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연립 주택 앞 도로입니다.
거주자들의 차도 보이고, 주민들의 출퇴근길이기도 합니다.
우리 일상에서 접하는 흔한 그런 도로예요.
그런데 매일같이 오고 가던 이 길에 통행료를 내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습니다.
사유지이기 때문입니다.
30년 넘게 지나던 길이었지만, 이제 이곳을 지나려면 한 달에 4만 원을 내라고 합니다.
그동안 밀린 7년 치 사용료 240만 원도 땅 주인에게 줘야 합니다.
땅 주인도 답답합니다.
공장 부지였는데 연립주택이 생겼고 도로 개발 없이 사유지가 도로로 사용되고 있었거든요.
공공을 위해 마냥 양보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도록 지자체는 무엇을 했나 의문이 생깁니다.
구청의 해명!
원래 개발해야 했는데 우선 순위에서 밀려서 도로를 못 만들었대요.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당장은 도울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이렇게 사유지를 도로로 쓰고 있다며 분쟁을 벌이는 곳이 구로구에서만 백 건이 넘습니다.
우종훈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개봉동 연립주택에 사는 장금자 씨는 다음 달부터 집 밖을 오갈 때 돈을 내야 합니다.
[장금자 / 서울 개봉동 연립주택 주민 : 지금까지 이 길로 다닌 것이죠. 계속. 이 길 아니면 다닐 수가 없어요. 아예.]
진출입로 땅 주인은 원래는 공장 부지이니 통행하려면 사용료를 내라며 주민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대법원까지 올라가 이겼습니다.
212제곱미터 크기의 진출입로는 지난 1969년 서울 구로구가 도시계획 상 도로로 지정했던 곳인데,
구청이 도로 개발을 미룬 사이 3년 전인 2020년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로 땅 주인의 재산권 행사가 가능해졌습니다.
[김지성 / 서울 개봉동 연립주택 주민 : 이렇게 된 것 어쨌든 방치한 것 구청이 아니냐.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사람이 집을 사고 가는데 그 앞 도로 땅까지 누구 소유인지 확인하면서 그렇게 하면서 사는 사람 없잖아요.]
구청은 예산 부족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려 도로로 만들지 못했다며 당장은 도울 방법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서울 구로구 관계자 : 지역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장기 전세 주택 건립 사업 승인 시 도로 개설을 하면 바로 그 사항들이 해소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업은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나 시작될 예정이라 주민들은 그때까지 사용료를 내야 합니다.
[앵커]
발뒤꿈치에 있는 힘줄, 아킬레스건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넌 나의 아킬레스건이야!"
치명적인 약점이라는 뜻으로 쓰이다 보니까 이런 소리 들으면 기분이 좋지는 않죠.
그런데 다른 시각으로 보면요, 이 점만 고치면 완벽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발뒤꿈치 힘줄이 이렇게나 중요합니다.
그 중요한 아킬레스건을 반쪽짜리로 만들어 납품한 업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습니다.
십자인대 파열 이식 수술에 쓰이는 건데, 업자도 업자지만, 의사들도 뒷돈 받고 입을 닫았습니다.
의료인으로서의 양심도 반쪽이 났네요.
심지어 이 재료들은 보건당국의 허가도 받지 않았습니다.
의학적인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건데, 이걸로 수천 명이 수술까지 했더라고요?
부작용이 우려됩니다.
권준수 기자입니다.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온전한 상태의 아킬레스건에 대해서만 사용 승인을 내줬습니다.
하지만 납품업체 대표 A 씨 등은 절반으로 쪼갠 아킬레스건을 싼값에 해외에서 들여와 병원에 납품했습니다.
이들이 무허가 재료를 납품한 병원만 400여 곳, 벌어들인 건강보험공단 요양급여는 무려 100억 원에 이릅니다.
조사 결과, 영업사원들은 수술 도구를 갖고 다니며 불법 의료 행위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박명운 /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장 : 영업사원이 수술실에 들어가 아킬레스건을 환자의 치수에 맞게 다듬거나, 응급구조사가 간호사 대신 수술실에서 수술 보조행위를 하는 등….]
경찰은 납품업체 선정 대가로 뒷돈을 건네받은 의사와 간호사 50여 명도 함께 적발했습니다.
반쪽짜리는 상대적으로 내구성이 떨어지고 의학적 검증도 완전치 않아 심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됩니다.
반쪽 아킬레스건으로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는 경찰이 파악한 규모만 6천5백여 명에 이릅니다.
[앵커]
2017년 이맘때로 가봅니다.
기억하실 거예요.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있었죠.
집 기둥이 갈라지고, 학교 건물도 무너져 내렸습니다.
피해가 말도 못 했어요.
자연적인 지진이야 누구 탓을 하겠습니까마는, 이 때 포항 지진의 원인은 지열발전소였습니다.
지역발전사업을 위해서 땅속에 물을 주입했는데, 이게 지진으로 이어졌다!
정부 조사 결과 밝혀졌습니다.
바람 불면 '지진인가?' 옆에 큰 트럭만 지나가도 '또 지진인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만 봐도 놀랐고요,
한 번 놀란 가슴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주민들은 내내 불안을 안고 살아왔습니다.
주민들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승소 했습니다.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후 공동대표 모시고 자세한 말씀 들어볼게요.
먼저 김근우 기자의 보도, 보고 오시죠.
[기자]
굉음과 함께 바닥이 흔들리자 자동차가 마치 장난감처럼 휘청입니다.
벽이 종잇장처럼 찢어졌고, 유리는 박살 났습니다.
지난 2017년 11월 경북 포항에서 일어난 지진은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습니다.
재판부는 지열발전으로 인해 지진이 난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대한민국과 포스코홀딩스 등이 피해 정도에 따라 위자료 200만 원에서 300만 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모성은 / 포항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 위원장 : (지진 당시 포항시민이라면) 누구나 300만 원을 배상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인적, 물적 피해에 대해서도 배상받을 길이 열렸습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시민은 5만여 명입니다.
하지만 판결이 확정되면 나머지 포항시민 45만여 명도 소송을 통해 같은 위자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정부가 내야 할 위자료는 1조5천억 원으로 늘어납니다.
[주우현 / 대구지방법원 공보판사 : 상급심에서 판단이 1심과는 다르게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법원에서 정부와 관계기관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단이 나온 이상, (다른 주민들의) 추가적인 소송 제기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것 같습니다.]
앞서 지난 2018년 포항시민들은 정부를 상대로 피해시민 한 명에 천만 원씩 위자료 지급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냈습니다.
YTN 안보라 (anbora@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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