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바다 위를 떠서 이동하는 배, 바로 '위그선'입니다.
국내 업체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국가핵심기술인데, 퇴직한 직원들이 기술을 빼돌렸다 우리 정보 당국에 덜미를 잡히는 등 산업 기술 유출사례기 잇따라 적발됐습니다.
대기업에 이어 이제는 중소·벤처기업까지 '산업스파이'의 표적이 되며 국내외로의 기술유출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는데요,
황혜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017년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시승했던 위그선.
바다 위를 1m가량 떠서 고속이동할 수 있는 배로, 국내 업체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연구소장 등 직원 2명이 퇴직하면서 개발 실험 데이터와 설계도면 등을 빼돌려 동종 업체를 설립하고 해외 업체와 생산을 추진하려다 우리 정보 당국에 덜미가 잡혔습니다.
하마터면 십수 년 동안 수백억 원을 투자해 개발한 '국가핵심기술'이 고스란히 경쟁국 수중에 들어갈 뻔했습니다.
[조현욱 / '위그선' 개발 업체 대표이사 : 이런 거 정도 가져간 게 뭐가 죄가 되느냐, 이게 무슨 국가핵심기술이냐 (하는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자기 것 아닌 것은 가져가서는 안 되고 더군다나 국가핵심기술은 어떤 이유가 되든지 가져가선 안 됩니다. (기업과 국가 승인 없이) 해외 유출됐을 때는 이적행위로 또 매국 행위로 엄벌에 처해야 된다는 게….]
1/1000mm 두께까지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가진 이 제조업체는 더욱 심각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유기발광다이오드, OLED의 두께 측정기를 개발해 100억 원 규모의 중국 수출을 앞둔 상황에서 소속 프로그래머가 기술을 빼돌린 겁니다.
훔친 기술로 중국에서 비슷한 장비를 만들어 저가에 판매하는 바람에 10년간 공들인 연구·개발이 모두 물거품이 됐습니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국정원의 문을 두드려 유출 증거를 찾고 가해자 징역형도 이끌어 냈지만 물질적, 정신적 피해는 보상받을 길이 막막합니다.
[최병곤 / 계측장비 제조업체 대표이사 : (회사에 있는 원본과) 그 친구가 유출한 거랑 1자 하나 틀리지 않고 완전히 싱크로율 100%로 나왔으니까…. (공모한 중국 교포는) 결혼할 때 '주례 좀 서 주세요' 할 정도로 저하고 굉장히 돈독한 관계였어요. 뒤에 가서 그렇게 할 거라곤 전혀 생각을 못 했죠.]
지난 2015년부터 20년까지 국정원에서 적발한 해외 기술유출 사건은 모두 130건.
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대가 적발한 사건도 최근 5년간 6백 건이 넘고, 검거한 인원은 무려 천7백 명을 웃돌고 있습니다.
대부분 고액 연봉 등 금전적 이익의 유혹에 넘어간 건데, 이로 인한 직·간접적 피해 규모는 수십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첨단 정보기술 강국인 우리나라가 산업스파이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안 의식 강화와 함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YTN 황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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