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의료행위’라는 건 고도의 전문 지식과 판단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그렇다 보니, 의료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도 결과가 나빴단 이유만으로 곧바로 의료진의 책임을 묻긴 어렵죠.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꾸준히 들어온 분들이라면 아실 겁니다. ‘감정적 판단과 법적 판단은 엄연히 다를 수 있다’는 걸 말이죠. 하지만 아무리 의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라 해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생각이 드는 순간도 있죠? 오늘 살펴볼 이 사건은 어떨까요. 40대 여성 A 씨는 팔꿈치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마취과 전문의는 이미 병원을 떠난 상태였습니다. 다른 병원 일정 때문에 이동 중이었단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죠. 간호사는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A 씨의 상태를 보고, 마취과 전문의에게 연락했는데 전문의는 현장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전화로 해독제 투여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같은 의문을 제기합니다. “수술이 끝나기도 전에 마취과 전문의가 병원을 떠난 게 맞나?”, “환자가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전화 지시만으로 충분했나?” 일반인의 눈에는 너무나도 명백해 보이는 장면들. 하지만 법정에서는 그 판단이 다른 경우도 많죠. 이번 사건은 어떨까요. <사건X파일>,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김연근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김연근 : 네,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김연근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변호사님, 수면마취 받아본 적 있으세요? 그런데 수면마취를 받고 깨어나지 못했다, 마취 이후에 일어나지 못했다, 심정지에 빠졌다 이런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한편으론 불안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고가 발생했을 때 법적으로 무엇을 따져봐야하는지 짚어볼까 하는데요. 먼저 오프닝에서 소개한 사건부터 정리해보죠.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 김연근 : 보도에 따르면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서 40대 여성이 팔꿈치 수술 중 마취 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심정지까지 발생해 ‘현재 3개월째 의식불명 상태’에 있습니다. 마취과 전문의는 마취 후 약 12분 만에 수술실을 떠났고, 집도의 역시 수술 후 자리를 비우면서 환자가 한동안 수술실에 방치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 이상 징후가 발생해 해독제가 투여됐으나, 두 번째 투여 후 심정지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의료진은 서로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가장 많은 분들이 의아해하는 대목은 이 부분일 것 같아요. 마취과 전문의가 마취를 하고 환자가 완전히 깨어나지도 않았는데, 심지어 수술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병원을 떠났다... 법적으로 보면 어때요? 일반인이 생각하기엔 좀 이상하지만 법적으로는 괜찮을 수 있는 겁니까?
◆ 김연근 :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사안은 아닙니다. 마취과 전문의는 단순히 마취제를 투여하는 것으로 임무가 끝나지 않습니다. 마취 유지 중 환자의 활력징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마취 회복 과정에서도 환자의 의식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곁에서 관찰하거나, 부득이 자리를 떠날 경우에는 담당 간호사를 특정하여 환자 상태를 계속 주시하도록 조치할 의무가 있습니다. 수술이 끝나지 않고 의식도 회복되지 않은 환자를 두고 12분 만에 수술실을 떠난 것은, 이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실제 법적 책임은 당시 환자의 상태, 대체 인력의 존재 여부, 병원의 시스템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판단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그런데 보도를 통해 알려진 내용을 보면, 이 마취과 의사가 병원에 상근하는 의사가 아니라 여러 병원을 오가는 프리랜서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병원 일정이 있었다”, “프리랜서들은 그런 식으로 일하는 게 일반적이다”란 취지의 설명도 나온 것 같던데. 이런 다소 특수한 형태의 계약이나, 관행이란 부분이 법적으로 책임을 줄여주는 사정이 될 수 있을까요?
◆ 김연근 : 의료진의 계약 형태나 관행이 책임을 면하게 해주는 사유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프리랜서 형태로 근무하더라도, 환자를 직접 담당하는 이상 동일한 수준의 주의의무를 부담하게 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형태로 근무했느냐’가 아니라 ‘그 상황에서 필요한 의료적 조치를 다했느냐’이고, 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과실이 정당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책임 주체를 나눠보면, 방금 이야기한 마취를 담당한 의사가 있고요, 실제 수술을 맡은 집도의가 있고, 또 그 수술이 이뤄진 병원이 있을 거잖아요? 이런 경우 법적 책임을 어떻게 나눠볼 수 있나요? 현재까지 보도된 내용만 놓고 봤을 때 책임의 무게, 누가 더 크다 보세요?
◆ 김연근 : 우선 이 사건에서 책임은 마취과 전문의, 집도의, 병원 모두에게 나누어 검토될 수 있습니다. 마취과 전문의는 마취 유지 및 회복 과정에서의 환자 감시의무 위반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수술 중 환자의 활력징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지 않고 수술실을 이탈한 것은 그 자체로 주의의무 위반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집도의 역시 수술 중 환자 상태를 적절히 확인하고 이상 징후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의무가 있는데, 수술 후 자리를 비운 것이 이 의무를 위반한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겠습니다. 병원은 인력 배치, 수술실 운영 시스템, 의료진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에 따라 사용자책임 또는 관리상 과실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특히 프리랜서 마취과 의사를 활용하는 구조 자체가 환자 안전을 위한 적절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만 보면, 마취과 전문의의 이탈이 가장 직접적인 과실로 문제될 가능성이 있으나, 이는 개인의 문제인 동시에 병원의 시스템적 문제이기도 하므로 두 가지를 함께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피해자의 가족들은 ‘의료진의 무책임한 행동이 한 가정을 사지로 내몰았다’며 마취과 전문의와 집도의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단 입장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적 책임을 가를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무엇입니까?
◆ 김연근 : 이 사건에서 법적 책임을 가를 핵심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보입니다. 첫째, ‘주의의무 위반 여부’입니다. 마취과 전문의의 수술실 이탈, 집도의의 자리 이탈, 활력징후 감시 소홀 등이 의료수준에 비추어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인지가 문제됩니다. 둘째, ‘인과관계’입니다. 의료사고에서는 단순히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다만 피해자 측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하면, 의료행위를 한 측이 다른 원인에 의한 것임을 입증하지 않는 이상 인과관계가 추정됩니다. 셋째, ‘예견가능성’입니다. 마취 후 환자를 방치할 경우 호흡 억제, 심정지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잘 알려진 사항이므로, 예견가능성은 충분히 인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수술 들어가기 전에, 보통 수술 동의서 같은 거 작성하곤 하는데. 혹시 이게 문제가 될 여지도 있을까요?
◆ 김연근 : 수술 동의서도 일정 부분 쟁점이 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수술 동의서는 통상적인 위험에 대한 설명과 동의를 의미할 뿐, 의료진의 과실까지 면책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환자 입장에서는 동의서 작성 시 수술 방법, 마취 방식, 발생 가능한 합병증, 응급상황 시 조치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 받고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설명을 충분히 듣지 못했다면 그 자체로도 별도의 법적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다른 사건도 하나 더 살펴보겠습니다. 모발이식 수술을 받던 20대 여성이 숨진 사건입니다. 최근 1심에서 유족 측 손을 들어주는 판단이 나왔는데, ‘법원이 의료진의 책임을 인정한 사례’라 앞선 사건과 비교해볼 지점이 있을 것 같거든요. 어떤 케이스였습니까?
◆ 김연근 :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건은, 2023년 12월 서울 강남의 한 모발이식 병원에서 수술을 받던 20대 여성이 수면마취 이후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한 사건입니다. 이후 유족이 병원 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여 약 6억 5천만 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 이원화 : 이 사건에서 법원이 의료진의 책임을 인정한 이유가 단순히 환자가 사망했다는 결과 때문은 아니었잖아요? 재판부가 어떤 점들을 문제 삼았던 겁니까?
◆ 김연근 : 재판부가 문제 삼은 핵심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첫째, 마취제 투여량이 허용 범위를 초과한 점, 둘째, 수술 과정에서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 등 기본적인 활력징후를 제대로 관찰하지 않은 점, 셋째, 응급상황 발생 이후에도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수술 전 환자에게 발생 가능한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아 ‘설명의무 위반’까지 인정되었습니다.
◇ 이원화 : 앞서 살펴본 팔꿈치 수술 사건과 비교하면 법적으로 비슷하게 볼 수 있는 지점은 어디고, 반대로 다르게 봐야할 지점 뭐가 있을까요?
◆ 김연근 : 앞서 본 팔꿈치 수술 사건과 비교해보면, 두 사건 모두 ‘마취 상태에서의 환자 관리’가 핵심 쟁점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합니다. 다만 차이점은, 이번 모발이식 사건의 경우에는 마취제 과다 투여, 활력징후 미관찰, 응급대처 미흡 등 구체적인 과실이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났다는 점입니다. 반면 팔꿈치 수술 사건은 의료진 이탈이라는 의심스러운 정황은 있으나, 실제로 그로 인해 심정지와 같은 결과가 발생했는지, 즉 인과관계가 어떻게 입증되느냐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 이원화 : 문제는 수면마취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다고 해도, 환자나 가족은 의료 전문지식이 없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병원에서 “확인 중이다, 기록상 문제 없었다, 환자 감시 의무를 충분히 했다”이러면 뭐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할 것 같은데. 결국 재판으로 가게 되면 가장 중요한 게 기록, 증거일 것 같은데 뭐부터 확보하면 될까요?
◆ 김연근 : 이런 경우에는 일단 가장 중요한 게 ‘병원에서 작성된 의무기록을 최대한 빨리 확보’하는 겁니다. 수술기록지나 마취기록지, 간호기록지처럼 환자 상태와 처치 내용이 시간 순서대로 남아 있는 자료들이 핵심이고, 가능하다면 수술실 CCTV나 의료진 출입기록 같은 것도 같이 확보해 두는 게 좋습니다. 결국 나중에 법적으로 다투게 되면 ‘그때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입증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 이원화 : 그런데 병원에서 ‘지금은 자료 줄 수 없다, 확인 절차 필요하다, 개인정보 문제가 있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김연근 : 그런 경우에는 진료기록 사본 발급을 정식으로 요청하고, 필요하면 내용증명으로 남겨두는 게 좋습니다. 그래도 협조가 안 되면 법원에 증거보전 신청을 하거나, 형사 고소를 통해 수사기관이 자료를 확보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시간을 끌지 않고 최대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 이원화 :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