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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화 : 휴가 중 성폭행을 시도한 한 군인이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징역 13년으로 대폭 감형되며 논란이 일었습니다. 특히 7년이나 감형됐음에도 “범행을 자의적으로 중지한 점”이 판결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상고했죠. 과연 피고인이 문제 삼은 쟁점은 무엇이었을까요? 또 이런 주장으로 형이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을까요? 오늘 <사건 엑스파일>에서는 군대 휴가 중 발생한 범죄 사건들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엑스파일> 이원화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권지안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권지안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권지안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우리가 살면서 그런 거짓말들을 하곤 하잖아요. 약속이 있는데 너무 귀찮아서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서 못 나갈 것 같다”라고 둘러대는 경우 말이죠. 어쩌면 이 사건 속 군인도 처음엔 그저 좀 철없이 가볍게 생각했던 것이 아닌가 싶어요. 군 휴가를 나왔다가 상관에게 거짓말을 했던 거죠? 어떤 사건이었습니까?
◇ 권지안 : 네, 군 복무 중이던 20대 한 남성이 휴가 복귀 당일, 여자친구와 더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이유로 지휘관인 포대장에게 "교통사고를 당해 허리 인대가 늘어나고 무릎 물혹이 터져 수술과 입원이 필요하다, 휴가를 3일 연장해달라"고 거짓말을 한 사건입니다. 더 황당한 건 여자친구도 직접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인데요. 여자친구가 간호사인 척 지휘관에게 전화를 걸어 거짓 진단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결국 거짓 보고임이 드러나 A 씨는 근무기피목적위계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가 된 사건입니다.
◆ 이원화 : 얼핏 들으면 물론 잘한 건 아니지만 휴가 나와서 애인이랑 더 있고 싶었나 보다, 참 철이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실제로는 징역형이 선고됐습니다. 그저 사회생활만 생각하면 “이걸로 징역?” 할 수 있지만, 이 사건은 왜 이런 판결이 나온 건지 설명을 해주시죠.
◇ 권지안 : 네, 사회에서 봤을 때는 뭐 거짓말 한 번 정도로 볼 수 있겠지만 군에서는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이 사안 같은 경우는 징역 4월이 선고된 사건이고요. 이 군인에게는 두 가지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첫 번째는 근무 기피 목적 위계입니다. 군인이 근무를 피할 목적으로 위계를 써서 이렇게 근무를 피할 목적으로 한 행동에 대해서 처벌하는 것인데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고요. 둘째는 위계공무집행 방해입니다.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을 일으켜서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하는 행위인데 이러한 행위로 처벌을 받은 것입니다.
◆ 이원화 : 여자친구가 간호사인 척 전화를 받아 거짓말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잖아요. 여자친구도 공범이라든지 처벌 대상이 되나요?
◇ 권지안 : 네, 처벌 대상이 됩니다. 여자친구도 위계공무집행방해죄의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 여자친구 B 씨가 간호사인 척 가장해 지휘관에게 직접 거짓 진단 내용을 전달한 행위는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명백하게 판단받고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같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휴가나 외박을 나온 뒤에 별다른 이유 없이 제때 복귀하지 않는 군인들도 제법 있습니다. 여기서 궁금한 건 사회에서의 무단 결근 같은 문제와는 결이 어떻게 다른지 사례를 들어서 한번 설명해 주세요.
◇ 권지안 : 사회에서 하는 무단 결근 같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죠. 군무 이탈죄 같은 경우는 군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부대를 이탈하거나 복귀하지 않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탈하게 된 의도 또한 귀환하게 되는 것에 거부 의사가 있었느냐 없었느냐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 판례를 살펴보면요. 군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복귀하지 않은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근무 기피 목적이 추정된다라고 엄격하게 보고 있고요. 한 군인이 외박을 했다가 복귀 시각인 오후 9시를 넘겨서 다음 날 오후 2시에 들어왔거든요. 이런 경우에는 약 17시간을 미복귀한 건데 이런 경우에도 군무 이탈로 판단을 받아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은 사안이 있었습니다.
◆ 이원화 : 군 휴가 중 벌어진 범죄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앞선 케이스처럼 단순 허위 보고나 미복귀 수준이 아니라 휴가를 나와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케이스들도 보고되곤 합니다. 이 사건 역시 정말 충격이었거든요. 어떤 사건이었습니까?
◇ 권지안 : 정말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군에서 휴가를 나온 20대 남성이 부대 복귀 당일인 작년 1월 8일 오후, 대전 중구의 한 상가 건물 여자 화장실에서 전혀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 B 씨를 뒤따라 들어가 흉기로 머리 등을 수차례 찔러 중상을 입히고 성폭행을 시도한 사건입니다. 피해자는 응급 수술을 받고 회복했지만 지금까지도 극심한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가해자는는 범행 당시 피해자에게 "난 오늘 죽을 것이다", "죽기 전에 한 번 해야겠다" 같은 위협 발언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범행 후에는 인근 아파트 옥상으로 달아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출동한 경찰에 긴급 체포됐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위반(강간 등 살인, 성적 목적 다중 이용 시설 침입), 특수방실침입 등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 이원화 : 1심에서 징역 20년이 선고됐는데 항소심에선 무려 7년이나 줄어든 징역 13년이 선고됐습니다. 애초에 1심 재판부가 20년형을 선고한 데엔 분명 이유가 있었을 텐데, 항소심에선 무엇이 달라졌길래 이런 큰 차이가 발생한 건지 청취자분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주시겠어요?
◇ 권지안 : 1심과 항소심의 가장 큰 차이는 죄를 어떻게 구성했느냐에 대한 그 차이점 때문에 형량 차이가 있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1심 같은 경우는 가해자가 흉기를 가지고 상해를 가한 뒤에 성관계까지 요구했다라는 일련의 과정을 전부그 일체로 보아서 강간과 살인의 고의가 모두 있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징역 20년을 선고한 것이고요. 반면 항소심은 "가해자가 살인미수를 저지르고 그 후 간음의 범의가 새롭게 생겨 강간 범행으로 나아간 것" 조금 분리해서 본 거죠. 살인 미수와 강간 미수를 따로 보면서 범행의 어떤 분리를 통해서 형량의 차이가 생겨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항소심에서는 가해자가 피해자와 1억 5천만 원의 합의를 하고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했다라는 점을 양형에 반영해서 징역 13년을 선고하게 된 것입니다.
◆ 이원화 : 보도에 따르면 사건의 가해자가요 피해 여성에게 흉기를 휘두르면서 “죽기 전에 너랑 성관계 한 번 해야겠다”라고 했다는 거거든요. 그런데 항소심 판결을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강간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말을 했단 말이죠. 일반인 입장에선 납득이 어려운 대목인데, 피고인이 실제 저런 말을 했어도 법원에서 강간의 의도가 없었다고 판결이 내려질 수 있는 건가요?
◇ 권지안 : 일반인 입장에서 납득하기 정말 어려운 대목이죠. 항소심 재판부는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강간이 목적이었다면 흉기로 협박해 옷을 벗기려는 등의 행위를 했어야 하는데, 그런 행위가 전혀 없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성관계를 요구하다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악수를 청한 뒤 현장을 빠져나왔습니다. 법원은 이 점에서 "유형력 행사의 궁극적 목적이 강간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거죠. 또 "부모 훈육과 군 복귀로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에서 잠재된 분노로 범행했다"고 판단을 한 것입니다.
◆ 이원화 : 강간에 대해서는 실행에 착수가 없었다 이렇게 본 거네요. 그리고 아마 많은 분이 가장 분노하실 부분은 “군에 복귀하기 전 밀려오는 극도의 불안감으로 통제할 수 없는 공황상태였다”라고 한 점입니다. 게다가 부모님에게 “심신미약 주장하면 된다” 이런 말 했다는 진술도 나왔잖아요.
◇ 권지안 : 네, 굉장히 충격적이고 공분을 살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가해자의 변호인은 정신감정 결과 나온 '회피성 인격 장애'를 근거로 군 복귀 전 불안감으로 공황 상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형법상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형을 감경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가해자가 범행 직후 병원에서 어머니에게 "심신미약을 주장하면 된다", "외삼촌과 외할아버지 돈도 많은데 도와줄 사람 없냐"고 말한 사실이 경찰관의 증언으로 재판에서 드러났습니다. 이런 말을 했다는 것만으로 봤을 때 정신적인 혼란 상태가 있었는지 그런 혼란 상태에서 나온 말이라고 보기엔 좀 어려운 것 같고, 그저 경솔하고 법적으로 방어하겠다는 어떤 전략을 세우는 말을 했던 것으로 보일 뿐입니다.
◆ 이원화 : 아무튼 피고인 측이 상고한 것으로 알려졌거든요. 이유는 “범행을 자의적으로 중지했는데, 그 점이 판결에 반영되지 않았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피고 측이 주장하는 ‘자의적 중지’라는 게 법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길래 이런 주장을 한 거죠?
◇ 권지안 : 형법에 '중지미수' 규정이 있습니다. 범인이 스스로의 의지로 범행을 중단한 경우, 즉 외부의 장애가 아닌 자신의 결정으로 멈췄을 때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일반 미수보다 훨씬 유리한 양형 사유로 적용될 수 있는 조항입니다. 가해자 같은 경우는 성폭행 시도를 스스로 멈추고 사과까지 했다는 점을 자의적 중지한 사정으로 봐달라고 주장한 겁니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요. 이렇게 중지미수가 되려면 외부 장애가 없이 순수하게 본인 의지대로 그만뒀어야 됐는데 당시 피해자가 칼에 찔려서 피를 흘리면서 극도의 공포 상태에 있었고 저항도 불가능했다. 뭐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는 가해자가 했던 중지 행위의 자의성을 인정할 수 없다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 이원화 : 네, <사건 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