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휘 아나운서 (이하 최휘) : 사실 확인이 필요한 허위 의심 정보에 대해 짚어보는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선정수 팩트체커 전화로 만나보죠. 안녕하세요.
◇ 선정수 팩트체커 (이하 선정수) : 네 안녕하세요.
◆ 최휘 : 오늘 살펴볼 주제는 계절을 알리는 생물입니다.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준 제비, ‘봄의 전령’이라 불렸었는데요. 주변에서 볼 수가 없습니다. 서울에서는 사라진 걸까요? 보기 어려워진 이유가 있을까요?
◇ 선정수 : "서울에 첫눈이 내렸습니다."라는 기상청의 공식 확인이 나오려면 이 송월동 서울관측소에서 눈이 내린 게 확인돼야 합니다. 제비도 공식 기록은 이 송월동이 기준이지만, 다른 관측 자료를 살펴보면 아직도 서울 곳곳에 제비가 살고 있는 게 확인됩니다. 시민들이 생물을 관찰하고 기록을 게시하는 '네이처링'이라는 사이트가 있는데요. 여기에서 서울에서 관측된 제비 기록은 올해 8건이 존재합니다. 종로구 와룡동, 광진구 능동, 용산구 효창동, 마포구 상암동, 강동구 암사동, 광진구 화양동 등에서 발견된 기록이 있는데요. 공원, 궁궐, 대학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물이 있고, 녹지가 있는 곳인데요. 제비는 빈집에는 집을 짓지 않고, 사람이 드나드는 건물에만 집을 짓는 습성이 있습니다. 포식자의 접근을 피하기 위한 선택인데요. 주변에 물과 흙이 있는 곳에 자리를 잡습니다. 마실 물이 필요하고 물가에 먹이가 되는 곤충이 많기 때문입니다. 주변에 흙이 있어야 둥지를 지을 재료를 구할 수 있기도 하죠. 이런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제비가 날아옵니다. 도시화로 인해 흙이 노출돼 있는 공간이 줄어드는 게 제비를 몰아내는 조건이 되는 것이죠. 제비가 집을 드나들면서 똥 싸놓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제비집을 털어내는 것도 제비가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경기도에서는 53건, 인천에서는 18건이 기록됐습니다.
◆ 최휘 : 도시화뿐만 아니라 기후의 변화도 한몫했다고요?
◇ 선정수 : 조선일보는 <제비, 이젠 '봄의 전령' 아니다>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제비가 기후변화로 5~6월에 돌아오고, 도시에선 찾아보기 어려워졌다고 전합니다. 서울에서는 15년째 공식 관측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하고, 기상청은 봄 지표 동물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합니다. 이 기사는 2022년 3월 기사인데요. 2026년 5월 시점에 맞춰서 팩트체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시 기사는 15년째 서울에서 공식 관측이 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서울에서는 제비를 보기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다른 대도시들도 마찬가지고요. 기상청은 계절관측을 하고 있는데요. 식물과 동물, 기후 현상 등을 관측해 계절의 변화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전국 77곳의 관측소가 계절 관측에 참여해 평년값을 산출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종로구 송월동 서울관측소에서 계절 관측을 하고 있는데요. 이 관측소에서 마지막으로 제비가 관측된 기록은 2007년입니다. 이 해에는 5월 1일에 제비가 처음 관측되고 10월 11일에 마지막으로 관측됐습니다. 이후 현재까지 관측 기록이 없습니다.
◆ 최휘 : 앞서 설명한 조선일보 보도에선 계절 관측 지표 동물에서 제비를 뺄 것처럼 언급을 했는데요. 진짜로 빠졌나요?
◇ 선정수 : 앞선 조선일보 보도에선 제비를 빼는 방향으로 계절 관측 동물 목록을 조정하겠다는 기상청의 전언이 들어있는데요. 개정된 계절관측지침이 올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아직은 빠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동물계절관측 지정 종목은 제비, 뻐꾸기, 개구리, 나비, 잠자리, 매미 등 6종입니다. 제비를 계절 관측 목록에서 빼자고 하는 이유는 제비가 돌아오는 시기가 봄의 시작과 어긋나고 있다는 점인데요.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제비는 4월 초순에 첫 관측이 기록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들어서는 5월 초까지로 첫 관측 시기가 늦어졌습니다. 서귀포, 창원, 수원의 데이터를 분석해 봤는데 뚜렷한 경향성이 나타납니다.
◆ 최휘 : 꽃은 빨리 피는데, 제비가 돌아오는 시기는 왜 늦어질까요? 봄이 일찍오면 꽃도 일찍 피고, 벌레도 일찍 나와서 제비 입장에선 더 일찍부터 살기 좋아지는 것 아닐까요?
◇ 선정수 : 봄의 시작과 함께 돌아오는 것으로 익숙했던 제비의 귀소 시기가 늦어지는 경향은 전국적으로 일관되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꽃도 일찍 피고, 봄의 시작이 빨라지면서 다른 대부분의 이동성 동물들은 도래 시기가 빨라지는 경향이 확인되는데요. 유럽의 제비들도 도래 시기가 빨라지는 것으로 확인됐고요. 유독 우리나라 제비들만 도래 시기가 늦어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상돈 이화여대(에코크리에이티브 협동과정) 교수는 2011년 논문에서 개체수가 심각하게 감소할 경우, 99% 이상 줄어든 경우에 10~12일 정도 도래 시기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는데요. 제비도 개체수가 심각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에 도래 시기가 늦어지는 것으로 분석을 했습니다. 개체수가 충분히 회복되면 양상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 최휘 : 착한 사람에게 복을 가져다주는 걸로 유명한 제비인데요. 우리 곁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 선정수 : 일단 제비가 돌아오는 곳을 중심으로 서식 여건을 잘 지켜줘야 합니다. 제비는 물, 흙, 먹이, 인가 이런 조건을 충족해야 살 수 있는데요. 제비가 집을 지으면 털어내지 말고, 제비집 밑으로 받침대를 만들어서 배설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법을 고려해 봤으면 합니다. 지자체에서 재원을 투입해서 받침대를 제작하고 배포하는 지원이 가능할 것 같고요. 제비를 이용한 지역 브랜드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습니다. 제비가 해충도 많이 잡아먹고 제비 새끼들이 둥지에 들어있으면서 먹이를 받아먹는 모습 보는 게 교육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거든요. 결국 사람이 얼마나 곁을 내주느냐에 따라 제비가 우리 곁에서 사라질 수도, 살아남을 수도 있는 것이죠.
◆ 최휘 : 요즘 야산 인근 도로를 지나가면 아카시아라고 불렸던 아까시나무 꽃이 피어서 향기가 좋은데요. 이 꽃이 피는 시기도 빨라졌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인가요?
◇ 선정수 : 1973년부터 데이터가 잘 관리된 수원 지역을 사례로 들어보면요. 1973년에는 아까시나무 최초 개화일이 5월 16일로 나타납니다. 올해는 5월 4일인데요. 12일 빨라졌죠. 관측 결과를 통계적으로 분석해보면 해마다 0.2일 정도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얻었고요. 벚꽃이나 개나리 진달래 매화 등 다른 나무의 개화일도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온도가 높아지면서 꽃도 빨리 피는 것이죠.
◆ 최휘 : 개구리가 깨어나는 경칩이 봄을 알리는 지표였는데요. 관련해서 최신 관측 결과가 있나요?
◇ 선정수 : 기상청 관측 결과로는 뚜렷한 인과관계가 나타나지 않는 지역이 많습니다. 수원 등 일부 지역에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첫 관측일이 늦어졌다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국립공원공단이 지난해 내놓은 자료가 있습니다. 지리산국립공원에선 큰산개구리의 첫 산란 시기를 15년 동안 관찰한 결과 18일 정도 앞당겨졌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기후변화와 동식물의 관계를 살펴보면, 지구 온도가 높아지면서 봄도 빨리 찾아오고 그에 맞춰 동식물의 이동 시기와 개화 시기 등이 앞당겨진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 제비가 늦게 오는 것이 독특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 최휘 : 계절을 알리는 동물에는 또 뭐가 있을까요?
◇ 선정수 :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깨어나면 봄이 왔다고 볼 수 있는데요. 개구리, 도롱뇽, 뱀, 박쥐, 곰, 너구리, 오소리 이런 동물들이 겨울잠을 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중 뱀은 기상청의 계절 관측 지표 동물에 들어있었는데요. 2015년 4월 지침을 개정하면서 빠지게 됐습니다. 당시에 함께 빠졌던 동물은 종달새와 기러기인데요. 관측소가 무인화되거나 관측소 주변이 도시화 되면서 해당 생물종을 발견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도시 지역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종 위주로 계절 관측을 이어가고 있는 건데요. 식물로는 코스모스, 개나리, 진달래, 매화, 벚나무, 아까시나무, 복숭아, 배나무, 은행나무, 단풍나무가 지정돼 있고요. 동물로는 제비, 뻐꾸기, 개구리, 나비, 잠자리, 매미. 이렇게 6종이 정해져 있습니다. 제비, 개구리, 나비는 봄을 알리는 동물이고요. 뻐꾸기는 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 것을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졌죠. 매미가 울면 여름, 잠자리는 장마철 지나고 한여름부터 늦가을까지 활동하고요. 기러기는 가을에 오는 동물이었죠. 기후변화와 도시화로 인한 서식지 파괴 등으로 동식물도 큰 변화를 겪고 있는 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최휘 : 기후가 변하면서 곤충 생태에도 변화가 나타난다면서요?
◇ 선정수 : 양봉 농가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봄철에 이상 고온이 발생하면 벌들이 꿀을 찾아 벌통에서 나왔다가 귀환하지 못하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고 하고요. 꽃이 한꺼번에 피면 벌이 꿀을 딸 수 있는 시기가 제한되면서 먹이 활동이 원활하지 못하고, 양봉 농가 입장에선 꿀 수확량이 줄어들죠. 고온 저온이 반복되면 저항력이 낮아져서 벌 기생충인 꿀벌 응애 피해가 심각해지고요. 위생 해충인 모기도 기후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요. 지난달 서울시 모기감시체계의 디지털모기측정기에 채집된 모기는 1만 908마리로 작년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35% 정도 늘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원래 5월부터 10월까지 모기 개체수 변화를 감시했는데요. 기후변화에 따라 모기 발생이 빨라지고 활동 기간이 늘어나면서 2023년부터는 4월로 감시 개시를 앞당겼고요. 2024년부터는 11월까지로 감시 종료 기간을 늦췄습니다. 2025년부터는 3월부터 감시를 시작하게 됐고요. 그만큼 기후 변화는 모기 활동 기간을 늘렸습니다. 질병관리청은 3월20일 전국에 일본뇌염 주의보를 발령했는데요. 이 주의보는 1970년대엔 6~7월에 발령되던 것이 2020년대 들어서는 3월에 발령이 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여름에 엄청 더우면 모기가 알을 낳기에 좋지 않은 환경이 조성되면서 오히려 한여름보다 봄 가을에 모기가 더 기승을 부리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기후변화가 곤충에게 미치는 영향이라고 볼 수 있죠.
◆ 최휘 : 기후변화로 바뀌고 있는 한반도 생태계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우리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게 되진 않을지 예의주시 해야겠네요. 지금까지 선정수 팩트체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