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YTN은 최근 30대 싱글맘이 사채업자들의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끝내 숨졌다는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YTN은 누군가의 엄마이자, 또 사랑스러운 딸이기도 했던 피해 여성의 사례를 통해 드러난 불법 추심의 문제점을 오늘부터 연속 보도합니다.
먼저 첫 번째 순서로, 한 여성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몬 끔찍하고 지독했던 불법 추심의 행태를, 이현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9월, 스스로 세상을 떠난 30대 여성 A 씨가 남긴 유서에는 사채업자들에게 빌린 금액이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빌린 건 수십만 원 정도가 대부분이었는데 A 씨는 말도 안 되게 많은 금액을 갚으라는 협박에 시달렸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생전에 주변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A 씨는 소액을 빌리고 갚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돈을 갚기로 한 시간보다 1분이 늦을 때마다 10만 원씩 더 내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100만 원을 빌리면 일주일 만에 150만 원으로 불어났는데 연 3천%가 넘는 천문학적인 이자를 요구했습니다.
사채업자들은 심지어 A 씨는 물론 가족과 지인들에게도 쉴 새 없이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해댔습니다.
마치 사냥이라도 하듯, 평생 쫓아다니며 돈을 받아내겠다, 죽이겠다며 위협했습니다.
[A 씨 유가족 : 죽인다, 뭐한다, 쫓아와 가지고 싹 죽여 버린다. 협박을 얼마나 하던지….]
차용증을 들고 있는 A 씨 사진, A 씨의 아버지와 6살 딸이 함께 찍은 가족사진까지 무차별적으로 살포했습니다.
사채업자들이 보낸 불법 추심 문자입니다.
온갖 욕설은 물론 A 씨의 사진과 딸이 다니는 유치원 등 민감한 개인 정보까지 담겼습니다.
이런 문자는 A 씨의 주변 사람들에게 하루에도 수 백통씩 뿌려졌습니다.
사채업자들은 A 씨 딸이 다니는 유치원에까지 전화했습니다.
아이 이름을 대며 찾아가서 봐야겠다고 겁을 줬습니다.
A 씨는 사채업자들의 끝없는 괴롭힘에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고 주변에 호소했습니다.
[A 씨 지인 : 혼자서 아이 키우고 아프신 아버님도 모시고 살다 보니 힘든데…. (문자가) 하루 사이에도 백 통 넘게 올 정도로 며칠 동안 계속 왔었어요.]
결국 협박과 주변인들에 대한 압박에 못 이겨 A 씨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사채업자들은 불법 추심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남은 가족에게 전화해 A 씨 대신 돈을 갚으라며 위협했습니다.
[A 씨 유가족 : 잘 죽었다고 하죠, 곁으로 식구들하고 다 보내준다고. 이 나라에서 (사채업자가) 활개를 못 치게 됐으면 좋겠어요.]
사채업자들의 악랄한 행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YTN 이현정입니다.
※ YTN은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진 30대 여성의 삶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사채 내역이 포함된 유서를 확보했습니다. YTN은 유서에 담긴 마지막 호소가 불법 추심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유족의 동의를 얻어 일부를 공개합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YTN 이현정 (leehj0311@ytn.co.kr)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