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휘 아나운서 (이하 최휘) :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합니다. 소장님, 안녕하세요?
◇ 김언경 뭉클미디어 소장 (이하 김언경) : 네 안녕하세요.
◆ 최휘 : 최근 삼성전자 파업과 관련한 뉴스가 정말 많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이에 대해 좀 정리해보신다고요. 먼저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배경을 짚어볼까요?
◇ 김언경 : 지금 벌어지는 이슈는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그간 사측을 상대로 임금·성과급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성과급(OPI) 산정 방식을 둘러싸고 이견이 팽팽했습니다. 노조는 “회사 실적은 좋은데 직원 보상이 부족하다”, “성과급 기준이 불투명하다”고 주장했고요. 사측은 반도체 업황 변동성과 미래 투자 필요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취했습니다. 2024년 6월에 전삼노는 단체 연가 방식의 쟁의행동을 진행했습니다. 이 시기가 사실상 “삼성전자 첫 본격 파업 예고” 단계였습니다. 당시 핵심 메시지는 성과급 제도 개편, 휴가·임금 개선, 노조 인정 확대 등이었습니다. 2024년 7월에 전삼노는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1969년 삼성전자 창사 이후 사실상 첫 대규모 총파업으로 크게 보도됐습니다. 노조는 생산 차질 가능성, 반도체 라인 영향 등을 언급하며 압박했고, 사측은 생산 차질은 제한적일 것이며, 핵심 라인은 유지 가능이라는 입장을 냈습니다. 이후 노사는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갔지만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습니다.
◆ 최휘 : 다시 갈등에 불이 붙은 건 언제부터였을까요?
◇ 김언경 : 2025년 말부터 임금협상에서도 핵심 쟁점이 다시 충돌했는데요. 노조는 대규모 집회, 쟁의권 확보, 총파업 찬반투표 등을 진행했습니다. 노조의 주장은 일단 성과급 상한 폐지입니다. 현재 삼성전자의 성과급(OPI)은 일정 상한선이 존재합니다. 노조는 회사 실적이 폭증해도 보상 한도가 묶여 있으며, 직원 기여에 비해 제한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한 자체를 없애라”고 요구합니다. 더불어 노조의 핵심 요구 중 하나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라입니다. 즉, 회사가 많이 벌면 직원도 직접적으로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또한 성과급 산정 기준이 불명확하고 경영진 재량이 지나치게 크다고 비판하며 성과급 계산 방식 공개, 공식화, 노조 참여을 요구했습니다. 삼전노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이고요. 이 과정에서 이재용 회장 자택 앞 집회 신고. 대규모 조합원 결의대회 등도 이어졌습니다. 워낙 언론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기에 정부와 노동부가 중재에 나서며 “사후조정”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 최휘 : 지금 말씀하신 내용을 들어보면 삼성전자 노동자 입장에서는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요. 논쟁거리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 김언경 : 이번 사태는 단순 “돈 더 달라”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삼성의 노사문화가 변화하고 있다는 시대적 흐름도 분명히 느껴지는데요. 과거 삼성은 무노조 경영으로 유명했지요. 그러나 이제 삼성 내부 노동문화가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것이죠. 특히 IT·반도체 업계 노동권이 핵심 쟁점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노사의 주장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면 노조 측은 삼성전자 실적은 직원들의 노동 결과이니 초호황 시기에 제한적으로 보상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고요. 사측은 반도체 산업은 경기 변동이 매우 심하고, 미래 투자가 막대하게 필요하며 AI·첨단공정 경쟁 중이라 현금을 계속 비축해야 하는데, 성과급을 지나치게 고정하면 미래 투자 여력이 줄어든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 최휘 : 반도체 산업은 각종 정부 혜택과 지원을 받으면서 성장해왔기 때문에 사회에 좀 더 환원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들려오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봐야할까요?
◇ 김언경 : 한편 사회적으로는 삼성의 성과는 집단적 생산물이기 때문에 삼성전자 정규직 중심, 임원 중심, 주주 중심으로만 성과에 대한 배분이 이루어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귀족노조가 돈을 더 달라고 한다는 식의 지적도 있는데요. 사실 이것은 굉장히 진부한 지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연봉이 높건 낮건 노동자가 노조활동을 하며 정당한 교섭을 하는 것일 뿐이고요. 특히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고강도 노동, 반도체 라인 스트레스, 성과압박 등에 시달린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프레임이라고 생각됩니다. 언론은 파업 규모, 손실액, 생산차질, 주가는 참 많이 다루는데, 삼성전자 노동자의 노동강도, 현재의 성과배분 구조, 협력업체 문제, 산업재해 역사, 반도체 노동의 위험성 등 노동 구조에 대한 보도는 적습니다. 저는 이게 더 논쟁거리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는 어느 노조의 파업이든 다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이 사실이지만, 특히 삼성전자 파업을 앞두고 부정적 의견이 팽배한데요. 반도체는 한국 경제 핵심 산업이라서, 국가 경쟁력 흔들릴 수 있다, 공급망 문제 생긴다,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면서 비판적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전략산업이라고 노동권을 마냥 제한할 수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 최휘 : 정부가 중재에 나섰는데 이것도 순탄치는 않았지요?
◇ 김언경 : 삼성전자 사후조정이 중앙노동위원회 주재로 5월 11일부터 나흘간 이어졌습니다. 노조 측은 영업이익 15%성과급 지급 및 상한 폐지를 여전히 요구하고 있으며 특히 ‘성과급 제도화, 성과급 재원 및 지급 기준의 명문화’를 사측이 받지 않으면 조정 안 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고요. 사측도 영업익10%, 성과급 상한 폐지 불가 입장 고수했습니다. 또한 노조 측은 반도체 이외 부문에도 성과급을 나눠주기 위한 전사 공통재원 설정에 대해선 이번 협상에서는 다루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계속 결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다시 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습니다. 구윤철 장관은 "정부는 어떠한 경우라도 원칙 있는 협상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도록 끝까지 지원하겠다""파업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고, 김민석 총리도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게끔 노사 간의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적극 지원하라”고 했습니다. 파업이 우려되자 주요 고객사인 애플과 HP도 공급 차질을 우려해 삼성전자 사측에 대응계획을 문의했다고 하는데요. 이 소식 역시 언론에서 주목해 많이 보도했습니다. 한마디로 다방면으로 노조에 압박이 되는 상황이며, 언론보도는 매우 노조에 부정적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최휘 : 그렇군요. 그럼 본격적으로 이번 사안에 대한 언론보도에 집중해볼까요? 오늘 소장님이 이 주제를 정하신 이유가 언론이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에 대해 너무 심하게 여론 형성을 하고 있다고 보시는 것이라면서요.
◇ 김언경 : 노사관계에 있어서 긴급조정권 발동을 한다는 것은 최후 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76조에 근거한 제도로, 쟁의 행위가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 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예외적 조정 절차입니다. 긴급조정권 발동 시 30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중노위 조정 및 중재 절차가 진행됩니다. 그러나 매우 예외적 제도입니다. 따라서 발동된 사례도 매우 적습니다.
◆ 최휘 : 이번에 긴급조정권이 발동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 김언경 : 미디어스에 게재된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탁종열 소장의 기고를 보면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ILO는 강제중재와 파업금지를 매우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고요. 생명·안전·건강에 즉각적 위험이 발생하는 ‘엄격한 의미의 필수공익사업’이 아니라면 국가의 강제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노동기준의 핵심 원칙입니다. 경제적 손실 가능성이나 국가 산업의 중요성만으로 파업권 제한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한국 역시 이러한 국제기준과 노동기본권 보장 원칙에 따라 2007년 노동법 개정을 통해 직권중재 제도를 폐지했습니다. 당시 개정의 핵심은 공익사업에 대한 광범위한 국가 개입을 축소하고, ‘최소유지업무’를 유지하되 파업권 자체는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전환하는 데 있었다. 이는 ILO 권고와 국제기준에 맞추기 위한 변화였지요. 또한 이재명 정부는 노동권 보장을 강조하고 있는데,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가능성은 사실상 적어 보입니다. 김영훈 노동부장관도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 검토 사항 아니다. 파업하고 말고는 노조의 선택이지만, 정부는 파업까지 이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대화를 주선하고 물 밑이든 물 위로든 분초를 쪼개 양쪽을 조율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언론은 긴급조정권을 계속 강조하면서 긴급조정권 발동을 밀어부쳐야 한다는 식으로 정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 최휘 : 긴급조정권 관련 보도량이 많은가요?
◇ 김언경 : 미디어스의 기고문에서는 최근 포털에는 “정부 직접 개입”, “공멸”, “국가경제 피해”, “긴급조정권 카드” 같은 표현을 담은 기사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고, 실제로 관련 기사는 하루 사이 10건 수준에서 60건 이상으로 급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제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빅데이터 사이트 빅카인즈에서 5월 1일부터 13일까지 삼성전자와 파업, 총파업, 노조, 노동조합, 전삼노, 쟁의행위, 생산차질, 임금교섭이라는 단어가 함께 들어간 기사를 모두 검색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총 2,189건이고요. 이 중에서 긴급조정권이 언급된 기사는 159건, 제목에 긴급조정권이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입장을 밝힌 기사가 46건이나 되었습니다. 이들 기사는 5월 13일 경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탁종열 소장의 기고문에서 이들 기사들은 ‘국가경제 피해’와 ‘공급망 위기’를 반복적으로 강조하면서도, 정작 긴급조정권의 엄격한 법적 요건이나 ILO 기준, 2007년 직권중재 폐지의 역사적 의미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요. 대신 “공멸”, “정부 강경 대응”, “파업 저지” 같은 표현을 반복하며 사실상 정부 개입의 필요성을 여론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죠.
◆ 최휘 : 이슈 관련해서 마지막으로 한 말씀해주신다면요?
◇ 김언경 : 이번 삼성전자 파업과 관련된 보도량이 워낙 많아서 제대로 분석하는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목만 봤을 때에도 노조를 직접 비난하지 않아도 “경제위기·생산차질”, “주주피해”, “국가경쟁력” 등의 논리로 간접적으로 노조를 압박하는 구조가 많았다는 점입니다. “반도체 전쟁 중”, “하루 수천억 손실”, “주주 피해”, “TSMC 반사이익” 같은 표현으로 사실상 노조를 위험요인으로 구성하는 방식이 많았고요. 이처럼 노조 책임론을 강조하는 언론사는 대체로 경제지들과 보수일간지였습니다. 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고객사 이탈”,“공급망 불안” 같은 표현을 사용해서 노동조합을 비합리적, 무책임, 국가경쟁력 훼손 주체로 묘사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이에 비해서 노동권·교섭권 프레임이라는 표현은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우리 언론의 반노동 정서는 오늘내일 일이 아니지만, 최소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에 대해서 이처럼 공정하지 못하게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 최휘 :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김언경 소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