 민주당의 의총 당일인 12일에는 513건의 보도량이 쏟아졌습니다. 이 당시의 특징은 ‘당선인 입장 없다’와 ‘검찰이 반발한다’는 내용이 ‘속보’라는 표식을 달고 나오는 정도였는데요.
8일부터 11일 사이 ‘검수완박’과 ‘속보’가 함께 들어간 보도가 31건이나 됩니다. 예를 들면 서울경제 4월 8일자 [[속보]檢 지휘부, '검수완박' 반대…"검찰총장 중심으로 대처할 것"], 매일경제 4월 11일자 [[속보] 지검장들 "검찰 수사기능 폐지, 국민에 피해"] 등이 있었습니다. 민주당 의총 당일엔 하루에만 속보가 29건이나 됩니다. 물론 속히 알려야 할 내용이 있으면 속보를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검수완박의 내용들은 속보로 처리하기보다는 국민이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게 잘 분석해서 그야말로 공론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속보 싸움의 소재는 아니었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입니다.
◇ 김양원> 속보 싸움으로 다루기보다 적절한 공론장 역할을 하는 보도가 필요했다는 지적이신 것 같은데요, 보도 내용을 좀 더 분석해보죠. 일단 이번 검찰 수사권 폐지의 당사자죠, 검찰에 대한 보도는 어땠나요?
◆ 김언경> 제가 보기엔 검찰의 입장은 그야말로 충분히 담아주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4월 6일부터 20일까지 검수완박이란 단어가 들어간 기사가 총 5,092건인데요. 이 중에서 ‘고검장 회의’ 입장을 담은 보도가 446건이나 됩니다. ‘지검장 반대’라는 키워드는 244건이나 됩니다.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검사들이 올린 검수완박 비판 글들을 인용하는 보도도 238건이었습니다. 4월 12일 당일엔 전체 513건 중 56건이 ‘대단히 유감’이라는 대검 입장을 언급해서 보도했습니다.
◇ 김양원>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검수완박 관련 신문보도 1면 제목이 자극적이었다고 지적했는데요.
◆ 김언경> 민언련 모니터를 보면, 강행, 폭주, 독주, 쐐기 이런 표현이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빅카인즈 검색을 봐도 민주당 의총 당일인 12일부터 20일까지 검수완박 관련 보도 4,360건의 보도 중에서 ‘강행’이 포함된 기사는 1,259건, ‘폭주’가 포함된 기사는 218건, ‘독주’가 포함된 기사는 146건, ‘쐐기’가 포함된 기사 3건이었습니다.
◇ 김양원> 제목이 좀 쎕니다. 그런데 이 사안이 추진하려는 쪽과 막으려는 쪽 이렇게 찬반 양론으로 나뉜 사안이다보니, 언론보도도 찬반양론이었나 이런 궁금증이 듭니다?
◆ 김언경> 일단 이 사안에 대한 각계의 반대 목소리를 전하는 보도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연합뉴스 4월 11일 [학계·변호사도 反검수완박…"형사사법, 정치적 셈법 대상 아냐"]에서는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 한국형사소송법학회도 반대한다고 보도했고요. 조선일보 4월 10일 [장애인 돕는 변호사, ‘검수완박’ 두고 “서민 피해자는 어쩌라고”]에서는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의 반대 주장을 보도했습니다. ‘누구누구도 반대한다’ 보도 중 최악의 사례는 조선일보 4월 16일자 [‘계곡살인’ 단순변사 종결, ‘조국과 대화’ 논란 그 검사가 했다]인데요. 이 보도는 안미현 검사에 대해서 불필요할 정도로 자세히 언급합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진행했던 ‘검사와의 대화’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주목을 받았으며, 지난 2018년 언론을 통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연루됐던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와 관련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친여 성향 검사로 평가받는다고 말한 뒤에 이런 안미현 검사도 검수완박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안 검사는 자신의 sns에 “저는 계곡살인사건 관련해 경찰의 내사종결 의견에 대해 의견대로 내사종결할 것을 지휘했다”라며 “피해자 분과 유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라고 했고요. “저는 이 사건이야말로 검수완박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검사로 하여금 경찰이 수사한 내용을 오로지 서류만 보고 판단하게 했을 때, 검사가 사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만나보지도 않은 상태에서는 검사에게 영장청구권과 수사지휘권이 있어도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지 못하고 놓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라 본다”라고 썼습니다.
이은해, 조현수의 계곡 살인 사건을 언급하는 바람에 이 사건과 검수완박이 함께 언급된 보도들이 4월 16일부터 20일까지 88건이나 됩니다. 간단히 안미현 검사의 반대 의견을 다루는 보도도 있고, 이번 사건을 재수사해 진실을 밝히는 데 검찰의 공의 큰 만큼, 검수완박 반대 여론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식의 내용도 있었습니다.
◇ 김양원>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에 대해 찬반 양쪽에서 사실관계를 다투는 발언도 많이 보도됐죠. 팩트체크가 충분했다고 보시나요?
◆ 김언경> 민주당이 세계적 추세가 분리라고 하자, ‘OECD 대부분의 국가가 검찰에 수사권 부여한다’에 에 대한 팩트체크는 제법 나왔습니다. 그러나 팩트체크를 하려면 민주당의 주장, 검찰의 주장에 대해 모두 이루어져야 하는데요. 현재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팩트체크는 민주당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 위주라는 것이 아쉬운 점입니다. 다시 말해서 검찰 수사권 기소권 독점의 폐해, 수사권의 조직 체계 개편 및 분리가 과연 ‘위헌’인가? 검수완박 이후 정말로 범죄자만 만세 부르게 될까 등등에 대한 팩트체크는 부족했습니다.
◇ 김양원> 그래도 추천할 만한 기사를 뽑으신다면요?
◆ 김언경> 그나마 MBC 4월 12일 [[알고보니] 외국 검찰은 수사권 '있다? vs 없다?']보도가 합리적이었는데요. 보도에서는 먼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는 민주당 주장이 꼭 맞는 말이 아니라고 팩트체크했습니다. 2017년 기준 OECD 35개국 중 27개국이 검사의 수사권을 보장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했고요. 미국의 경우 선거법 위반 같은 중대 사건은 연방검사가 FBI 같은 기관과 협업해 직접 수사를 하기도 하고, 독일도 대형 기업 같은 중요 사건의 경우 '중점 검찰청'을 지정해 수사와 기소를 동시에 한다면서 경찰과 검찰로 완벽하게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나라는 호주와 이스라엘 2곳밖에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한편, "검찰이 수사권을 갖는 건 세계적으로 일반적"이라는 검찰 주장도 사실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정리했습니다. 외국 검찰이 행사하는 '수사권'과 우리나라 검찰이 가진 '수사권'의 실질적인 권한과 범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6천 명이 넘는 수사관이 검찰청마다 배치돼 사실상 경찰관처럼 검사들의 손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필요에 따라 범죄 정보를 수집하고, 현장에 나가 압수수색도 하는 권한은 대부분의 외국 검찰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일본이 조금 예외인데 3개 검찰청 특수부 등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는 것이죠. 이 보도에서는 지금 우리 검찰이 가진 막강한 힘에 대한 견제 장치가 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한 건 사실이라면서, 지금 검찰의 정치적 독립과, 경찰과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본질을 놓쳐선 안 될 것이라고 마무리했습니다. 짧으면서도 균형있고, 임팩트 있는 ‘팩트체크’였다고 평가됩니다.
◇ 김양원> 네, 저희도 지난주에 검수완박, 글로벌 스탠다드인가에 대한 민주당과 검찰의 목소리를 팩트체크해보기도 했는데요. 한쪽은 국민이 힘을 실어준 국회 다수당이 추진하는데 뭐가 문제냐, 다른 한쪽은 검수완박이아말로 국민이 최대 피해자가 되는 악법이다... 이런 주장이 팽팽한데요. 오늘 방송을 들으시면서 균형감을 좀 잡으셨을지 궁금합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함께 했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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