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90여 채에 이르는 수도권 다세대주택 전세를 내준 뒤, 월세 계약서를 위조해 대규모 담보대출 사기를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들이 가로챈 대출금과 세입자들이 돌려받지 못할 보증금까지, 피해액만 2백억 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태원 기자입니다.
[기자]
인천 서구의 한 부동산 개발 업체 사무실.
한참 바삐 돌아가야 할 평일 낮인데도 아무런 인기척도 없습니다.
대규모 부동산 사기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나선 경찰이 며칠 전 들이닥친 곳입니다.
이곳 사무실에서 조직 총책 40대 남성 권 모 씨 등 2명이 사기 혐의 등으로 체포됐습니다.
권 씨는 대출 업무 총책인 임 모 씨와 함께 재작년부터 사무실을 꾸려놓고, 조직원들과 역할을 나눠 사기 행각을 벌였습니다.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일대 다세대 주택 가운데 전세가와 매매가가 거의 같은 깡통 주택 90여 채를 미리 섭외해놓은 바지사장 명의로 사들였습니다.
이미 껴있는 전세 보증금을 떠안는 대신, 한 채당 불과 천만 원에서 수백만 원 정도만 집주인에게 냈습니다.
이어, 은행보다는 심사가 허술한 개인 대부업체나 부동산 개발 업체에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렸습니다.
전셋집을 담보로도 돈을 빌릴 수 있었던 건, 세입자들 몰래 가짜 월세 계약서를 만들어 채권자들을 속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빌려준 돈을 모두 떼인 피해 업체엔 사실상 가치가 없는 깡통 주택만 남았습니다.
피해 세입자들도 주택 소유권을 넘겨받은 피해 업체를 상대로 큰돈을 들여 보증금 반환을 법적으로 다퉈야 합니다.
권 씨 일당이 빼돌린 대출금 70억여 원에 피해 세입자 90여 명이 돌려받지 못한 전세 보증금 170억여 원까지 피해액만 240억 원대로 추산됩니다.
특히, 유사 범행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이미 법정 구속된 바지 집주인 이 모 씨 한 사람 명의 주택만 2백여 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피해는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경찰은 앞서 체포한 총책 권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전남 나주시에서 체포한 대출 업무 총책 임 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입니다.
또, 이들에게 돈을 받고 명의를 빌려준 바지 집주인 30여 명에 대해서도 사기 혐의 공범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YTN 김태원입니다.
YTN 김태원 (woni041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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