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원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걸그룹 리센느 리더 원이가 유튜브 채널에서 시작할 때 하는 인사입니다.
"거제 야호"란 밈이 유행해서 유튜브를 보기 시작하고, 미나미와의 티키타카를 보게 되고,
또, 멤버들을 알게 되고, 마침내 노래까지 인기를 끌며 잘 나가는 가수들도 하기 힘들다는 멜론 차트 1위를 해냅니다.
보통은 히트곡이 먼저 나오고, 그다음 예능과 유튜브를 통해 팬이 늘어납니다.
그런데 리센느는 정반대였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경영학에서 말하는 Value, 즉 가치는 사람들이 기꺼이 시간을 쓰게 만드는 이유를 말합니다.
사람들은 처음부터 리센느의 노래를 들으려고 유튜브에 들어온 게 아닙니다.
그저 잠시 웃을 수 있고, 편하게 볼 수 있는 영상. 원이의 유튜브는 바로 그 수요를 정확하게 채웠습니다.
원이는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쓰면서 거제 출신임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일본인 멤버 미나미가 더해집니다.
거제 사투리와 일본어가 뒤섞이고, 서로 엉뚱하게 받아치는 대화가 이어집니다.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는데도 계속 웃깁니다.
사람들은 아이돌을 본 게 아니라 친한 친구들의 대화를 본 겁니다.
그래서 K팝 팬이 아니어도 볼 수 있었고, 알고리즘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상을 추천했습니다.
리센느는 음악보다 먼저 사람들에게 캐릭터를 보게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자체 콘텐츠로 일상을 보여주는 건 이제 아이돌 업계에서 흔한 일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리센느만 이렇게 빵 떴을까요?
경영학에서 말하는 희소성은 세상에 하나뿐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남들이 차지하지 않은 자리를 먼저 선점하는 것입니다.
요즘 K팝 아이돌은 표준어 말투와 인형 같은 외모, 오차 없는 군무까지 너무 완벽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완벽해질수록 차별화는 오히려 어려워졌습니다.
많은 아이돌이 무대에서는 완벽함을, 자체 콘텐츠에서는 편안함을 내세웁니다.
하지만 일상 속 모습이 무대만큼 인상적인 캐릭터로 이어지지 않거나, 자연스러움마저 연출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반면 리센느는 무대와 일상의 간극이 크지 않았습니다.
억지로 만든 캐릭터가 아니라 평소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리센느는 '누가 더 완벽한가'를 겨루는 대신,
'가장 친근한 걸그룹'이라는
비어 있던 자리를 먼저 차지했습니다.
거제 사투리를 쓰는 원이,
그 사투리를 신기해하는 미나미,
중소 기획사의 숙소와 성장 과정까지.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됐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기획사도 이 공식을 그대로 따라 하면 되는 건 아닐까요?
하지만 이 전략을 그대로 따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원이의 성격, 미나미와의 관계,
몇 년 동안 자연스럽게 쌓인 케미,
팬들이 함께 지켜본 성장 과정까지.
이 전체가 진짜 경쟁력입니다.
겉모습은 잠시 흉내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건 진짜다." 라고 느끼게 만드는 관계까지 따라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리센느의 경쟁력은 콘텐츠 형식이 아니라 사람 자체에 있습니다.
한 차례 예상치 못한 위기도 겪었습니다.
원이의 사투리 표현이 일베 용어 논란으로 번졌지만, 팬덤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평소 콘텐츠를 통해 쌓인 원이의 말투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특정 표현 하나보다 그동안 보여준 모습을 더 믿었습니다.
평소 쌓인 진정성이 있었기에 작은 논란 하나가 신뢰 전체를 무너뜨리지 못한 겁니다.
물론 개별적인 강점이 있다고 모두가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많은 기업이 좋은 제품을 갖고도 실패합니다.
리센느의 소속사는 유튜브의 인기를 개인의 화제로만 끝내지 않았습니다.
유튜브를 보고, 멤버를 좋아하고,
노래를 듣고, 다시 콘텐츠를 소비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리센느는 사람들이 기꺼이 시간을 쓰게 만들었고, 시장에 없던 자리를 먼저 차지했고,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관계와 서사를 만들었고,
회사는 그것을 하나의 브랜드로 연결했습니다.
요즘 대중은 완벽한 브랜드보다,
오래 지켜보고 싶은 브랜드를 선택합니다.
리센느는 노래보다 먼저 사람을 좋아하게 만들었습니다.
음악을 듣고, 팬이 되고, 다시 콘텐츠를
소비하는 선순환을 완성했습니다.
리센느의 성공은 바이럴이 만든 우연이 아니라, 캐릭터를 브랜드로 바꾼 전략의 성공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한방이슈 김승환입니다.
기획·구성 : 김승환 (ksh@ytn.co.kr)
제작 : 이유진 (yoolee21@ytn.co.kr)
YTN 김승환 (ks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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