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이광연 앵커, 박석원 앵커
■ 출연 : 소성욱 소송 당사자, 김용민 소성욱 씨 배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큐]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입법 움직임까지 보도로 보셨고 이렇게 어제 판결 나오고 관심이 높습니다. 승소 당사자인 동성 부부 소성욱 씨, 김용민 씨 만나서 직접 이번 판결의 의미, 향후 계획까지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대기하시면서 저희 뒤로 사진 속 모습 보시면서 서로 대화도 나누셨는데 지금 하얀 종이는 차별이라는 글자를 찢은 걸로 알고 있고 사랑, 평등, 가족, 또 행복, 돌봄 여러 가지 키워드도 있는데 설명해 주시죠.
[소성욱]
저희가 평소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적은 종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평소에 저희가 사랑하고 또 행복하게 살아가고 서로에게 헌신하고 돌봐주는 그런 관계라는 것을 좀 더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앵커]
이번 항소심 판결 정말 큰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 지금 보시는 것처럼 법원 앞에서 굉장히 기뻐하는 모습이 저희 뒤로 화면으로 나가고 있고요. 1심을 뒤집은 판결이었습니다. 예상은 하셨는지, 판결 이후에 어떤 느낌이었는지 소감을 들어봐야 될 것 같아요.
[김용민]
일단 항소심 과정에서 기일이 몇 번 있었는데요. 그때 재판이 지금 평등의 원칙을 다루면서 그렇게 진행되고 있구나, 그렇게 보면서 어느 정도 우리가 이길 수도 있겠다라는 그런 예상을 했던 것 같고요.
[앵커]
판결 전부터 평등을 강조하고 있구나라는 변화를 느끼셨습니까?
[소성욱]
1심에서는 판결이 이성 사실혼 관계 배우자와 저희가 본질적으로 다르다라는 판결을 했었는데. 2심 항소심에서는 재판부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할 때 무엇이 대체 다르냐는 질문을 가졌었습니다.
[앵커]
1심 판결이 2022년 작년 1월 7일에 있었더라고요. 오히려 그때 한번 기분을 여쭤보고 싶은데 그때는 어떠셨습니까? 1심 때.
[김용민]
그때는 많이 속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실제로 선고 기자회견에서도 많이 울었었던 것 같고. 어제 운 것는 다른 슬픈, 안타까운...
[앵커]
1년 전과 1년 후 울음의 성격은 다르다. 또 한 가지가 어제 2심 항소심 판단하고 나서 제가 본 반응 중에는 우리나라 맞나? 이런 반응들도 있더라고요. 혹시 주변 지인이나 가족들은 뭐라고 하시나요?
[소성욱]
제 주변 많은 친구들 그리고 대학교 다녔을 때 선생님, 교수님들 그리고 선후배뿐만 아니라 저희 집을 소개해 주셨던 부동산의 공인중개사 대표님까지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다 같이 너무 기뻐해 주고 축하한다는 연락을 여기저기서 주셨고요. 결혼식 때보다도 지금 이 승소가 너무 기쁘다는 연락도 받았고. 오히려 늦었다, 이런 판결이. 왜 이제야 나왔나, 이런 얘기도 들었습니다.
[앵커]
하지만 과정 속에서 서운하거나 속상한 반응도 있었을 것 같은데 혹시 여쭤봐도 될까요?
[김용민]
어제 판결 이후에는 그런 반응들을 보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SNS를 하면서 보니까 큰 물결이 일어났던 건 정말 오랜만에 봤던 것 같아요. 제가 생각났던 건 2015년에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동성혼이 됐을 때 그때 SNS의 반응과 비슷한 그런 반응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앵커]
어제 법원 판결 중에 이례적으로 봤었던 부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이례적으로 봤었던 부분이 성 소수자들이 차별받을 이유가 없다,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했었고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비판적 견해를 냈는데 이 부분도 남다르게 느끼셨을 것 같아요.
[소성욱]
그동안 성 소수자들이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대해서 맞서고 저항하기도 했는데. 그 가운데 제가 생각했을 때는 많은 정치인들이 혐오와 차별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 대안을 제시하는 걸 잘 보지 못했던 것 같고. 오히려 혐의와 차별에 동참하거나 편승하는 모습들이 더 많았던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이 좀...
[앵커]
중요한 대목. 그리고 언론보도 이후 댓글을 통해서 울림이 많이 전해지는 대목이 아까 화면 다시 한 번 보여주시죠. 재판부의 선고문이었는데 성적 지향은 선택이 아닌 타고난 본성이다라는 언급과 함께 남아 있는 차별들도 언젠가는 폐지될 것이다라는 부분에 많은 분들이 주목을 하시더군요. 그런데 1심과 마찬가지로 어제 항소심 역시 동성부부, 동성커플의 사실혼 지위를 인정한 건 아니거든요. 이 대목은 아쉬울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소성욱]
사실혼 지위를 인정한 게 아니라고 판결문에 쓰여 있기는 했지만 핵심적인 것은 저희가 다른 부부들과, 다른 가족들과 다를 바 없이 동일한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평등의 원칙을 더 강조했다고 저는 생각하고요. 그래서 그 부분이 조금 더 세상에 강조되고 알려져서 앞으로도 사회에서 성소수자를 비롯한 많은 소수자들이 차별에 시달리고 차별에 힘들어하는 게 아니라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고 기대하고 싶습니다.
[앵커]
지난 3년 동안의 재판 과정에서 힘들었던 부분을 제가 다른 인터뷰를 통해서 봤더니 재판부에 우리가 부부임을 증명하려고 결혼식 사진이나 하객 방명록, 통장 사본까지도 제출해야 되는 과정들도 있었다, 이렇게 들었거든요. 동성부부로서 이렇게 부부를 입증하기 위한 힘들었던 부분들, 다른 제도적 측면에서 봤을 때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드십니까?
[김용민]
일단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결혼이 가질 수 있는 권리가 1000가지 정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 1000가지를 다 못 누리는 거니까 일일이 열거하자면 정말 끝도 없을 텐데 저희 개인적인 경험을 하나 말씀드리자면 저희가 소송을 하니까 법원에서 등기 같은 것도 날아오더라고요. 법원에서 날아온 등기는 본인 아니면 가족만 받을 수 있다고 집배원분이 그러셨는데 마침 제가 나갔었는데 사실상 원고는 저희 남편이거든요. 제가 못 받는 거예요. 정말 저희 둘의 관계를 다루는 소송에서조차 제가 가족으로서 할 수 없다는 그런 게 많이 슬펐습니다.
[앵커]
아까 공인중개사, 부동산도 연락이 왔다고 하셨는데 전세자금 대출도 받고 그러잖아요. 그런 지점에서도 불편함을 겪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소성욱]
맞아요. 대출이나 대출상품에서도, 그리고 가족결합상품이 되게 많잖아요. 가족에게 제공된 서비스나 혜택이나 제도에서, 통신 같은 데서도 배제되기가 굉장히 쉬운 상황인 것 같고. 제가 아파서 약이 필요한데 만약에 가족으로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만들어지면 약을 대신 처방받을 수도 있는 건데 한국에서는 법적인 가족이라는 것이 서류로 증명되지 않아서 약을 병원에서는 그런 서류가 없기 때문에 처방해 줄 수 없다, 미안하다. 이렇게 얘기했었던 적도 있습니다.
[앵커]
이 부분은 반론의 입장이기 때문에 불편하시겠지만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회적 변화에서 마지막으로 정리를 하고 조정하는 게 사법부의 입장일 텐데 명확한 사회적 합의가 없이 사법부가 조금 전향적인 판결을 내린 거 아니냐, 섣불렀던 것 아니냐 이런 지적들도 나오고 있거든요. 이런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소성욱]
제 생각에는 많이들 알고 계실 텐데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포함해서 사람은 차별하면 안 된다는 차별금지법과 같은 경우에도 많은 여론조사에서 70%가 찬성, 80% 가까운 비율이 찬성,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이미 있고요. 사회적 합의라는 것이 저는 이미 충분하다고 보고 있고 만약에 만에 하나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하다면 그것은 정부가 나서서 더 평등해지기 위해서 사회가 더 평등을 위해서 변화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지 그것이 핑곗거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용민]
추가로 하나 더 말씀드리면 아까 보여주신 많은 분들에게 울림을 준 판결문 내용 있잖아요. 거기서도 보셨다시피 사법부의 역할이 소수자를 보호하는 그런 책임도 있다고 사법부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합의나 사회적 분위기나 이런 거 상관없이 사법부가 충분히 제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막상 소송을 결심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누가 먼저 의견을 냈습니까? 김용민 씨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소성욱 씨가 등록됐다가 이후에 취소됐다고 들었거든요. 그 과정과 함께 질문드리면요.
[김용민]
맨 처음에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도 등록이 가능하다는 걸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됐고요. 그래서 그럼 우리도 한번 해 볼까 해서 건보공단 홈페이지에 문의를 넣었고 된다는 답변을 받았고 그래서 신청 절차까지 안내를 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거대로 했더니 정말 된 거죠. 그게 2020년 2월에 저희가 그렇게 해서 지위를 얻게 됐고요. 그러다가 좋은 소식이잖아요, 된 거는.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걸 알리자 해서 언론에서 인터뷰를 하게 됐는데. 인터뷰가 나가자마자 건보 측에서 실수라면서 취소를 하게 됐죠.
[앵커]
그렇게 해서 소송이 진행되기도 했었고. 소송을 결심하면서도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 소송 과정에서 힘든 점은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소성욱]
소송 과정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성소수자들이 직면한 차별의 현실, 그리고 사람들의 혐오어린 말이나 이런 것도 있거든요. 그런데 힘들었던 것보다도 지지하는 사람들 또한 엄청나게 많았고 용기를 주는 말들. 그리고 응원해 주는 메시지들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지치기보다는 더 힘을 내서 계속 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앵커]
그 지지와 응원, 격려는 아무래도 같은 상황에 있는 동성부부들이 전한 메시지가 가장 강했을 것 같은데. 이번 판결 후에도 그렇고 어떤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까?
[김용민]
꼭 동성부부뿐만 아니라 성소수자로서 살아가는 많은 분들이 자기 일처럼 생각하면서 같이 기뻐해 주셨던 것 같아요.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이 하나 있었는데 대한민국 법원이 나라는 존재를 인정해 준 기분이다라는 그런 반응을 보고 저도 같이 울컥하더라고요.
[앵커]
법원이 나라는 존재를 인정해 준 판단이다.
소송 과정에서는 많은 분들의 응원 속에 오히려 더 기운을 얻으셨다고 했지만 소송 전에도 그렇고 사회적 차별을 받으시면서 혹시나 힘들었던 부분, 서러웠던 부분 이런 부분들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김용민]
일상을 살아가면서 데이트도 하고 같이 장도 보고 그러면서 사람이 많은 곳을 오고 가잖아요. 저희가 평소에 호칭을 여보라고 하는데 약간 가끔 망설여질 때가 있어요. 주변에서 이상하게 보면 어떡하지? 아직도 여전히 저희가 이렇게 방송에도 나오고 하지만 일상에서 그런 것들이 여전히 있고요. 그런데 그건 조금 막연한 저희의 짐작 같기는 해요. 실제로 저희의 관계를 알고 나면 그렇게 막 혐오적인 태도를 보이는 분은 보지 못했거든요. 예를 들어 결혼식을 할 때도 대관식 예식장 알아보러 다니고 했는데도 그때 사회가 많이 바뀌어서 두 분이 이렇게 하시는 거 충분하다, 이렇게 직원분이 말씀도 해 주시고.
[앵커]
결혼식 영상이 나갑니다. 두 분이 언제 결혼하신 거죠?
[김용민]
저희가 2019년 5월에 결혼식을 올렸고요.
[앵커]
누가 먼저 고백했나요?
[김용민]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했던 것 같아요.
[앵커]
함께 사랑이 싹트셨나요?
[김용민]
그렇습니다.
[앵커]
시간이 더 있으면 그때 얘기도 듣고 싶습니다마는 다시 판결 얘기로 돌아와서 아무튼 1심 판결이 뒤집어졌고 2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또 건보공단이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3심에서 다투자는 방침인데 대법원 판결은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소성욱]
우선 먼저 건강보험공단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비전과 미션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거예요. 저는 어쨌든 성소수자를 비롯한 이미 우리 사회에 함께 존재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면 상고하기보다는 어떻게 삶을 보장할지를 더 고민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대법원 판결도 어쨌든 세상은 이미 변했고 변하고 있고 더 변할 것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앵커]
시간이 다 됐는데 제가 마지막으로 판결 내용을 좀 더 덧붙이고 마무리하겠습니다. 누구나 어떤 면에서는 소수자일 수 있다. 소수자에 속한다는 것은 다수자와 다르다는 것일 뿐 그 자체로 틀리거나 잘못된 것일 수 없다는 메시지까지 읽어봤습니다. 오늘은 소성욱 씨, 김용민 씨 부부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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